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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소식

동성애자인권연대에 상근 활동가가 생겼어요!

by 행성인 2011. 10. 11.

동성애자인권연대에 상근 활동가가 생겼어요!

10월 4일, 부리나케 사무실에 도착해 발송해야 할 HIV/AIDS 전시회 포스터 개수를 세어보니 230개가 넘는다. 저 무거운 우편물을 어떻게 들고 가야하나... 다행히 욜과 낑낑거리면서 우체국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다시 돌아와 내일 긴급하게 잡힌 기자회견 발언자를 섭외하고 내일 오전에 열리기로 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사무국회의를 조금 옮겼으면 좋겠다는 문자들을 주고받는다. 그리고는 오늘 열릴 학생인권조례 대응 성소수자 3차 긴급번개 안건지를 만들었다. 담배하나 물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지용씨에게서 전화가 온다. 애물단지 동인련 홈페이지를 개편하기 위해 미팅 약속을 잡았다.


9월 19일부터 시작된 상근 활동이 3주차를 맞이합니다. 일복이 터졌는지 서울시교육청에서 준비한 서울학생인권조례안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초안에서 빠지면서 분노한 성소수자들이 모여 대응하는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민주당 박은수 의원실에서 발의한 차별금지법의 대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지향이란 단어가 ‘성적평등’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바뀌고 법안의 내용도 부실합니다. 이 역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통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성소수자를 둘러싼 여러 연대 활동에 함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무실로 출근해서 여러 업무를 보는 전일 상근자 즉 상근 활동가를 두기로 한 것은 연대 활동을 잘 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동인련 활동의 밑거름이 되는 회원, 후원회원 가입자를 확인하고 CMS를 등록하고, 출금 동의서, 메일, 연락처 등을 관리하며 사무실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역할이 지금 동인련에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동인련 활동을 지지하며 회원, 후원회원으로 함께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면 더욱 상근 활동가가 필요합니다.


올해 초 동인련 총회에서는 올해 반드시 전일 상근자를 두겠다는 ‘결의’를 밝혔습니다. 동인련이 97년 생겨난 이후로 처음으로 말입니다. 회원들과 후원회원들이 주변 친구들에게 동인련을 소개하고 동인련이 진행하는 캠페인, 여러 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동인련 후원을 조직하자고 했습니다. 다행히 올 6월 욜과 병권 그리고 동인련 회원들이 얼굴을 드러내며 출연한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이 개봉을 하고,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동인련 회원 10명을 인터뷰한 책 <후천성 인권 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가 출간되며 후원자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회원, 후원회원 조직에 더욱 자신감이 붙었지요. 신입회원 ‘디딤돌’ 참여자 숫자가 늘어나 올해 두 번이나 열렸고, 이번주 또 한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성소수자 노동권팀에서 준비한 20대 성소수자 모임 ‘띵동’도 아기자기 여러 활동을 기획하며 참여자 숫자도 늘어나고, 8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술대회 (아이캅10)에서도 동인련 활동을 지지하며 가입한 후원회원들도 있었습니다. 9월 서둘러 상근 활동가를 마련하게 된 계기도 위에 열거한 여러 활동들을 통해 가입한 동인련 회원, 후원회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상근 활동을 준비하면서 몇몇 단체들의 상근 활동가 처우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출근시간, 활동비, 휴가, 4대 보험 등을 들으면서 현재 동인련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조금 더 후원을 조직하면 상근 활동가 1명이 아니라 2명, 3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현재 월, 화, 목, 금 일일 상근도 유지하면서 여러 명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거운 동인련 사무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해 목표한 100명의 신규 회원, 후원회원 조직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9월 19일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고 새로 마련한 컴퓨터 앞에 앉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회원, 후원회원 메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여러 축하와 격려의 메일, 문자도 받았습니다. 동인련 활동에 새로운 활력이 되길 바란다는 회원의 글, 일하면서 힘들면 게으름도 피우라는 후원회원의 글들을 받아보며 힘을 내어 차근차근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졌습니다. 전일 상근이 생긴다고 모든 것이 확 변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활동에 힘을 쏟는 동인련에 생기를 불어넣는 상근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한 명, 두 명, 세 명... 여러 상근 활동가가 생길 수 있도록 회원, 후원회원을 조직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병권_ 동성애자인권연대 상근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