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117일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10번째 작품 '너에게 가는 길' 이 개봉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과 연분홍치마와 이런 저런 인연을 맺어온 덕분에 미리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겼다.

 

*스포주의. 영화를 보고 나서 읽을 것을 권합니다.

 

너에게 가는 길 메인 포스터

 

 

1.

 

영화를 처음 보면 퀴어영화, 두 번 보면 가족영화, 세 번 보면 여성영화, 네 번 보면 인생영화가 될 것이라는 비비안님의 언급이 여기저기 회자되었다. 아직 한번 봤지만 세 감상 모두 유효하다는 반응들이 재치 있게 따라 붙는다. 개인적으로 동감하면서도 인생영화까지는 일단 긍정적 검토 중인데 왠지 연분홍치마는 더 날을 세우면서 따뜻한 온기를 잃지 않는 시의성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보여줄 것 같다.

 

 

2.

 

영화에는 나비-한결과 비비안-예준(호칭 생략) 두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자녀와 자녀의 고백에 직면한 부모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커밍아웃 이후 서사에 주목한다. 그러니까 성소수자로서 자신을 대외적으로 드러내온 자녀와 어느 정도 활동 구력이 있는 부모를 모델로 삼는데, 아마도 그게 촬영하는데 수월했을 것이다, 그보다는 커밍아웃 이후 가족들과 어떻게 살아내는지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한다는 데 힘을 싣는 모습이다. 국내 많은 성소수자의 현실과 괴리가 있겠지만 성원들에겐 근미래를 그리는데 참고할 모델들도 필요하니까. 영화에서 커밍아웃의 순간들은 과거형 문장으로 이야기된다. 많은 이들이 당면하는 충격이 불편하지 않게 회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커밍아웃에 대한 막연한 부담을 적지 않게 상쇄할 수 있다.

 

 

3.

 

한결은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 트랜스 남성이고 예준은 동성애자 남성이다. 나비는 34년차 소방관이고, 비비안은 27년차 승무원이다. 촬영하는 동안 한결은 성별정정을 진행하고, 예준은 남친 성준을 만나고 양가 부모까지 서로 대면케 한다.

 

 

4.

 

상반된 상황 속 두 가족에게 흐르는 정조와 재질이 다르다. 우울과 깨발랄, 흡연과 뽀뽀, 소방서와 공항, 법원과 고궁, 재판과 커플사진, 집안 가득 쌓아둔 책들과 채광 좋은 아파트의 아일랜드부엌밤과 낮, 냉탕과 온탕의 재질이 번갈아 나오는데 둘의 대비가 아주 어색하지만은 않다. 아마도 부모모임 활동이 표방하는 '자녀를 위해서라면'의 태도가 만드는 숭고함이 이질적인 두 가족을 관통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군산(나비)과 서울 방배(한결), 토론토(예준)를 오가며 이들을 담는다. 연분홍치마의 여느 작업보다 지리적 스케일이 크다. 군산의 새벽부두와 쨍쨍한 토론토의 프라이드 행진을 한 작품에 담아도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여기에는 감독의 감각도 무시할 수 없겠지.

 

인상 깊은 점은 한부모 여성,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여성의 공간인데, 나비의 집과 예준 파트너로 등장하는 성준의 어머니 일터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생계를 위한 공간이자 생계 때문에 매순간 손이 닿기 어려운 살림의 공간, 사회적 인정과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필사적인 태도가 장소를 구성한다.

 

군산-나비의 집(좌)와 토론토 프라이드 행진(우)

 

5.

 

영화는 줄곧 나비와 비비안이 홀로 남겨진 모습들을 포착한다. 더러 일터의 모습까지 화면에 담는데, 이들은 자식의 성별정정 재판 참석을 위해 휴가를 내는가 하면, 회사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조롱조의 성소수자 농담을 참지 못했다는 고백을 잇는다. 부모라는 가정의 울타리 너머 일터에서 제 존엄을 확보해왔음을, 어느 정도는 그들로부터 지지 받아왔음을 가늠할 수 있다. 같은 직종에 수십 년씩 종사해온 이야기에 좀 더 주목했다면 이 영화는 여성 노동영화의 갈래로도 위치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6.

 

영화는 한결의 성별정정신청을 향한 고된 과정을 따라가며 판결의 편협함을 보여준다. 단적으로 서울가정법원에 어그러진 재판에서 판사는 성별정정을 허락하지 않으며 외부성기재건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타이르듯 훈수한다.

 

트랜스젠더 이슈라 하면 대다수 미디어들은 당사자의 피해서사에 집중한다. 그런 점에 당사자뿐 아니라 그의 지지자로서 어머니의 사정과 둘의 관계에서 나아가 단체 활동까지 주목하는 관점은 다른 시도들보다 입체적이다.

 

34년차 소방 공무원 나비

7.

 

성별정정 과정 속에 우울과 함께 살아내는 한결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비의 표정이 연극배우의 아우라에 필적한다. (비슷한 재질로 배우 고두심과 예수정의 얼굴들이 스쳤다.) 체념이 서린 것처럼 보이는 얼굴은 군산 새벽(이라는 장소와 시간은 아마도 기분 탓일지 모른다) 부두와 너무 잘 어울린다.(살짝 멍 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마저 멋지다.)

 

여담으로 비비안과 지미 부부는 90년대 하이틴 스타들이 시간이 지나 잘 먹고 잘 사는 법인간극장사이 어딘가에 등장할법한 톤으로 그려진다. 아이가 게이인 것이, 게이 아들이 남자친구를 데려오고 남자친구 어머니까지 대면케 하는 상황이 갑작스레 닥쳐도 우리가 남들처럼 못 살 이유는 없다는 걸 보란 듯 보여준다. 비비안은 아들이 관종이라고 눙치지만, 그의 캐릭터는 영화의 극적 요소를 쏟아낸다. 관종도 특정 상황에서는 역할이 분명히 있는 것. 하지만 관종력만으로 제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8.

 

영화 말미에는 예준 파트너 성준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성준은 마침 어머니에게 남자 애인이 생겼다며 내친 김에 커밍아웃하고 양 부모 만남까지 성사한다.

 

사실 예준과 성준의 발랄한 연애는 양가 부모들에게 환대받는 점에 이상적인 감상 너머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그 덕분에 이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더러는 괴리감마저 생기는데, 여기에는 두 어머니의 부단한 노력과 자녀들의 이해가 바탕하고 있음을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추측건대 커밍아웃 이후 불투명한 내일에 참조 가능한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싶어 부모에게 영화표를 선사할 퀴어 관객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틸컷에는 덜 담긴 예준과 성준의 발랄(하다 못해 남사스러운)한 연애 모습

9.

 

나비는 스위스 안락사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서 자녀의 우울과 죽음을 언급한다. 너와 같이 싸우겠다는 결의에서 나아가 혼자 죽게 두지 않겠다는 언급하는 장면은 결기에 가깝다. 이는 고통이 온전히 당사자 개인의 몫임을 통감하는 이에게 나올 수 있는 진심이 아닐까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나눌 수 없는 타인의 고통과 우울의 영역에 쉽게 개입하고 치유를 운운하기보다 곁에 서서 투명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종속과 구속에 익숙한 친족의 개념을 다시 열어낸다.

 

흥미롭게도 결연한 감성은 섬광 같은 유머로 튀어나온다. 성별정정을 위해 찾은 가정법원이 나비가 이혼할 당시 찾았다는 연결고리를 구태여 만들어내는 부분은 아득하게 웃긴다. 재판을 앞두고 성별정정 하는 거니까 레즈비언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얘기나, 염색한 한결을 보고 의미 없이 던지는 한마디가 뻘하게 터진다. 유머를 일상으로 달고 사는 태도는 우울과 체념의 무거운 대기를 견디기 위한 생존 양식과 처세의 일종이지만, 더러는 이를 상쇄하기도 한다.

 

 

10.

 

관객들이 예준과 비비안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볼 수 있다면, 나비와 한결의 너무도 현실적인 투쟁에는 몰입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한결의 성별정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에 관객들은 일장 박수를 쳤다는 후문.

 

개인적으로는 성별정정이 통과된 장면 이후 한결이 웃통을 벗어제끼고 노을 지는(시간으로 기억하는 것 역시 기분 탓일지 모른다) 바닷가로 달려가 노는 모습을 모래사장 의자에 앉아 지켜보며 강아지와 놀아주는 나비의 모습이 영화를 통틀어 제일 평화로워 보인다. 영화가 저렇게 끝나도 어색할 것이 없을 만큼.

 

*상반신을 노출하는 FTM의 모습은 연분홍치마의 다른 작품 3xFTM(2009) 퀴어퍼레이드 씬에서 웃옷을 벗는 한무지의 모습으로 먼저 등장했다. 결의와 긴장이 스며 있던 상황과 달리 한결은 본인도 지켜보는 사람도 편안하다. 두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시간을 통과하는 트랜스젠더의 몸들을 연결시키면서도 이들을 재현하는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11.

 

이야기는 계속 된다. 후반부 성준 어머니의 멘트들이 기억에 남는다. 짚어보면 대충 이런 내용. '내가 혼자 너를 키우면서 어디 밉보이지 않으려고 자격증도 따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근데 남자 애인이 생겼다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래도 성준이가 커밍아웃을 하니 아들을 다시 얻은 느낌이다.'

 

커밍아웃을 하고 나면 자녀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자녀는 그제야 입을 열고 긴장을 놓기 시작한다. 커밍아웃은 자녀가 제 존재를 알리는 시간이지만, 자녀가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부모로선 자녀에 대한 기대와 의지로부터 거리를 두며 스스로를 응시하고 객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들이 새롭게 열어낼 세계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존재를 다시 위치시키고 타인임을 인정하는 노력의 과정 위에 있을 것이다. 관계가 다시 쓰이고(정확히는 다시 써야만 하고) 부모모임의 부모들은 자식의 삶을 위해 방파제이자 투사를 자처한다.

 

 

12.

 

영화에는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등장한다. 혐오를 전시하며 동성애를 반대한다 외치는 이들은 사방에서 현장을 압박포위하고 경찰의 방관 속에 폭력의 강도를 높인다. 영화는 트라우마의 현장을 근거리에 담는다. 반대피켓을 들고 나온 집단은 노골적으로 집에 가서 회개하라는 말을 방언처럼 쏟는데, 그 표정들이 말을 잃게 만든다. 영화는 퀴어들이 느꼈을 외상적 상황을 상당히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영화는 부모모임의 정기모임 장면들을 수시로 등장시킨다. 고백과 간증의 시간은 종교모임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다만 여기에는 믿고 의지할 신보다 옆에 비슷한 아픔을 들고 온 이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두 장면은 상반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가운데 무언가를 둘러싼 공간적 구성을 갖는다는 점에 공통적이다.

 

인천의 반대집단이 행진 참여자를 사방으로 포위하고 위협한다면, 부모모임은 가운데 각티슈를 놓고 주위에 원을 그려 둘러앉는다.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티슈를 여기저기 건넨다. 한편에서 정화와 회개를 명목으로 폭력과 멸절을 행사한다면, 부모모임에는 고백과 경청, 위로와 연결이 눈물과 웃음으로 이어진다.

 

, 그렇다면 이쯤에서 영성이 넘치는 장면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13.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의 한 장면. 반대세력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성소수자부모모임.

그렇다 해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반대세력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조금 찡했다. 축제 현장에서 퀴어 당사자들을 다독이고 위무하는 역할을 자처하지만, 이들 또한 불안정한 삶 위에 처음으로 커밍아웃하는 자식을 이해하고 이후를 그려갈 주체일 것이므로. 자식이 아니었다면 만날 일도 없을 혐오세력들을 면전에 마주한 것 아닌가. 생각해보면 무너지고 망가지기 쉬운 삶을 지탱하는데 있어 부모모임은 각개의 가족들이 고통을 버틸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지지체이기도 하다.

 

영화는 자식과 부모의 이자적 혈연관계를 초과하는 집단으로 시야를 확대한다. 각티슈를 돌려쓰고 피켓을 나눠 들고 품을 나누는 사이로서 이들은 모임으로, 커뮤니티로 관계를 직조한다. 부모 개인이 사로잡히기 쉬운 고립과 피로를 나눌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홀로 고민하기에는 고통스러운 현실들을 머리를 맞대어 대면하고 돌파구를 찾는다는 점에 부모모임은 다시 한 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 부모모임 성원들이 자신의 자녀와 본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은, 결의를 갖고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비단 주인공 가족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환기한다.

 

 

14.

 

그만큼 성소수자부모모임이 훌륭한 단체임을 전제하고, 단체의 발족부터 지금까지 후원하고 응원해온 입장에서 몇 마디 추가로 붙인다.

 

자녀의 아픔을 아는 이들이라면 그만큼 자녀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클 것이다. 자녀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게 인지상정.

 

'응 내 자식 퀴어' 라는 구호는 정체성에 대해 거리낌이 없음을, 당신이 아무리 공격해도 나는 지지의 태도를 취할 것을 표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부모든 자녀든 비정규직, 가난, HIV/AIDS를 비롯한 질병과 장애 등 취약한 삶의 구렁들이 정체성의 색채를 주조하기 쉽다. 부모의 입장으로선 자식들이 살면서 궁지에 몰리기를 원치 않을 것이고, 방어적으로 해당 이슈를 언급하는 것을 불편해할지 모른다. 같은 맥락에서 성공서사에 관심을 두고 롤모델을 찾는 시도는 누구라도 절박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하고 싶은 이야기들, 자녀가 겪지 않기를 바라는 사안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퀴어들이라면 대면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들 역시 우리는 직시해야한다.

 

그런 점에 이번 영화에서 부모들이 보여준 '어떤 상황에도 나는 네 편이다' 라는 선언은 강렬하게 와 닿는다. 너는 네가 선택한 삶이 있다는 존중은, 그러니 너를 거부하고 부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그럼에도 혼란의 파도를 기꺼이 같이 맞겠다는 결의로 확장한다.

 

 

15.

 

그렇게 부모모임은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기보다 성소수자 자녀라는 타인의 존중과 지지를 향한다.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이해에 앞서 품으려 노력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운동을 지향한다. 나의 삶을 무너뜨렸지만 새로운 삶을 함께 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가능성과 더불어,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도 내어 주겠다는 이들의 태도는 부모의 위상에 종교적 색채를 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모모임이 여느 시민사회인권운동단체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는 배경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부모들은 사회적 타인으로서 자녀를 근거리에 지켜보며 이들을 이해하고 품는 태도를 체득하고,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의 변화를 위해 외부에 관용과 환대를 호소한다. 이러한 태도는 바깥으로 하여금 성소수자 이슈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출 뿐 아니라 환대하는 주체로서 시민사회의 특수한 위치 또한 확보한다. 영화 속에서 나비님이 자녀의 정체성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모임마다 자기소개 할 때면 빼놓지 않고 끝까지 외는 것은 이런 노력의 일환일 터.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당신을 끌어안겠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부모모임이 갖는 운동의 미덕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혈연에 바탕 한 것인지, 혹여 혈연에서 다른 종의 가지를 내거나 시작부터 다른 지지의 차원이 있는 것인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전자에 힘을 싣는다면 강도야 높겠지만 연대와 결의의 보폭은 나와 내 자녀, 당신과 당신 자녀의 지복으로 좁아질 것이므로.

 

부모모임의 활동은 가족의 가치를 갱신하는 가운데 보수적인 가족의 틀을 반복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 속에 급진적 실천이 개입하고 가족 자체가 절개되는 상황들 또한 치열하게 살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부모모임이 가족구성권과 노동권, 질병에 의한 혐오에 맞선 성적 낙인들에 맞서는 싸움들과 접점을 만들어내는 장면들을 종종 상상해보기도 한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활동관이 잘 담겨있는 캐릭터 포스터

 

16.

 

또 다른 염려는, 아직은 많지 않지만 부모모임 연식이 숫자를 더하면서 활동하던 이들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는 점이다. 저마다 활동 외 격무로, 심신의 사정으로 활동을 그만두거나 쉬는 건 에너지 넘치는 부모모임 활동가들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 어떤 활동이든 마찬가지지만 제 사정이 좋지 않으면 활동이 어려워진다. 자녀뿐 아니라 부모모임의 활동가들도 자기뿐 아니라 상호 돌봄이 필요하다. 그것이 누구보다 서로를 챙겨왔음에도,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부모모임의 또 다른 과제는 아닐까.

 

 

*그밖에

 

영화 마지막 자막에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이 2014년 발족해서 2018년 독립단체로 나왔다고 전한다.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여기가 아니면 다른 데서 이야기할 지면이 없을 듯하니 대나무 숲처럼 남겨본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인큐베이팅했다. 엣헴.

 

 

*사족

 

영상으로 보니 행성인 교육장 지저분했구나지금은 많이 정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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