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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동인련MT후기 -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한여름의 1박 2일

by 행성인 2010. 9. 7.

 

한여름의 더위가 작열하는 8월 21일, 1박 2일 일정으로 동인련MT가 있었다. 동인련에 가입하고 나서 처음으로 가는 MT인지라 기대감을 안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곧 사람들을 만나고, 출입국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인천공항을 지나서, 목적지인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근처 펜션에 도착했다.

 

펜션에 짐을 풀고, 곧 첫 프로그램인 자기소개의 시간이 있었다. 이미 계속 봐 와서 친근한 얼굴들도 있고,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1박 2일 동안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들과 저녁, 뒤풀이, 그리고 다음날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할 임무분담을 한 다음, 엄연히 바닷가에 왔으니 바닷물을 몸에 적시지 않을 수 없어 근처 왕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끝물이긴 하지만 휴가철인지라 해수욕장에는 많은 인파가 있었다. 근처 파라솔에 자리를 잡고, 망설일 새도 없이 입수! 처음에는 나와 몇 사람들만 물속으로 들어왔지만, 곧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물속에서 물싸움도 하고, 여러 가지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처음 자기소개 할 때의 어색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펜션으로 돌아와 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조금은 민망한 자세를 보여줬던 몸풀기 게임이 끝나고, 본 프로그램인 조별 상황극 만들기가 있었다. 우리 모두 성소수자이긴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더욱 소수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상황극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속한 조는 MTF트랜스젠더를 주제로 했다. 여주인공은... 내가 되었다. 여자 같지 않은 MTF트랜스젠더를 상정해 놓은지라 별도의 메이크업은 하지 않은 상태로 의상을 공수해 여장을 하고, 곧 어설프긴 하지만 많은 웃음을 안겨 준 연기를 했다.

 

비록 웃으면서 끝낸 상황극이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만약 진짜 그렇게 여자 같지 않은 MTF트랜스젠더라면,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편견에 가득 찬 시선을 받고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비하적인 말들을 듣는다면 얼마나 좌절하고 위축될까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외에도 동남아에서 온 이주 레즈비언 여성 등 우리 커뮤니티 내에서도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상황극으로 우리가 가진 편견을 드러내며, 그 사람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많은 웃음을 주고 때로는 빛나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상황극이 끝나고, 드디어 이번MT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뒤풀이의 시간이 되었다. 모든 MT가 그렇듯, 한쪽에서는 고기를 굽고, 다른 한 쪽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각자는 서로 다른 배경, 서로 다른 나이, 서로 다른 정체성,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즉 누군가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생 게이였고, 누구는 나와 같은 대학생 레즈비언이었으며, 누구는 직장에 다니거나 자기 사업을 하는 양성애자여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동인련 회원이라는 이름 아래 그 다른 이야기들을 성소수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으로 엮어낼 수 있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였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유쾌하면서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던 이날 밤은 정말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늦은 밤, 한 청소년 친구와 사람이 별로 없는 어두운 바닷가를 파도소리를 배경삼아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그 나이 때에서 한번쯤 고민할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와 장래 계획,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불안 등에 대해 말했고 나는 내 경험을 들려주었다. 서로 공감할 수 있었던 잠깐의 시간은 나로 하여금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회상하게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청소년 친구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은 그때의 나와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듯하다.

 




다시 펜션으로 돌아온 나와 그 친구는 남은 술과 고기를 먹으며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동인련이라는 이름 아래 수다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아침이 밝고, 마지막 단체사진과 함께 1박 2일의 동인련 MT는 끝이 났다. 그리고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2박 3일이었던 지난 워크샵에 비해서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굳이 각종 프로그램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던 MT이지 않았나 싶다.

 

아마 내년에도 동인련 MT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는 처음 참여한지라 많은 사람들을 알지도 못했고 내 이야기를 그리 많이 하지도 못했지만, 아마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하다. 아마도 그러려면, 앞으로 정말 많은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게이총각 _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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