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제닝스의 <예수가 사랑한 남자>
이 글은 6월7일 <예수가 사랑한 남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테드제닝스 교수의 인사말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번역문을 정리한 것이라 원본이 있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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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영광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또한 오래 전부터 시카고신학대학원에서 훌륭한 학자이자 저의 친구 되어주었던 김창낙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민중의 투쟁과 열망을 신학적 성찰의 장으로서 일깨우는 데 많은 공로를 세우신 민중신학자 서광순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백소영 교수님과 정혜윤님께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논란이 많을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는 결정으로 <예수가 사랑한 남자>의 한국어판 번역을 지원해주시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에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불어 한국의 지적 문화에 다년 간 큰 기여를 해 주시고 정의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노력해주셨던 동연출판사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동연출판사에서는 저의 친구이자 동료인 서보명씨의 <대학의 몰락>을 최근 출판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번역해주신 박성훈님과 카이로스의 동료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또한 오늘밤 저의 통역사가 되어준 젊은 ‘아름다운 학자’ 해밀(김정엽)씨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해밀씨는 미국에서 공부중인 학생이자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Rateen의 활동회원입니다.
또한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사회 각계각층의 여러분들, 그리고 앞으로 저의 친구가 되어주실 새로운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성소수자 인권과 존엄성을 위한 투쟁에서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분께 제공해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1994년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 저는 이미 한국의 민중신학자들의 독창적이고도 용기 있는 작업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분들 중에서는 지금 이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건물의 이름이 되신 안병무 신학자님도 계시죠. 억압과 폭력 그리고 탐역에 짓밟힌 자들에 대한 이 신학자분들의 헌신은 저뿐만 아니라 복음의 진리를 담아내려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민중과 함께 살고, 일하며,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기나긴 투쟁과 ‘한’ 그리고 희망을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민중으로부터 배우려는 민중신학자들의 노력은 인류의 신학을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시카고신학대학원의 훌륭한 동문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2001년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저의 친구 서보명씨 덕분에 저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용감한 젊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근 10년 간 저는 그들의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동인련(동성애자인권연대)의 사람들은 성소수자 인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억압받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하는,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급진적인 연대에 뜻을 함께하는 바입니다. 또한 그들이야 말로 민중운동의 참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책 <예수가 사랑한 남자>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지난 40년 동안 신학자로서의 제 작업은 언제나 두 가지 핵심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복음을 공포와 혐오에서 해방시키고, 또 혐오를 분열와 지배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지배층)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경우에 복음은 예수를 멸시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정치적·종교적·사회적·문화적 권력에 봉사하기 위한 도구로 쓰여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복음의 참된 뜻을 찾고자, 가난한 자들, 고통 받는 자들, 그리고 종교인·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지탄 받아 목소리를 잃고 교회와 사회로부터 무시받는 자들에게 ‘목소리’를 찾아주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저는(열여섯 권중) 세 권의 책을 동성애차별적(호모포비아적)인 성경의 오독에 맞서기 위해 써왔습니다. 저는 성경을 사랑하기 때문에, 복음이 혐오와 공포의 힘으로 왜곡되었을 때 침묵으로만 일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왜 동성애 차별에 대항한 투쟁이어야 할까요? 바로 성소수자 민중들의 ‘한’때문입니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교회와 사회에서 “게이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와 같은 말을 듣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경은 차별받고 멸시당하는 자들을 위한 구원이 아닌 학살을 위한 무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한국의 젊은 성소수자 친구들이 저에게 묻곤 합니다. 왜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을 그렇게 싫어하냐구요. 저는 그럴 때마다 ‘너희를 싫어하지 않는 기독교인들도 있다’고 말하려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기독교인들이 침묵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들은 성소수자인 너에 대해 두려운 게 아니라, 무지와 혐오로 가득찬 폭력의 목소리가 두려운 것일 겁니다. 그러나 이 침묵은 차별의 목소리보다 더욱 더 큰 폭력(피해)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침묵은 모든 기독교인들, 그리고 기독교 자체가 인간 존엄성의 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침묵은 성소수자 민중을 혐오와 공포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사람들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놔둡니다. 또한 이 침묵은 그 당시 종교·지도층에 의해 박해받았던 메시아 예수의 복음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침묵은 곧 죽음입니다. 따라서 저는 침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음이 성소수자 민중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포함한 세 권의 책을 쓴 것입니다.
이 책은 동성 간 사랑을 긍정하는 신약성서의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예수님은 동성애를 죄악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를 치료해달라 간청하는 백부장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예수님은 성소수자를 공격하는데 너무나도 많이 쓰였던 ‘가족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삼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제도에 대해 차별의 장소로서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하죠. 요한복음에서도 예수는 다른 남자, 즉 예수가 사랑했던 제자의 연인으로 그려집니다. 제 생각에는 이 복음의 저자가 예수를 성애적인 의미에서의 연인으로 그려내서 복음(요한복음1:14)의 시작에도 나오는 급진적인 주장을 좀 더 명쾌히 보여주고자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장은) 바로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어떤 죄인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동성애 혐오가 죄악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 책은 논쟁의 여지가 많겠습니다만, 공포와 혐오의 목소리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한,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성경을 읽어나가기 위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이 행사가 책 소개 행사 이상의 자리였으면 합니다. 저는 이 행사가 더욱 더 정의로운 사회, 더욱 더 진실한 교회를 위한 또 다른 한 발자국을 밟아나가는 자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목사, 신학자,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그들의 주님처럼, 율법주의적이고 직해주의(근본주의)적인 공포와 혐오의 목소리에 박해받는 사람들과 굳건히 연대할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랍니다.
저는 또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이 사회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용감하고 믿음직한 지지자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이 책의 조그마한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성소수자 차별적인 사회와 교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한을 풀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도 바울의 말씀 중에서 ‘너희 지체를 정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드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정의와 자비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또한 이 책이 민중신학의 훌륭한 역사 그리고 모든 차별받고 멸시당하는 사람과의 (민중신학의) 연대에도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차별받고 멸시당하는 사람들과 투쟁하며 권리를 되찾는 메시아적인 새로운 헌신이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월7일 한백교회 출판기념회에서. 테오도르 W. 제닝스
통역 : 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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