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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종교

한기연 월례포럼 인문학적 성서읽기 <성서와 동성애> 후기

by 행성인 2013. 7. 18.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



지난 5월 28일 220동에서 <성서와 동성애>라는 주제로 한기연 월례포럼 인문학적 성서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성서에서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구절들인 레위기 18:22, 20:13, 로마서 1:27, 고린도전서 6:9, 디모데전서 1:10을 직접 읽어보고 그 구절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총 13분이 참석하여 주셨으며, 그 외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모임에 대한 문의를 주신 분이 여러분 계셔서‘성서와 동성애’라는 주제에 대한 학우들의 깊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포럼을 시작하며 성서에서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다섯 구절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자적으로 동성애를 죄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 전반적인 동성애가 아닌 남성간 성행위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 성서에서 죄라고 언급하고 있는 다른 것들에 비해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 구절의 수는 현저히 적다.

 

그리고 각각의 구절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공유했습니다. 우선 구약성서인 레위기의 경우 이스라엘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그들 민족이 지켜야 할 법률을 기록해 놓은 책인데,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해당구절은 그 중에서도 ‘정결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스라엘민족이 이방인과 ‘구별’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점을 다루었습니다. 당시의 법에 따르면 돼지, 낙타, 가재, 새우를 먹거나, 여성이 월경하는 것, 남성이 몽정하는 것, 시신을 매장하는 것, 출산하는 것 등이 모두 부정한 행위입니다. 즉 성서에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과 동성애가 모두 부정한 행위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돼지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것을 죄라고 말하지 않지만 동성애에 대해서는 죄라고 강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후에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신약성서인 로마서의 경우 우선 로마서에서는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1장이 전체적으로 이교도 우상숭배에 대한 내용으로, 저자가 이교도 우상숭배의 결과인 동성간 성행위를 부정하다고 말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로마서가 기록될 이 시기는 예수의 죽음 이후 다른 민족에게 선교를 해 나가던 시기로, 당시 교회 내부에서 그들이 어느정도까지 율법을 지켜야 하는지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그 논쟁의 핵심이 되었던 것은 할례를 받아야 하는지, 부정하다고 여겨지는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의 여부에 대한 것으로, 율법논쟁의 전반에 걸쳐 이 문제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로마서 1장에 동성간 성행위가 언급된 것은 이러한 배경 속에 있는 것으로, 로마서 저자인 바울이 이방인의 풍습인 동성간 성행위를 부정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바울의 이후 언급을 보면 이러한 율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바울은 로마서 1장에서 동성간 성행위를 부정하다고 말했으며, 14장에서 그 어떤 것도 부정하지 않다고 말하고, 갈라디아서에서는 율법이 아닌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같은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 레위기는 동성애, 돼지고기 먹는 것, 여성의 월경과 출산 모두 죄라고 말한다.

- 신약에서는 동성애를 부정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뒤에 부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는 ‘성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한다면 돼지고기를 먹어서도, 월경을 해서도, 출산을 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약에서 상호 모순적인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각자가 성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서를 문자적으로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성서는 그 배경을 이해하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성서를 내 고민으로 철저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의 논리와 설명체계를 만들어서 피해나가면서,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성서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 그것이 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동성애에 대한 개인적인 불편함과 혐오감이 반영된 것이거나, 기존 교회질서와 규율에 익숙해진 것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서에 기록된 비중에 따르자면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포럼 말미에 이렇게 성서에 대해 알아보았는데도 우리들의 감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각자가 성서가 아닌 다른 감정에 많이 영향 받고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포럼에 함께 한 학우들은 대부분 동성애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속해 온 교회에서는 동성애에 관해 말하는 것조차 금지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을 열어놓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읽어온 성서 속에서도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구절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고 하는 하나의 구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독인으로서 성서와 교회에서 해답을 얻고 싶었지만 결국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를 안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성애가 죄라고 말하든, 죄가 아니라고 말하든 우리는 그 답을 외부에서 찾기를 원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외부에서 답에 대한 확신과 해답을 얻을 수 없고 또한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 결국 끊임없이 내가 지혜로운 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서에 동성애는 ‘문자적’으로 죄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성서에서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는 ‘문자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문자적’으로 성서를 읽으면 우리들은 돼지고기를 먹어서도 안 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론은 성서를 근거로 하여 동성애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겠다는 것입니다. 성서는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 하는 논쟁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스치듯이 말한 몇몇 구절이 있을 뿐인데 이것을 근거로 하여 동성애를 죄라고 하는 것은 그 이면에 다른 감정이나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성서를 근거로 하여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 또한 그 논리에 말려드는 것일 뿐입니다. 이 논의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성서와 동성애 포럼을 통해 성서에 나타난 동성애에 관련한 구절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쓰였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지한 신앙의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학우들을 만나고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성서를 통해 내가 삶을 쉽게 살아갈 수 있는 해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내릴 수 없는 이 삶의 길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 길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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