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성소수자에게는 불편한 공간들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으로 동성애가 하나님 뜻과 세상을 창조한 섭리에 어긋난다며 성경 말씀 구절을 들어 동성애를 배척하는 교회가 있을 것이다. 또한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대부분 여성 차별적이며 동성애 혐오적인 잘못된 성별 이분법적 남성성이 극대화된 분위기의 군대가 있다.

 

다행히도 이 두 가지 관문을 무사히 넘겼고 넘고 있는 중이다. 아직 교회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정체성과 지향성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 후에 다가올 결혼 적령기 때 “만나는 사람은 있냐, 소개를 받아봐라, 왜 결혼할 생각이 없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을까봐 다소 걱정되는 마음은 있다. 게다가 애인이 생겨도 회사 내에서 “애인 없어요”하며 없는 척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동성결혼이 법제화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당분간 회사 내에서 파트너가 이성이 아닌 동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참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공간인 회사의 이성애 중심의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차가운 조직 문화는 성소수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몇 년 전 공모전 팀플레이를 하면서 같은 팀원 중 한 명이(이름도 절대 안 잊어버린다) 내가 게이가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눈치였다.(보통 성소수자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이성애자들은 무조건 여성적인 남자를 게이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팀플레이 중 한번은 본인이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찜찔방에서 자는 도중 누군가가 와서 자기 손을 잡고 만졌더란다. 잠결에 누군지 봤더니 모르는 사람이 자기 손을 만지고 있었단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매우 더러웠다라는 말까지 굳이 붙였다. 약간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찜질방 에피소드를 듣고 나는 그냥 “음 그래?”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얼마 후 본인이 재학 중인 S모 대학의 성소수자 동아리 신입생 환영 현수막을 보고 또한 더러움과 불쾌함을 느꼈다며 굳이 나를 응시하며 다시 한번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그 뒤로 나는 참기 힘든 불쾌함과 함께 나 스스로를 검열하고 돌아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맥락에서 내가 게이라고 의심을 했을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성소수자 관련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았을뿐더러 나 또한 그 사람이 불편해서 팀플레이 도중 말을 아꼈다. 내가 사람들의 편협하고 잘못된 게이에 대한 고정관념대로 화장을 한다거나 옷차림에 지나치게 신경 쓴 것도 절대 아니었다.

 

결국 반복된 자기검열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평소 내가 이따금씩 주변에서 듣던 말대로, 말할 때나 성격이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여성적이기 때문에 그 친구가 그렇게 의심하고 몰아간 것이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참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분명 여성스럽지만(사실 여성스럽다는 기준도 굉장히 모호하지만) 성소수자가 아닌 이성애자 남성들이 있을테고, 또한 지정 성별 남성 성소수자 중에서도 여성스럽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성적인 남자를 왜 “저 사람 혹시 게이가 아닐까”하고 의심하는 것일까? 이 사회에서 소위 여성적인 섬세함이 요구되는 요리, 미용, 각종 디자인 업종에서 점점 많은 남성들이 탁월한 섬세함과 남다른 안목을 보여주며 활약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찌 되었든 다소 여성적인 지정 성별 남성 성소수자 중의 한 명으로서 나는 그러한 몇 번의 의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대부분 그러한 의심은 가볍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군대 복무 당시에는 그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당연히 자유가 억압되고 굉장히 폐쇄적인 공간인 군대에서 만약 아웃팅을 당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동성애자로 생각한다면 동성애 혐오적인 남성문화가 집약된 그곳에서 하루하루 버티기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지금 군복무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요즘, 또다른 고민은 이전처럼 그러한 의심을 최대한 받지 않고 안전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다. 나의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여성스러운 말투, 그리고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축구보다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말라서 주변으로부터 운동 좀 해라, 살 좀 쪄야 겠다라는 말과, 잘생겼다는 말보다는 귀엽게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는 나의 이러한 성격과 외형은 간혹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이상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쩌면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그냥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남자들만 모여있는 군대와는 다르지만, 직장도 엄연히 조직의 위계질서가 있고 그 분위기도 회사마다 다르다. 단지 여성이 섞여 있을뿐, 조직에 따라 남녀 비율에 따라 심지어 부서별로 그 분위기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 여직원들을 강제로 회식자리에 불러낸다거나 아니면 불쾌한 신체접촉을 하는 등의 성희롱을 할 경우 직장 내 성희롱, 성범죄가 되어 신고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작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차별하는 발언을 해도 성소수자들은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회사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최근 2, 3년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참가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들었다. 분명히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들은 점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시화의 진행 속도에 비해 그에 따른 올바른 인식과 가치관들이 뒷받침되어주지 않는다면 성소수자들은 직장 내 능력과 별개로 직장에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성소수자와 그 밖의 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만큼, 퀴어 직장인들이 그들의 소수성이 아닌 같은 조직 내의 일원으로서 평등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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