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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혐오/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 제정, 반차별 운동은 실천과 연대를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by 행성인 2010. 3. 2.


 


지난 2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반차별공동행동 주최로 차별금지법 상상더하기 포럼 ‘차별금지법 제정, 하지 말자는게 아니라 잘 해보자는 거지’가 열렸다. 이 포럼은 1부 ‘반차별공동행동의 고민, 어디까지 왔나’, 2부 ‘우리는 서로 어디에 와 있는거지?’ 그리고 3부 ‘다함께 차차차 - 전체토론’으로 구성되었고,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성인종차별반대공동행동, 장애여성공감,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2부에서 발제를 맡았다.



1) 차별금지법과 같이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와 우려를 짚어본다면?

2) 차별금지법 입법운동의 의미(와 우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 차별금지법 입법 등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3) 차별금지법 관련해 이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나눠볼까요?


반차별공동행동에서 보내준 위 세 가지의 질문을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토론회였으며 아래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고민과 이전 차별금지법 대응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여러 활동가들의 조언 그리고 개인의 고민을 더 해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냈다. 당일 토론회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토론회 이후 동인련은 총회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고민하기 위한 실천을 풀어내기로 결정하였으나 한 단체의 고민으로 큰 실천과 연대가 필요한 ‘법 제정’운동을 풀어내기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물론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교육, 고용 등에 있어서의 차별은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으며 보편적 인권을 위해서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운동을 끌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운동세력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과연 차별 사유, 차별 범주 등을 어떻게 설정하는 토론과 논쟁일까? 실천과 연대를 어떻게 만들고 끈질긴 싸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다짐일까? 그 고민의 시작을 이번 토론회의 발제문을 다듬어 올려본다.




 2007년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쟁점 그리고 투쟁에서 성소수자들은 물러섬 없이 싸웠다. 원안에서 삭제된 성적지향을 비롯한 여러 조항들의 복원을 외쳤으며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향해 거리의 시민들을 향해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드러내며 더 이상 차별반대의 목소리를 모아 외쳤다.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이 중요한 순간에 헌신적으로 활동했으며 10년이 넘은 한국사회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에서 2007년은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다. 그 이후 성소수자들은 촛불의 물결에서도 자신있게 민주주의와 인권의 회복을 외쳤고 차별금지법을 대응한 이후 성소수자 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상시적인 연대체인 무지개행동이 만들어지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성소수자들의 투쟁 활동은 반차별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 결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07년 11월 차별금지법 대응 활동 중 공동기자회견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10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하는 가장 큰 의미는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모순에 대해 연대의 폭을 넓히며 저항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차별을 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개인, 집단은 없다. 하지만 차별은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한다. 교육 내용에 있어서 정상과 비정상, 도덕적과 문란이란 기준으로 차별이 발생하고 있고, 노동현장에서는 작업 수행의 능력, 질병, 인종, 출신 국가, 비정규, 계약직 등으로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자신들의 기득권을 절대 놓지 않으려는 세력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범주를 세분화시키며 차별은 물론 부당한 감시와 통제의 끝을 놓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정치, 경제적 기득권 세력들도 자유, 평등,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자 차별 금지법,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기업 자율 경영, 평등 만능주의 등’ 웃어넘길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실제 이러한 말들이 사회적인 힘을 가지고 여론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이전 차별금지법 대응 운동을 통해 보았고 ‘법이 과연 필요한가?’하며 본질을 희석시키는 모습도 보았다.


 성소수자들은 교육, 노동에서 없는 존재인 것처럼 되어있고, 군 형법에서 범죄자로 낙인찍혀있다. 청소년 성소수자, HIV/AIDS 문제는 정상과 비정상, 도덕과 문란이란 잣대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공격을 받고 있다. 법과 제도의 한계는 분명하나 그 한계 안에서 인권의 이름으로 보호받고 더 이상 차별받지 않아야 하기에 차별금지법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준비한다면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을 포함해 흔히 사적인 영역으로 구분되어지는 결혼 유무로 인한 (고용, 노동 등) 차별, 주거에 대한 차별, 금융(보험, 연금을 포함한 계약 및 수혜)제도에서의 차별,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심도 있는 고민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들까지 담는 법안이라면 사회적인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고 논리를 만들고 연대의 세력을 넓히며 실천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법안 제정의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들은 많지만 실천과 연대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세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차별금지법의 제정 과정은 몇몇 활동조직, 서울 중심의 운동을 벗어나야 한다. 개별법이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과정을 중요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차별이란 단어로만 설명한 것이 아니라)억울하고 분한 경험을 전국적으로 경청하며 장애 인권의 가치를 최대치로 설정하며 차별의 문제를 깊게 발견해야 한다. 이를 모으고 구체화 시키며 법안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차이를 넘어선 다양한 조직들이 평등하게 결합하고 내용을 채우며 토론과 논쟁을 이어갔다. 물론 대중적인 다양한 실천도 함께 펼쳐졌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정치, 경제계와의 싸움, 전국적인 실천을 장애인들과 함께 만들고, 일반 시민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논리를 만들고 설득하는 등 여러 활동을 포함해 법 제정을 지지하는 법률가, 시민사회, 인권의 영역에서도 토론과 논쟁 그리고 설득을 이어왔다. 기나긴 7년의 시간을 하루하루 긴장하며 투쟁하고 설득하며 싸우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정되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면 앞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경험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차별금지법도 성소수자들은 물론,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자, 장애인,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 학력으로 차별을 받는 사람 등이 모여 억울하고 분했던 경험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법안을 만들었다. 나아가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조직하고 차별을 유지시키려는 세력에 맞서 싸우며 시민들을 설득시켜 나갔다. 이렇듯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 법의 필요성을 사회적인 이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만들고 이를 통해 반차별 의식(평등 의식)을 확산 시켜나간다면 제정 운동은 입법 운동을 넘어설 수 있는 운동으로 거듭날 것이다.



 올해 법무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작년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의 정부 답변에도 법 제정을 위한 TF를 만들겠다(만들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하지만 투명하고 실천적이며 도덕적인 정부라면 지금까지의 과정을 공개하고 조언을 듣고 토론을 하는 것이 먼저 진행되었어야 했다. 아마 현 정부의 차별금지법은 듣기도 받기도 싫은 ‘립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아마도 현 정부가 준비하는 차별금지법은 자신의 성과를 채우기 위한 빈껍데기 차별금지법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을 만드는 과정은 쉬운 과정은 아니며 더구나 ‘사회적 합의, 시기 상조’의 핑계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길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줄 것이다. 더구나 법이 만들어진다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바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그냥 숨죽이고 버텨내야할 고통이나 감당해야 할 인내로 받아들이고 살 필요는 더 이상 없지 않을까?




장병권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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