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중파 텔레비전에는 ‘버젓이’ 남성 동성애자의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를 통해 나오고 있다. 이것이 계기였는지 시사 프로그램, 토론 프로그램에도 동성애 관련한 내용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4, 5월에는 대학생들의 레포트와 관련한 인터뷰 문의가 물밀 듯이 들어왔고,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저마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았던... 인권은 존중받아 마땅하기에...’ 등등의 이유를 가지고, TV 작가에서부터 언론사 기자, 대학생들까지 ‘동성애’는 올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일상적 삶을 사는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성애자’인 자신들이 어떻게 그들을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부분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자신과 다른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어렵게 하는 무수한 장벽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보통, 인터뷰나 자료를 요청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학교에서 쫓겨날 수도, 쫓겨난 동성애자들도 있고, 직장에서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이 있다.’고 말하면 놀라곤 한다. 현재 드라마를 통해 보이는 가족과 주변인들과의 갈등만 알고 있다가 삶의 이곳저곳에서 현실과 부딪히고, 더구나 차별받는 상황이 있다는 사실에 무지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2006년에 군대에서 한 군인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하자, 군 기피 목적으로 동성애자라고 거짓말 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성관계 사진을 요구했던 인권 침해 사실을 말하는 순간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군대, 가장 폐쇄적이자 ‘변화, 혁신’이란 자신들이 내건 슬로건조차 어색한 이곳에는 동성애자들의 성행위를 ‘닭들이 하는 짓’, 즉 ‘계간’이라 낙인찍으며 심지어 처벌하는 군 형법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에 있으나 국방부는 올해 초 기존 92조 계간 및 기타 추행한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을 2년으로 늘려 시행하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사무국으로 있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 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군 관련 네트워크)’는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동성애자를 차별 및 처벌하는 군 형법 92조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2차 탄원서 캠페인을 4월 말 시작했다. 이미 작년 1,500여명의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이번에 새로 바뀐 조항의 내용을 포함시켜 6월 10일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을 통해 이 조항의 위헌성을 다시 알리고자 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또 한 번 거리로 나갈 것을 계획하고 실천했다.


4월 24일 서울경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후원주점, 종로 게이업소 캠페인, 4월 25일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증진 거리 캠페인에서의 탄원서 캠페인, 5월 1일 120주년 세계 노동절 참가 및 탄원서 캠페인, 5월 2일 이주노동자 노동절 대회 참가 및 탄원서 캠페인, 5월 16일 전국교사대회 참가 및 탄원서 캠페인,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인권영화제 장소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탄원서 캠페인, 인디포럼 영화제에서의 탄원서 캠페인, 5월 29일 종로 게이업소 2차 캠페인, 6월 5일 군형법 92조 위헌결정 촉구 ‘동성애 차별 싹! 지우는 날’ 집중 캠페인으로 오후 2시부터 탑골공원 시민 캠페인, 오후 4시부터 서울 LGBT 영화제 장소인 서울아트시네마 탄원서 캠페인, 오후 9시부터 한 시간 가량 성소수자 번개, 오후 10시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종로 게이업소 3차 캠페인으로 거리 가판, 업소 순회 탄원서 조직 캠페인, 6월 12일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에서의 탄원서 캠페인 그리고 온라인 홍보.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가판을 깔고 탄원서를 받았고 소리 높여 차별 조항의 삭제를 위한 탄원서를 내밀며 동참을 호소했다. 탄원서 캠페인을 하며 수많은 감동의 순간을 만났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외친 캠페인에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어머니의 소중한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차근차근 설명을 하는 활동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경청하는 순간도 맞이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쳤던 노동절 집회에서의 캠페인에서는 연신 가판으로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줄 잇는 탄원서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후원주점과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에서는 성소수자들의 든든한 친구 이주노동자들이 가판으로 찾아와 설명을 듣고 탄원서에 서명을 해주었다. 또한 6월 5일 집중 캠페인에서는 더운 날씨임에도 서명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사다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



캠페인은 무엇보다 성소수자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참여로 가능할 수 있었다. 그들은 유인물을 들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쉽지 않은 설명임에도 적극적으로 설득시키고 가판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목청껏 ‘동성애자, 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한다면!,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들의 사랑을 지지한다면!’ 가판으로 와 서명을 해달라고 쉼 없이 외쳤다. 더구나 종로 게이업소에 찾아가 우리를 차별하는 조항을 없애기 위해 동참을 호소할 때 서슴지 않고 동참한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의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 소중했다. 또한 인권단체들과 성소수자단체들에서도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저마다 회원들이 탄원서를 직접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기도 한 모습은 꼭 기억해야 할 순간들이다.


6월 16일 헌법재판소에 2,469명의 동성애자 차별 반대, 계간 조항 삭제의 목소리를 모은 탄원서가 제출되었다. 한국사회 유일의 동성애 혐오 조장 조항, 동성애자 차별 조항인 군형법 92조는 반드시 위헌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그동안 거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저마다 삶의 공간에서 이 조항의 위헌결정을 기다리지는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번 캠페인은 앞으로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동성애자를 차별하려는 세력들에 맞서 더 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장병권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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