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총선. 우리동네 레인보우 만들기 프로젝트 웹홍보물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활동하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준비한 제2회 LGBT 인권포럼이 11월21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다. 소속 단체 회원들과 관심있는 개인들이 약 70여명 정도 참여하였는데, 이는 준비기간과 홍보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수였다.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대한 활동전망과 지역에 기반한 성소수자 운동의 가능성에 대한 토론은 동시간대에 열렸고 마지막엔 참여자들이 모여 ‘ 성소수자와 정치,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전체 토론을 이어갔다.
   성소수자와 정치에 대한 토론은 2010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염두해 둔 것이기도 했지만 특히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의 정치, 정치공간 안에서의 성소수자의 위치를 재조망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발표는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에서 담당했고 해외사례를 통해 본 LGBT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본 뒤 언니네트워크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1인씩 나서 이후 토론을 이끌었다.

발표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강석주 위원장은 진보정당 최초로 부문위원회가 생겼다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탄생과정부터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당직선거에서 호모포비아 후보들이 출마해 낙선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2004년 성소수자위원회가 제출한 예산안이 전액 삭감되었던 일은 진보정당 내에서조차 성소수자로서 활동한다는 점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 내 성소수자위원회와 같은 부문위원회가 존재했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았던 성전환자 성별정정 등에 관한 특별법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전면개정을 위한 활동들이 가능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법안발의 후 의회에 모든 활동을 위임하고 의회를 통해 변화를 이루겠다는 의회주의를 경계했다. 끝으로 진보정당 내에서도 성소수자 운동에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당원들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로 나선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황두영 전국위원은 정치라는 것을 도시락 나눠먹기에 비유했다. 잘사는 집 아이들은 좋은 반찬을 먹고, 힘이 있는 아이들이 남의 도시락 반찬을 뺏어먹는 것처럼 반찬을 많이 먹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고 그 권력을 둘러싸고 아이들은 다양한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고 성소수자라는 입장에서는 그 어떤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였다. 무엇보다 성소수자의 정치참여를 강조하였는데 성소수자들이 실제 상상하는 다양한 권리들이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 의회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 새판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민권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야말로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함께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토론

    토론자로 나선 나는 정치라는 것이 국회, 선거, 정당 등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고 대다수 사람들은 정치를 공약만 남발되거나 극소수의 정치꾼들이 자기네들끼리 數 싸움 하는 저질 삼류 코미디 수준으로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소수자들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을 한나라당과 같은 기득권 정당과 동일한 선상에서 비슷한 ‘정치꾼’으로 보고 있다 보니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을 진보정치의 희망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운동과 정치의 연관성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출발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까지 성소수자 운동은 진보정당 내 성소수자 담당 위원회가 없었을 때부터 선거에 개입해왔고 각 후보들에게 질의를 넣는 것에부터 후보들을 대상으로 반차별 선언을 조직하거나 2008년 총선에서는 후보로서 출마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운동의 선거대응 전략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정치적 시민권에서 배제되어 있는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을 중간 평가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있다. 벌써부터 각 정당들은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고 있고 특히 야당에서는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한 대안으로 선거연합 전략이 언급되고 있다. 나는 이번 토론에서 진보적인 성소수자 운동과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등 진보정당이 함께 지역에서 필요한 성소수자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선거에 협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각 지역에서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조례를 참고하여 성소수자 의제에 맞춰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에서 성소수자 ‘진보’후보들이 출마를 준비한다면 적극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보정치의 가치에 대해 언급하였다. 진보정치의 힘은 의회와 정당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 운동의 방향과 실천과 연결되어 있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차별과 억압에 맞서 함께 행동할 때야 말로 그 힘을 비로소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MB정부의 전방위적인 탄압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 때문에 새로운 활동을 망설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다잡고 새로운 활동을 기획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 토론으로 나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오가람 활동가는 성소수자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있어 ‘진보정당’이 과연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오히려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단체들이 모여 우리가 어떤 정치를 꿈꾸고 있고 어느 정도까지 역량을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눠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였다. 선거대응에 있어서도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관심과 역량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2010년 지방선거 대응에 있어서 지역 이슈를 쉽게 발굴해 낼 수 없다면 동시에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 교육이슈를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소수자 유권자 선언 발표도 제안되었다. 무엇보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근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일종의 학습효과처럼 후보자들에게 성소수자 관련 질의와 답변을 계속 반복적으로 보내야 하고 차별화된 대답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언니네트워크 난새 활동가는 선거와 정치에 무관심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커밍아웃 전략을 강조했다.

   아쉬움

   모든 토론과 발제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많은 시간 할애되지 못했다. 또한 토론자들의 2010년 지방선거 대응을 위한 활동 제안들도 깊게 논의되지 못했다. 정치에 관심있는 이들로 발표자와 토론자가 구성되었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나 또한 포럼주제에 맞는 내용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들은 ‘들어줄 만한 내용의 수준’으로 진보정당의 의미와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났고 나를 포함한 토론자들은 정치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면서도 커뮤니티의 익명의 성소수자들을 정치의 주체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들을 구체화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오가람 활동가 토론문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끈덕지게 달라붙어야’ 성소수자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우리 동네에 무지개 깃발을 꽂을 수 있는 날도 가능해질 수 있다. 해외에서 40년이 넘게 지속되어온 정치활동의 경험들을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를 밟고 있는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2010년 지방선거에 맞서 토론자들이 제안한 내용(조례검토, 유권자 선언, 교육감 선거 대응 등)을 바탕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지지를 함께 받을 수 있는 활동을 진지하게 시작해보자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1. 무지개왕자
    2018.06.06 15:42 [Edit/Del] [Reply]
    서로 존중하는 시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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