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기적>, 그리고 ‘나와 당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열다섯 번째 발걸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일숙 씨와의 인터뷰
4월 28일 저녁, 달달한 봄 향기 가득한 딸기를 들고 인권운동 사랑방 사무실을 찾았다. 2011년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올해 열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서울인권영화제가 열리는데 개막작으로 다큐멘터리<종로의 기적>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선정된 이유도 궁금했고 사무실에서 연신 바쁘게 움직일 활동가들도 만나고 싶었다. 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는 일숙 씨를 만나보았다.
병권_ 일숙 씨 안녕! 영화제 준비하느라 바쁜데 시간 내줘서 너무 고마워요!
일숙_ 내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인터뷰 잘 해 봅시다.
병권_ 사실 밖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거나 술을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영화제 준비하는 분들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 응원도 하고 싶어 사무실에서 보자고 했어요.
일숙_ 오늘은 회의도 없는 날이고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날도 아니지만 자원 활동가들이 모일 때는 사무실이 꽉 찰 정도로 모여요. 이번 인권영화제 자원 활동가 신청을 무려 100명이 넘게 했는데 사실 너무 많아도 부담스럽더라고. 그리고 인권영화제는 다른 영화제하고는 다른 측면도 있기도 해서 전체 메일을 한번 뿌려봤어요.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도 있었고 이번에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뭐 현실적인 상황을 담아 보냈더니, 50명으로 줄어들었어요. 그래도 사무실에 준비모임을 하면 3,40명이 모이니까 준비하기 힘든 점도 있어요. 그래도 활동가가 많은 건 좋은 거죠.
병권_ 하긴 누구한테는 여타 다른 영화제와 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할 것 같고, 그야말로 ‘인권’을 다룬 특별한 영화제로 보이기도 할 것 같은데 인권영화제가 가지는 독특한 색깔이 있지 않을까요?
일숙_ 인권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라는 게, 사실 영화의 작품성도 담보하면서 인권운동도 해야 하니까 쉽지는 않아요. 개막부터 폐막까지 인권운동을 하기 위한 영화제가 바로 인권영화제에요. 상영되는 작품들은 인권 문제를 다뤄야하고, 무료 상영을 하는 것은 돈 없는 사람들도 영화를 봐야하기 때문인 거고, 거리 상영을 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심의 혹은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죠. 영화제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 데 개인 후원을 받는 것은 국가나 기업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그런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주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지켜가야 하죠. 과정 자체가 인권운동의 방식으로 치러져야하는 것이 인권영화제에요.
병권_ 전 인권영화제에서 소개된 <레드헌트>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엄청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가 97년인가 98년이었나 싶은데 대학에 들어가서 현대사 책을 보니 제주 4.3항쟁이 있더라구요. 책에서 본 내용이 화면 가득 사람들의 증언이나 학살 현장들로 보이니까 놀라기도 했어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나오신 분중에 얼굴 아래, 턱이 없는 할머니가 나오는 거예요. 당시 인권영화제가 <레드헌트> 상영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영화제에서 꼭 이야기해야하는 주제들이 나온다는 건 인권영화제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해요. 인권영화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의미가 궁금한데요.
일숙_ 96년도에 처음으로 영화제라는 방식을 통해서 인권운동의 영역을 넓히고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었어요. 처음 할 때는 인권활동가들도 별로 없었고 잘 모르기도 했고, 그래서 영화인들과 함께 만들어서 열렸어요. 3년이 되는 때부터 인권운동 사랑방에 영화제 사무국을 두고 1년에 한 번씩 상영했었죠.
저는 4회 때 자원 활동가를 했었고 5.5회 때 상임위를 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민가협에서 활동을 하다가 인권운동 사랑방으로 옮겼는데, 활동비로는 생활이 어려워서 한 4년 간 활동을 접고 직장 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10회 때 다시 자원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구요.
영화제 초반에는 한국사회에서 인권영화제가 가능하겠느냐라고 의문을 던진 사람들도 많았지만 현재는 잘 운영되는 것 같고 국내 작품들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어서 영화제가 잘 치러지고 있어요. 사실 상영할 작품이 있어야 영화제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2008년부터 국가기관의 추천제를 반대하면서 거리 상영을 하고 있어요. 인권영화제는 영화제에 방점이 있다기 보다는 인권이 중심이니까, 보통 극장에 앉아서 보는 영화제들과 다르게 거리에서 대중들과 직접적으로 인권 이야기를 하며 만나는 의미도 있는 거죠.
병권_ 몇 년 전 부터 인권영화제가 차별, 노동, 장애, 세계화 등 하루하루 주제를 잡아 작품들을 묶어서 상영을 하더라고요. 영화제가 발전하는 하나의 방향이라고 보이고요. 올해는 차별-저항-거리, 자본-노동-거리, 핵-평화-거리, 민주-주의-거리 이렇게 나뉘더라고요. 보니까 거리라는 말도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이번 인권영화제 주제가 ‘나와 당신의 거리’이던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15회 서울인권영화제 포스터
일숙_
올해 주제, 슬로건을 정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작년 슬로건(“당신이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이 너무 좋았고 사람들한테 인기도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한 달간이나 논의를 했는데도 안 나오는 거예요. 작년 슬로건을 이을 수 있는 거면 더욱 좋겠는데 생각은 잘 안 나고. 작년 슬로건을 계속 가져가자는 이야기도 있었고 ‘지금은 거리상영 중’이라고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도 있었어요. 회의를 거치면서 영화제 안에서도 밖에서도 어느 정도 ‘거리(감)’라는 게 있고 우리(영화제)는 ‘거리’에서 상영 중이고 이런 것을 중의적인 표현으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서대문 횡단보도에서 딱 생각이 나는 거에요. 그래서 자원 활동가들과 논의해서 결정했어요. ‘나와 당신의 거리’로.
한 해 영화제 주제를 잡는 회의를 할 때도 그렇고, 어디를 가서도 매번 느끼지만 사람들이 똑같은 현안, 문제를 바라보지만 머리속에는 서로 다른 것에 집중하기도 하죠. 그동안 거리 상영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우리가 만나는 거리, 그리고 우리가 차이를 느끼는 그 거리나 거리감을 표현하면 어떨까 싶었던 거죠. 그렇다면 그 차이, 거리를 용기를 내서 이야기해보자. 사람들을 만나는 거리에서 그대로 생생하게 열어보고 만나보자. 사람이 만나고 접촉이 돼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는 것처럼요. 그리고 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을 보면 몰입해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영화보다는 자기 안에 몰입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계속 자기를 성찰하면서 영화를 보는. 그래서 작품과 관객과의 거리, 영화의 주제와 사람들 개개인의 삶에서 오는 거리, 차이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주제를 그렇게 잡았어요.
병권_ 길거리, 사람과의 거리, 인권영화와의 거리, 인권과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올해 인권영화제 주제인거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종로의 기적>이 개막작이 된 건가요? 성소수자 이야기이고 더구나 국내작이어서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일숙_ 보통 개막작은 해외작으로 했어요. 이번 폐막작인 <파이프>가 개막작 목록에 있었는데 <종로의 기적>을 선정한 이유는 우선 작품이 좋고 영화제 심사위원들도 반응이 좋았어요.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모두 그랬으니까요. 게이로 불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커밍아웃한다는 것이 좋았어요. 배우들과 감독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쏟아내는 작품을 인권영화제에서 힘을 실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리고 동성애자만을 위한 법은 아니지만 차별금지법 운동도 있고 인권영화제가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런 거라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았어요.
병권_ 인권운동 측면에서도 성소수자 운동을 볼 필요도 있고, 더구나 작년에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들이 전면에 드러난 계기도 있고, 그것에 맞선 운동들도 성소수자 운동 진영에서는 중요한 것이기도 했어요. 성소수자 운동을 주목해 보자는 의미에서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도 있겠네요.
일숙_ 사실 (혐오, 차별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 뭐가 문제인건지 우리 내놓고 얘기해보자는 것도 있어요. 이 다큐를 통해 실제로 동성애자들 자신이 삶을 말하고 있잖아요. 이 작품이 빛나는 것은 배우들과 감독이 당당하다는 거예요. 배우들이 화면을 보고 씩씩하게 이야기한다는 거죠. 배우들이 카메라를 본다는 것은 관객을 본다는 거예요. 나와 당신과 어떤 거리가 있는지 당당하게 물어보는 사람들을 관객들이 만난다면 아마 관객들도 자기 자신에게 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나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하고요. 이건 인권운동의 정신에도 맞는 거죠. <종로의 기적> 출연배우들이 당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어떤 기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이 작품에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용기 없이는, 치열함이 없이는 오를 수 없는 경지 아닌가요? 대단한 작품입니다.
병권_ 너무 좋은 이야기인데요.
일숙_ 생각해 봤지. 우리가 왜 <종로의 기적>을 개막작으로 했을까? (하하하)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티저포스터
병권_ 다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이야기는 어떤 거예요? 그리고 이혁상 감독한테 문자가 왔는데 여배우들 중에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물어보네요. (하하)
일숙_ 배우들이 씩씩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자기 연인들을 많이 사랑하데. 그리고 뭐.. 누가.. 예쁘냐구? 뭐.. 사실.. 아무도 예쁘진 않아.
병권, 일숙_ 하하하
일숙_ 다큐를 보니 내가 연애할 때도 저렇게 사랑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귀엽게 연애를 하더군요. 특히 욜이 ‘너무 귀여워. 내가 어디서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겠어. 키 작고 통통한 애를.’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니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남을 사랑하는 걸 아끼거든요. 이 다큐에서 연애하는 두 사람을 보니까 자기 분신처럼 상대방을 사랑하는 거예요. 그게 인상적이었어. 내가 부끄러웠다니까! 그리고 욜이 결혼식장에 다녀온 후 거리를 걸으면서 ‘결혼을 축하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싶지...’ 그 대사가 막 짠했어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고요. 욜이 파트너한테 ‘어디 동성결혼도 안됐는데 집에 누워있어!’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병권_ 저는요?
일숙_ 심심했어요.(하하하) 병권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는데 저 사람이 저렇게 성실했나하고 느꼈어요. 그리고 다큐에 보면 공항에서 빠이빠이하는 장면 있잖아요. 어느 층으로 내려가서 어디로 가면 어디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애인한테 말하는 장면.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연애하면서도 성실하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얌전하면서 섬세하더라고요. 고장 난 냄비를 붙잡고 조이고 냉장고도 섬세하게 닦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욕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비누칠까지도... (하하하)
병권_ 그렇게 씻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샤워를 하고 말죠!
일숙_ 연출된 거군요! 웃통을 벗었는데 왜 샤워를 안 하고 저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아, ‘저 빨간 팬티 끈도 연출인가?’ 했다니까요.
병권, 일숙_ 하하하하하
병권_ 영수 형이나 준문은?
일숙_ 영수씨 부분에서 지보이스 단장님이 ‘얜 없어도 되는 애야’ 그러잖아. 웃기면서도 뒤에 상황을 보니 안타타깝고 짠했어요. 그리고 영수 씨는 욕쟁이잖아요. 그런데 귀엽더라고요. 욕하는 게 마치 자기 삶에 추임새처럼 보였어요. 어쩜 그렇게 싫지 않고 귀엽게 할 수 있을까. 재미로 예쁘게 아기자기하게 말하고 사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요리도 잘하는 분이었고요. 준문은 너무 진지해 보였어요.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감독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고요. ‘이 다큐를 찍고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마다 하루하루 매 순간을 자신을 사랑하는 진한 향기가 느껴졌어요. 다른 다큐멘터리들이 다루는 투쟁하고 결의에 차있는 모습들이 아니라, 물론 그 사람들도, 그 사안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니까 나온 거지만, 뭔가 촉촉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게 인상적인 거죠.
감독이 4명의 캐릭터를 잘 잡은 거 같아요. 이미 서로 어느 정도 네트워킹이 되어있었으니 작품이 잘 나온 거 같아요. 자기랑 친밀감 있는 사람을 다루다보면 개인적으로 흐를 수가 있고 위험한 고비도 많았을 텐데 그 질곡들을 잘 넘긴 것 같아요. 감독 자신의 여러 인간 군상을 4명으로 잘 빚어서 나온 것 같기도 하구요.
병권_ <종로의 기적>은 19일 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에 6월 2일에 개봉을 해요. 뻔한 질문이면서 홍보를 위해 꼭 필요한 질문인데요. <종로의 기적>을 왜 꼭 봐야 할까요?
일숙_ 어떤 영화를 꼭 봐야할 이유는 없죠. (하하)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를 보는 건 좋은 거죠. <종로의 기적>은 운이 좋은 거 같아요. 어떤 기운을 타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인권영화제가 더 큰 기운과 에너지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권영화제 브로셔에도 썼지만, 이 영화가 실제로 <종로의 기적>이 낙원동, 낙원에서 보내는 게이들의 삶이라고는 하지만 기적은 이성애자들에게 일어날 것입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차이가 차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다큐이고 자기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종로의 기적>을 볼 수 있어요. 다큐를 보고 자기가 무엇을 느끼는지 자기 안에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방향을 찾을 수 있게 힘과 용기를 주는 창조적인 다큐이고요. 내 눈앞에 별이 안 보인다고 진짜 별이 없나? 정말 다양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다양한 삶이 있다고 보여주는 다큐인거예요.
병권_ 와~ 감동인데요. 고마워요. 왠지 뿌듯해지는 기분인데요.
일숙_ <종로의 기적>을 개막작으로 선정한건 아주 잘한 일이에요. 다만 누가 와서 깽판 부릴까봐 걱정이 되기는 해요. 그것도 표현의 자유란 이름을 내걸면서. 현장에서 맞짱 뜨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동인련 회원들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이 와서 함께 영화를 보면서 즐겼으면 좋겠어요. 긴장할 수 있는 상황도 함께 대응하구요.
그리고 인권영화제는 개인의 후원을 받아서 하는 것이다 보니, 후원인중에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인권영화제의 정체성을 숨길 수는 없죠. 쓸데없는 걱정이기도 하지만 걱정이 되긴 하더라고요. 그런 걸 겪는 순간이 지금인 것 같아요. 인권영화제의 몫이기도 하구요. 꼭 동성애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주, 청소년 등의 주제들도 마찬가지겠죠. 인권영화제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여러 주제에 나온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고 중요한 인권 사안들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권영화제가 있는 이유인 것 같은데 고맙기도 하구요. 인권영화제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종로의 기적> 다큐 말고도 다른 주제들을 다룬 영화들에 나온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고 그런 사안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이기도하고.
인터뷰를 함께 일숙과 병권
병권_ 인권영화제에 관객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고 영화제가 잘 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다양한 인권이 존중받으며 숨 쉴 수 있는 씨앗을 인권영화제를 통해서 만들 수 있을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일숙_ 병권에게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거든요. 인권운동 사랑방에도 돋음 활동가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활동도 해요. 다들 참 대단해 보여요. 피곤하잖아요. 시간을 쪼개 써야 되는데.
인권영화제를 소개하고 제가 <종로의 기적>을 어떻게 봤는지 내 스스로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인터뷰를 하게 돼서 영광이고 기뻐요. 아쉬운 게 있다면 <종로의 기적>이 좀 더 빨리 나왔더라면. 지금보다 늦으면 안 되는 거였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만든 ‘연분홍치마’라는 단체가 전 좋아요. 감독들이 개인의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이 시대가 필요한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데 감독들이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고민하는 제작의 모습이 좋아 보여요. 그래서 연분홍치마가 무엇을 만든다면 힘내라하고 의견도 주구요. 그렇게 해서 나온 <종로의 기적>이 있어서 고맙죠. 탁월한 작품을 국내작으로 인권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감독이나 배우들이나 나온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이어서 <종로의 기적> 다음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동성애자의 삶이 기적이 되면 안 되잖아요. 일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성소수자 운동하는 사람들, 성소수자들이 인권영화제를 통해 계속 만났으면 좋겠어요.
병권_ 저는 동인련 활동을 하면서 인권영화제를 접하고 처음 본 영화는 <사랑의 정치>였어요. 활동가와의 대화를 해달라고 요청 받아서 갔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고 ‘아...무언가 줄곧 꾸준하게 노력하고 싸우면 얻는 것이 있구나’를 느꼈어요. 그리고 작년 동인련에서 가판을 하면서 인권영화제를 보니 흔히 극장에서 보는 모습과는 다른 거예요. 사람들이 나이가 많든 적든, 직업이 무엇이든, 인권운동에 관심이 있든 없든, 마로니에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고 인권 영화를 본다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인권 영화를 본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권영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슴에 하나씩 무언가를 들고 가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개막식 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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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리 _ 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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