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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섹스. 그리고 청소년

by 행성인 2010. 4. 29.



이 얘기를 꺼내기 위해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내가 청소년 시기에 섹스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게이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남들보다 문란한 건 아닐까? 내가 갖고 있는 이 생각은 정말 나만의 생각은 아닐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유들을 하나하나 쳐내다 보면 결국에 끝까지 남는 것은 ‘청소년은 미숙하다’라는 편견이었다.


다양한 사회, 다양한 가정, 다양한 개인이 있는 것처럼 청소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이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수는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은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이 아닌 청소년도 있고 장애인 청소년도 있으며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강요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어른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청소년은 똑같이 미숙한 존재이고, 그래서 어떤 행동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는 이 사회의 인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섹스가 중독된다는 것 또한 청소년에게만 따라다니는 꼬리표이다. 청소년의 섹스가 금기시 되어야 할 이유가 ‘임신할 가능성’ 때문인가? 아니면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임신이 문제가 되지 않는 동성 간의 섹스는 괜찮다고 할 것인가?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중독되기 쉽기 때문인가? ‘사고’칠 위험이 크기 때문인가?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그런 걸 접하면 안 되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모든 이유를 다 포함하기 때문인가? 결국 ‘청소년이기 때문에’라는 단서만이 늘 붙는다. 실제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그때는 원래 그런 시기다’라고 단정 지어놓고서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나를 비롯해서 지금의 내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연애와 섹스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청소년은 어리기에 아직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이며 더불어 성 행위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도 아니라며, 도리어 죄책감을 주는 사회 분위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래왔고 지금의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청소년 시기는 ‘모자란 시기’가 아니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시기임에도 나이에 의한 굴레는 계속해서 청소년을 압박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미숙한 사람은 청소년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무시하고 편견에 대해 반성하지 않으며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다.

 
Anima_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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