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인 스포츠 소모임 큐리블
질문: 미디어TF
안녕하세요, 저는 행성인 회원이자 행성인 스포츠 모임 큐리블에서 함께 운동하고 있는 이소연입니다. 큐리블이 만들어진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행성인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큐리블 영업을 하고 다닙니다. 함께 몸을 부딪히고 땀 흘리는 순간이 너무 재밌어서 다른 사람에게도 운동의 맛을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큐리블 1주년 기념으로 ‘도대체 쟤네들이 무슨 재미로 운동을 하나? 무슨 생각으로 숨차고 땀나는 활동을 하지?’ 라는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1년 동안 알차게 활동해 온 큐리블 모임원들의 말을 담아왔습니다.
Q. 큐리블을 통해 여러분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요? 큐리블에서 활동하면서 발견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 있다면?
감자 :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운동이라는 건 정규 수업 외에는 달리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태권도, 검도, 유도 학원에 다닐 때 혼자서만 미술, 피아노 학원에 다녔거든요. 제 일상에 운동이라는 건 절대 존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운동에도 다양한 게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며 ‘운동할 때 마음이 편하다’라고 하던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림군 : ‘일단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사실 운동을 못하거든요. 그치만? 못하면 뭐 어때? 일단 해봐! 하고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연 : 저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것을 잘 못했어요. ‘다른 사람도 힘들텐데 내가 괜히 기대서 그 사람이 더 힘들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친해져도 감정적으로 기대기가 어려웠어요. 큐리블에서는 풋살을 주로 했는데, 자기 팀원을 믿고 공을 넘겨야 하는 순간이 운동의 대부분이었어요. ‘내가 잘 못해도 팀원들이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니까 타인에게 기대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큐리블을 하면서 세상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소하 : 제가 안하던 운동에 욕심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풋살을 잘하고 싶어요.
슈미 : 원래 제가 운동을 정말 못하거든요. 그래서 운동에 대한 겁이 많았는데 큐리블을 통해 나도 웃으며 운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
연수 : 호르몬치료와 SRS 이후로 근육도 많이 빠지고 몸 회복시간을 갖느라 몇 년동안 운동을 아예 안해서 몸이 많이 약해졌었는데요, 큐리블에 들어온 이후로 운동을 다시 시작하여 건강을 되찾게 되었답니다.
이안 : 최근 주로 혼자 의무적으로 체력운동만 했었는데, 큐리블이라는 팀으로 함께 운동을 하면서 오랜만에 새롭고 건강한 자극과 팀워크, 운동 자체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운동능력과 점수, 성과 등에 생각보다 많이 집착했단 걸 조금 깨달았어요. 달리기 하나만 하더라도 몸이 건강해지는 감각과 활기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의 자세도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이 제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에 조금씩 영향을 주었고요.
정현 :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혐오에 부딪혔을 때 같은 편에 서 줄 수 있는 동지들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더 내성적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Q. 큐리블이 다른 풋살(혹은 운동모임)보다 특별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큐리블 자랑시간 드립니다.
감자 : 큐리블은… 퀴어프렌들리합니다. 그리고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강압적으로 굴지 않아요.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운동(배드민턴, 농구, 등산, 산책 등)을 주력으로 삼아서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운동할 수 있게 이끌어줍니다.
림군 : 퀴어로서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나를 알고, 존중해준다는 점. 이게 굉장히 큰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됩니다.
소연 : 사실 모임이라는 건 사람들이잖아요. 운동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잘 못해도 되고, 잘하면 좋고, 그냥 같이 숨차고 땀 흘리는 걸 즐기는 거 같아요.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즐겁게 운동하는 것이 목적인 곳이에요. 모두가 일정이 맞지 않아도 각자 유연성을 발휘하시고 모두가 에너지의 크기는 다르지만, 각자의 에너지를 모아 ‘으쌰 으쌰’하는 분위기입니다.
소하 : 큐리블을 통해 드디어 운동을 할 공간을 찾았습니다. 성별 정정을 하지 못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라 운동을 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공공 탈의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3의 성별로 여겨져 운동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많은 용기가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기에 모든 퀴어들이 다 같이 뛸 수 있는 큐리블은 저에게 소중한 공간입니다.
슈미 : 큐리블 사람들이 꿀잼입니다. 깔깔 유머집보다 재미있어요. 누구나 웃으며 말하고, 편하게 나를 드러내고, 마음껏 뛸 수 있어요.
연수 : 운동 커뮤니티의 대부분은 성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트랜스젠더들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큐리블은 어떤 성별정체성을 갖고 있든 안전하고 즐겁게 참가할 수 있는 운동모임입니다. 한 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풋살, 농구, 배드민턴, 헬스, 등산, 산책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할 수 있고, 얼마든지 하고싶은 운동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분위기도 자유로워서 자주 참여하지 못하거나 운동을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또한 운동만 하는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톡방에서 수다도 떨고 같이 맛있는거 먹으러 가거나 집회나 행사 등도 같이 가는 등 친목활동도 활발한 편입니다.
이안 : 보다 다양한 ‘모두’가 할 수 있는 운동, 과연 무엇이 필요한 지 다 함께 궁리하고,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곳입니다. 퀴어로서 운동하는 나의 필요와 고민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뛰어나게 잘하자’보단 ‘즐겁게 건강하자’가 중점이라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았더라도, 또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부담없이 재밌게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1등하자고 말만 하는 거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리고 여기 사람들이 아주... 재밌습니다.
정현 : 등록부정정(성별정정) 전인 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모임이라는 것.
Q. 퀴어로서 당신에게 운동(exercise)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특정 종목을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감자 :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데요. (그만큼 저는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사회 구조 내에서 남성 권력 혹은 남성만이 전유할 수 있던 무언가가 이제는 성별 이분법을 넘어서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남성성의 전복’ 혹은 ‘여성성의 진보’라고도 말하는데, 애초에 그 분리 자체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운동이고. 이게 충분히 퀴어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림군 : 운동(movement)을 해나갈 수 있는 힘. 체력과 용기를 주거든요.
소연 :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제가 제 자신을 인식하나 타인이 저를 볼 때 대체로 시각에 의존한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통해 숨이 차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 잊고 지내던 저를 다시 느끼는 거 같아요.
소하 : 건강 챙기기 어려운 게 퀴어들의 특성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운동을 통해서 건강해집시다.
슈미 : 지난 큐리블 모임에서 운동은 사람을 분리하는 활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탈의실부터 경기까지 여성•남성으로 구분된 경우가 많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존재로 구성되어있는 큐리블은 존재 자체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우리의 모습으로 다양한 사람을 실컷 만나고 싶어요.
연수 : 저는 저의 몸과 관계맺는 방식이 트랜지션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달랐습니다. 남성으로서 남성들과 지낼때는 신체활동이나 운동을 거리낌없이 하고는 했었는데, 트랜지션 이후로는 여성성 수행을 하며 약하고 조신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해 신체활동에 제약이 많았고, 특히나 운동에 있어서는 사회적인 혐오 때문에 검열이 심했습니다. 힘이 세거나 운동을 잘하는 트랜스여성에게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큐리블에서 운동을 하며 트랜스여성으로서, 또한 온전히 나로서 내가 나의 몸을 감각하며 자유롭게 나 자신으로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저에게 운동은 자신을 또 한번 찾아가는 여정이자, 전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안 : (큐리블에서의) 운동은... 제 디스포리아 백신. 아무래도 육체 활동이다보니 남들에게 외관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고 그러다보면 스스로 내 신체를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는 부여된 성별에 기반한 구분과 지적이 많았어요. 아동청소년기부터 그래왔으니 10대 초부터 몸을 감각하는 것 자체가 괴로워서 스스로를 마주하거나 돌보기 힘든 적도 종종 있었어요. 그러다 만난 큐리블에서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하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것을 함께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어서 몸과 마음이 너무 편해요. 운동으로 부각되는 많은 몸의 감각들이 이제는 점점 저에게 더 이상 불안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잘 연습하고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음 하네요.
정현 : 체대입시생 출신으로서 “여자애가 왜 이렇게 운동을 좋아해?” 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으로써 그 선입견 또는 편견을 깨부수고 싶어요.
Q. 큐리블을 통해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꼭 해야 하는 활동이 아니어도 좋으니 아이디어를 마음껏 남겨주세요. (하지만 구체적일수록 실현가능성이 높아지...겠죠?)
감자 : 다른 모임에서 시도하지 않을 다양한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독서 모임(완독)에서 편식하지 않고 여러 책을 접하듯이 큐리블 내에서도 편식하지 않고 여러 운동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각자에게 잘 맞거나 재미있는 운동을 발견할 수 있을 텐데, 그때의 쾌감은 그 무엇보다도 짜릿할 것 같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로 검도, 수영, 테니스, 스쿼시, 활, 사격, 유도 등을 한 번씩 해보고 싶어요.
림군 : 다 같이 스키 타러 가보고 싶어요 ㅎ...
소연 : 내년에 큐리블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은 겨울에 한라산 등반하는 것입니다.
소하 : 앞으로도 꾸준히 풋살도 하고 다른 운동도 고루고루 하고 싶어요.
슈미 : 올해 다른 풋살 모임과 친선 경기를 딱 한번 했는데 무려 졌어요. 다음에는 어떤 종목이든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습니다.
연수 : 큐리블에서 다양한 운동을 하며 구성원들이 신체적으로는 건강과 체력이 좋아지는 것, 정신적으로는 해방감을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 다양한 종목을 도전하며 사회에서 규정한 정상신체성이나 성별이분법의 범주에 계속하여 균열을 내고 싶습니다.
이안 : 큐리블과 함께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운동을 배워보고 싶어요. 보치아나 전동축구, 그 외에 비장애인들이 몰랐던 장애인 선수들의 운동을 배워보고 싶고요. 또 동생이 발달장애인 역도선수인데, 발달장애당사자에게 직접 운동을 배워볼 기회가 흔치 않은 것 같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장애인 운동(movement X, exercise O)선수나 대회를 참가하는 장애인 활동가들 중에서도 퀴어당사자들이 있을텐데, 기회가 된다면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정현 : 누구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운동해요.
Q. 마지막으로, 큐리블에 들어오고싶은 사람에게 한마디로 소개하고 홍보하는 시간 드리겠습니다.
감자 : 큐리블은 풋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퀴어 단체인 만큼, 당연하게도 풋살에 조금 더 비중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비중은 풋살 30%, 농구 15%, 배드민턴 15%, 등산 15%, 산책 15%, 기타 10%로 되어 있어서, 만일 ‘풋살 말고 다른 스포츠도 하고 싶은데….’ 라는 분이 계신다면 들어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하시면 됩니다. 하나로 귀결되거나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최대의 방안을 찾아 공리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는 게 큐리블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자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림군 : 운동 못하는데 가입해도 될까 걱정 마세요. 저희 그렇게 운동 잘하지 않습니다. 그냥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소연 : 마음이 지치고 힘드신가요? 그렇지만 집 밖으로 자기 자신을 꺼낼 의지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010-4906-7955로 연락주세요. 함께 운동하러 나온 만큼은 도파민 넘치는 시간을 보장해드립니다. 운동을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소하 : 운동하세요.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증진에 도움을 줍니다. 저도 초보에요. 초보 대환영. 함께해요.
슈미 : 저는 학창시절 내내 체육 꼴찌였거든요. 그래서 운동이란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는데 행성인의 큐리블이기 때문에 해보자는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저는 큐리블에서 왕초보 정체성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에게 왕초보 동지가 필요해요. 함께 큐리블해요 💛
연수 : 우리가 신체운동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권운동이 필요한데, 인권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신체운동을 해서 건강과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같이 운동하고 운동합시다!
이안 : 어머! 이 글을 보니… <운동>이 하고 싶어지셨다고요? 어서 오세요! 0_< 더 다양하고 많은 퀴어들과 함께 즐겁게 건강을 챙겨봅시다!
정현 : 잘 하고 못 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운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우리 같이 운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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