4월 26일은 동인련에서 육우당 6주기와 오세인 11주기 추모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내가 사는 파주에서 서울역까지 한 시간, 또다시 서울역에서 인천까지 한 시간씩, 무려 두 시간을 잡아서 난생 처음 인천이란 곳에 가보게 되었다. 인천에 도착해 지하철역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게 조금씩 느껴졌다.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대충 입었기 때문에 몸은 금방 차가워졌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불어오던 찬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봄이라고 하기 우스울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하나둘 모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무비스에요."
발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인천가족공원. 한달 하고도 5일이 남아있던 그날. 친구인 우주와 나는 제 10회 퀴어문화축제에서 공연할 게이시대의 안무를 길을 걸어가면서도 정신없이 연습했다. "팔은 이쪽으로 다리는 저쪽으로…" 이곳저곳 움직여야 할 곳이 많은 우리는 게이시대! 지지지지지.
납골당 앞에 동그라미 모양으로 모여 잠깐의 이야기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 자리한 육우당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도 잠시, 계절답지 않은 지난날의 겨울바람이 몰려와 욜의 말을 감싸기라도 하는 듯 말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결국엔 어떤 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한분씩 육우당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 곳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 했다. 나는 사실 처음으로 이곳에 서본다. 그래서인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인사하기 전부터 망설였다. 결국 사진을 보고 눈을 감은 난 마음속으로 '안녕하세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훌쩍이는 루스키님과 그 외 몇 분들. 그 중엔 같은 동성애자로서, 짧지만 함께했던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따뜻했던 납골당의 온기. 해와님께서 육우당씨가 살아생전에 쓰셨던 '원나잇'이라는 시를 읽으셨다. 육우당이 생전에 지었던 시라고 했다. 납골당 밖으로 나가자 우리는 순식간에 얼음이 되어 버린다. 덜덜거리며 떨기 시작한 나는 이내 끙끙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_ 납골당 앞에 함께 모여 육우당을 추모하던 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