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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앞 단식농성 공동상황실장 지오 행성인 운짱 간단 인터뷰

회원 이야기

by 행성인 2022. 4. 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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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및 정리: 남웅(행성인 미디어TF)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가들이 국회를 점거한지 수 개월 째, 이제는 미류와 종걸 활동가가 단식농성을 결의한지 삼 주를 채우고 있다. 전국 각지의 많은 인권/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기획과 실무에 힘을 보태는 가운데, 행성인 또한 수면 위아래로 참여하고 있다. 지오는 그 중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가장 힘을 쓰는 활동가인데-

 

행성인에서 제일 바빠서 사무실에서조차 만나기 어려운(하지만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운짱(행성인 운영위원장을 이렇게 부른다) 지오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지오

 

단식농성 상황실장(?) 지오

 

남웅: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는군요. 일단 가장 현안이기도 한 차금법 농성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이번에 차제연이 단식농성을 선택하기까지 쉽지 않았을텐데, 차제연 안에서 어떤 논의들이 중요하게 오갔을지 궁금합니다.

 

지오: 차제연은 정말 재작년부터 맹렬하게 활동해왔어요. 온라인 농성 끝날 즈음 도보행진 준비했고 도보행진 끝날즈음 농성 준비하는 식으로 쉬지 않고 잠시의 여유도 없이 계속 달려왔어요. 새로운 행동을 준비할 때마다 논의는 새벽을 넘어가기 일쑤였고 상이 잘 안잡혀서 어려워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정말 이번만큼 긴 논의와 엎었다 뒤집기를 반복하고 끝까지 다른 선택을 고려했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단식이라는 것의 무게감이 그만큼 컸던 것이죠. 그럼에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정말 중요한 국면이고 우리가 모아온 힘을 총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데 동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국회의 시간을 당겨온 힘인 한편으로 여태 제정 못한 국회의 책임이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웅: 지오는 텐트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정확한 직함 같은게 있나요?

 

지오: 공동상황실장입니다. 장애여성공감 진희님과 천주교인권위원회 예정님과 함께 맡고 있어요. 너무 중책인데 같이 분담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조금씩 기대어 가고 있어요.  

 

남웅: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요? 민주당과는 어떤 소통을 하고 있나요?

 

지오: 법안의 소관 부처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을 올리려고 노력중입니다. ‘검수완박’으로 이미 우리는 보았어요. 172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이 마음 먹으면 논의를 밀어부치고 여야 합의 가능하다는 것을요. 6월 지방선거 전에 평등을 채택함으로써 민심을 얻으라고 강조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 논의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들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이 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계속 함께 외쳐주어야 하겠죠? ^^  

 

 

텐트촌의 일상

 

남웅: 텐트촌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합니다.

 

지오: 사실 농성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 시간표를 촘촘하게 짰었어요. 진짜 캠프 온 느낌으로. 그래서 입촌, 퇴촌 이런 표현도 썼던 건데 막상 돌기 시작히니 그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운영팀에서 처음 준비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고 안내하고 텐트촌이 자리를 잡기까지 일주일 넘게 걸린 것 같아요. 현재는 시간표 짜듯 운영되진 않고 기본적인 안내사항 전달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들 하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오전, 점심, 오후 선전전은 빼놓지 않고요. 그외에 요새는 바느질 모임도 펼쳐지고 얼마전에 행성인에서는 차별금지사유 퍼즐 맞추기도 했었잖아요. 그렇게 삼삼오오 모이는 판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차별금지법 4월 쟁취 평등텐트촌 & 단식투쟁 웹페이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남웅: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텐트에서 일박을 하면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해요?

 

지오: 보통은 지하철 화장실이나 근처 빌딩 화장실 이용하고요. 새벽에는 개방화장실이 있어서 그쪽 이용해요. 개방 화장실 찾고 안내하는데도 애를 먹었는데 한희(희망법)님이 친절하게 약도를 그려서 농성장 책상에 붙여놓고 갔더라고요. 어딘지 궁금하세요? 그럼 농성장에 오세요!

 

남웅: 요즘 혐세들도 많이 온다는 얘길 들었어요. 신경 안쓰려해도 짜증이 없지 않을듯한데, 어떻게 대처하나요?

 

지오: 점심시간에 엄청 몰려와요. 있다보면 정말 아수라판이라 이게 나라냐 소리가 절로 나오죠. 어쨌든 저는 관리를 하는 입장이니까 충돌하는 일 없도록 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사람들 맘 상하지 않도록 도닥이고. 얼마전에는 농성장 안에까지 들어와서 피켓팅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경찰들이 와서도 그 사람을 크게 제지하지 않았어요. 이런 것이 문제적인 것은 혐오를 하나의 의견처럼 여긴다는 것이에요. 이게 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안되어서 그런거죠. 대체로 우리쪽 사람들은 저쪽에서 엥엥거려도 크게 괘념치 않아요. 물론 왜 열이 안오르겠어요. 다만 우리가 싸우는 상대는 혐세가 아니니까요. 대부분은 어이없어 하면서 웃어 넘기거나 욕 한 번 싸하게 하고 서로 도닥여주면서 털어버리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서 느꼈어요. 혐세는 이미 우리한테 안되는구나. 

그래도 많이들 와주시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많으면 그만큼 더 힘이 나니까요. 대항력도 커지고요.

 

남웅: 텐트촌에서 가장 기억나는 상황은 무엇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을텐데 기억에 남는 방문자가 있다면 누구였는지 궁금해요.

 

지오: 여기 농성장에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우리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구나! 너무 반갑죠. 

그리고 여기 농성장 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희와 공생하고 있는 이청자님이라고 계세요. 이분은 여기 자리 잡은지 4~5년 되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 왔을 때 욕하고 화내고 막 그랬는데 지금은 우리가 피켓 좀 옮겨달라고 하면 그러라고 하고. 오며 가며 인사도 하고 그래요. 얼마전에 오셔서는 내가 욕하는 거 싫지? 근데 너네도 나처럼 살아봐. 안하고는 못살아 라고 하는 거에요. 그 말이 너무 가슴아팠어요. 이 분을 보면서도 사람과 어울린다는 것, 자기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의 존재가 왜 중요한지, 같이 싸운다는 게 얼마나 뭉클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요. 점점 더 라포가 형성되고 있는데 우리가 제정되고 나가면 이 분이 많이 허전하실 것 같아요.

 

남웅: 현장에서도 긴장이 있지만 연대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오네요.

 

텐트촌의 저녁 풍경. 꽤 운치 있다. (사진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지오

 

남웅: 지오는 언제부터 차제연(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하게 되었나요?

 

지오: 행성인 상임활동 시작하면서 바로 이어서 하게 되었으니까 17년도 말에 처음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건 19년도부터였어요. 거의 행성인 활동과 같이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남웅: 지오는 공집장으로서 그 안에서 항상 상황을 파악하고 전략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많은 활동가들을 접하면서 활동가로서 배움도 많을 것 같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오: 정말 많이 배웠죠. 사실 하면서는 이게 배우는 거란 걸 잘 몰랐어요. 매순간이 너무 힘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선 이상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어느순간 결정이 나면 몸이 먼저 시작하고 있을 때가 있더라고요. 일의 단계를 익힌 거죠. 그럴 때 지나고 보니 내가 많이 배웠구나 싶어요. 

차제연 활동가들은 품이 참 넓어요. 논의를 할 때나 행사를 준비할 때의 자세 같은 것도 많이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거의 늘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때 내 생각을 잘 전달하려면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러질 못하고 있어서 늘 반성하는 부분인데 만약 신입활동가가 있다면 꼭 무엇이라도 많이 써보라고 하고 싶네요. 

 

남웅: 차제연 활동은 시민사회와 노조 등 연대체의 형태로 운동을 만들어가는데, 연대체로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힘든가요?

 

지오: 다양한 단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일이 분명한 것. 목표가 정확하다는 점이 좋은 게 있어요. 차별금지법 제정 하나잖아요? ㅎㅎ 다양한 단위의 사람들이 다양한 차원의 이야기를 그러모으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흥미로워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요. 모인 단위마다 성격도 달라서 의견을 조율하고 접근하는 방식이나 논의 방식에 차이가 조금씩 있는데 이런 것도 좀 재밌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움이 있어요. 행성인에서라면 그냥 고~ 할 것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어요. 



활동가 지오

 

남웅: 차제연 활동에 거의 투신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지오가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행성인 회원으로서 궁금합니다.

 

지오: 제가 나이들고 있잖아요? 중/노년 성소수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좀 모아보고 싶어요. 그 안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찾아보고 싶고요. 

그리고 저는 투쟁 현장에 연대 다닐때 좀 좋아요. 많이 다니고 싶어요. 노동이슈는 성소수자를 넘어서 정말 중요한 것 같고, 성소수자로서 나와 다른 현장에서 싸우는 분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 듣고 싶고 그래요. 그럴 때 성소수자 운동도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남웅: 옆에서 지켜보면 일상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겪어봐서 아는데(웃음) 이런 생활이 답답하지는 않은가요? 일상을 챙기는 노력이 따로 있는지, 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오: 요새 정말 일상이 없어요. 이건 좀 스트레스긴 해요. 저는 이전에 영화를 즐겨보는 외에 특별한 취미도 없고 그래서 제게 중요한 것이 뭔지 잘 몰랐나봐요. 새삼 저한테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는 걸 느껴요. ㅎㅎ 일을 몰아서 하고 몰아서 쉬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는 확실히 그쪽은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 날 서 있다고 느낄 때가 있고 사람들에게도 뾰족하게 대하고 있지 않나 점검하게 돼요. 아침에 다짐하고 나와서 저녁에 반성하며 들어가는 생활을 계속 하다보면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또 주변 활동가들이나 동료들과 이야기 하면서 조금 풀리고 그러는데. 그럴때 행성인 동료들과 제 애인은 많은 힘이 돼요. 

자기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듣는데요. 저는 아직 그 방법을 잘 체득하지 못한 것 같아요. 지금은 그저 법제정이 빨리 되길 바랄 뿐이에요.

 

남웅: 지오는 활동하면서 어떤 상황에 뿌듯한가요? 반대로 버튼이 눌리는 상황은?

 

지오: 조직 잘 될 때. 현장에서 회원들, 동료들 얼굴 보는 건 항상 뿌듯해요. 행성인 부심이 있나봐. 

뭔가 일이 되어간다고 느낄 때. 판을 벌이고 그 안에서 내가 작게라도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같이 해내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지면 좋아요. 

버튼이 눌리는 상황은 나중에 맥주 마시면서 따로 합시다. ㅋㅋ  

 

남웅: 조금 이른 질문이긴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지오: 아마도 제정 과정까지를 정리하겠죠. 사실 법 제정되면 법이 어떻게 쓰일지 각 영역에서 교육이랑 토론이랑 또 법이 잘 쓰이도록 체계를 잡고 이런 일들이 수두룩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걸 어디서 할지는 아직 모르니까~ ㅎㅎ

 

남웅: 마지막으로 행성인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오: 차별금지법은 시작부터 그냥 성소수자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이 법에 가장 열심인 사람들도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농성장에 있다보면 의원들도 오고 각계 인사들도 와요. 법제정에 중요한 사람들이죠. 그런데 저는 피켓팅 하러 오고, 저녁문화제 오고, 지나가다가 생각나서 들르고 걱정돼서 들르고 출근 준비해서 1박 하러 오는 우리 개개인 한 명 한 명이 몇 배 더 반가워요. 이게 우리 힘이다, 우리는 혼자 싸우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농성장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많이 외쳐주세요. 

올해 2명의 활동가를 채용하면서 차제연 활동에 투신할 수 있었어요. 올해 두 명의 활동가 채용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어려웠겠죠. 재정을 더 늘리지 않으면 내년에 이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에요. 행성인은 정말 일도 많고 욕심도 많은 단체에요. 5월부터 후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갈텐데 회원 여러분들도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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