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유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안녕하세요! 동인련에 연을 맺고 처음으로 웹진에 글을 올려보는 무유입니다. 저는 2012.08.17.~31까지 『무슨 일 하세요?』 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이 글은 프로그램 후기입니다.


자신이 일하는 환경에서 앞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무슨 일 하세요?』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내용이 진행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소수자도 행복하게 일하는 직장생활은 필수! 우리는 경매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가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입찰에서 각 35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원아파트와 복지(휴식공간, 놀이터)가 잘 되어있는 직장을 선택했습니다. 사내에 어린이집이 있는 직장은 끼워 팔기로 얻었고요! 야호!


성소수자와 관련된 가치가 아니라 복지에 관련된 가치를 선택한 것은 먹고사는 것이 안정되어야 다른 사람과 다른 일에 관심도 두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수자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상(上)편에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無恒産無恒心)는 말이 생각납니다. 항상 하는 일이 있어야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다시 말해서 질 좋은 일자리에서 꾸준하게 일하며 먹고사는 것이 우리가 바른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기초한다는 것이지요. 질 낮은 일자리, 비정규직, 낮은 임금, 민영화, 금융, 무역의 자유화가 이루어지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항심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하여 조금이라고 살고 싶은, 앞으로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어보고 싶어 복지세트를 선택했습니다.


무유가 선택한 사원아파트와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직장



나이 서른에, 마흔에, 아흔에 복지사회에서 사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20xx년 xx년 xx일. 미래의 일기 

나도 나이에 “ㄴ” 밑받침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먹고 살아가는 문제에 정신이 없었겠지만 나는 생활에서 불편함은 거의 없다. 오늘은 내가 다니는 회사 자랑을 해보겠다. 나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사원아파트와 사내 식당이 있어 세끼 모두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사원아파트는 독신자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함께 살 수 있다. 물론 사실혼 관계의 동거도 가능하다. 회사에서 다양한 문화생활도 함께하기 때문에 먹고, 재미있게 사는 걱정은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 회사는 이익집단이라기보다 소규모 공동체처럼 변했다. 노조가 없어도 회사의 지분을 사원들이 소유하기에 모두가 주인이고 고용안정성도 갖게 되었다. 이 작은 공동체 사람들은 다중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어서 과거보다 강한 유기체가 되었다. 어디엔가 있는 소수자가 아니라 내 옆에서 일을 하고 양갱을 나눠주는 소수자이기 때문인 것 같다. 차이가 있지만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 물론 회사의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새로운 왕조의 탄생, 국가 해체의 주인공 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실제로 강한 진입장벽과 구분 짓기로 이질성을 가지기도 한다. 주변에 보편적복지가 확립되지 않은 회사에 노동자들도 많지만 그 개념과 시행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어떤 회사에 속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시행되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통해서 일을 하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각자가 삶에서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가 만든 대중을 다시 해체하고 있다. 어쩌면 혁명은 이렇게 계급의 분화로 인해서 막을 내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참! 사람들의 복지와 소수자들의 삶은 나아졌지만 나는 아직도 애인이 없다.


사원아파트와 훌륭한 복지를 갖춘 직장.

미래에도 착취가 이루어지고 재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지불을 어쩔 수 없이 이행하는 정 없는 사회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시민들의 보편적인 복지확대의 바람으로 회사와 사회가 책임지고 보장해 줄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일기에 나타난 미래는 문제점도 있고 과장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활동과 기본적인 삶에서 안정성을 가지지 못하면 날카롭고 이해심 없는 다중이 늘어나고,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 마음까지 여유로운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많은 소수자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이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도 상당부분 해소가 될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 해서 선택해 보았습니다.


다음에 다시 입찰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를 사랑해주는, 내가 사랑하는 동반자를 먼저 선택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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