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IV AIDS

“대한민국에서 에이즈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은 우리병원 밖에 없습니다”

by 행성인 2014. 2. 26.

윤 가브리엘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2013년 12월 10일에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에이즈환자 요양사업에 대한 공청회 촉구> 기자회견

 

“대한민국에서 에이즈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은 우리병원 밖에 없습니다.” 병원규정을 설명하는 S요양병원 사회복지사에게 이것저것 물으니 목소리를 높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은 에이즈환자의 현실이 그러하니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우리병원의 규정을 따르라는 말 같아 기분이 나빴다. 뭐라 항변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니까. 감염내과가 있는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 후 요양이 필요해도 갈 곳이 없는 게 에이즈환자의 현실이다. 에이즈를 이유로 가족과 단절된 분들이 대다수고, 일반 요양병원은 에이즈환자를 받아주지 않는다.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도 정신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질병관리본부가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S요양병원에 위락해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예산지원으로 S요양병원의 사회복지사, 상담간호사, 간병인의 월급이 지원되고, 간병인은 전부 에이즈감염인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서울에 있는 병원에 외래진료를 갈 때는 보호자가 꼭 데리고가야하고, S요양병원에서는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 가족과 단절되어 보호자가 없는 환자는 병원을 어떻게 가는지, 보호자 없는 환자는 안 받아주는 건지 의문이 들었었다.

 

작년 8월 다글이의 입원을 위해 S요양병원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다글이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에이즈감염인 쉼터에서 만났고, 쉼터를 나와서 2년여를 같이 살았다. 다글이는 작년 7월 두 다리에 고관절이 괴사해 서울대병원에서 인공고관절 수술을 헸다. 수술 후 한 달여 가량을 걷지 못해 휠체어를 이용해야 되서 퇴원 후 S요양병원으로 옮겼다. 다글이도 가족과 단절되어 내가 보호자 역할을 했다.

다글이가 입원한 병실은 방 3 개를 하나로 연결해 14 개의 침상이 있는 와상환자 병실이었다. 두 명의 간병인이 움직이지 못하는 14 명의 환자를 돌보느라 무척 바빠 보였다. 처음 병실에서 맞닥트린 당황함은 다글이가 걷지를 못하니 소변을 침대에서 소변 통에 봐야하는데, 침대에 커튼이 달려있지 않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변을 봐야했다. 모든 침대에 커튼이 없었다. 다글이 옆의 환자는 코에 호스를 끼고, 말도 못하는 환자였는데, 간병인은 아무렇지 않게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말을 못하는 환자라 해도 의식이 또렷한데 남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야하다니, S요양병원이 환자를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다글이는 S요양병원에 한 달 가량 입원해 있으면서 무척 불편하고, 답답해했다. 밤 9시면 에이즈환자 병동은 소등을 해 빨리 자라고 한다. S요양병원은 암환자 병동, 실버타운이 한 건물에 같이 있는데 에이즈환자 병동만 밤 9시면 불을 끈다. 암환자 병동, 실버타운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고, 말도하지마라, 에이즈라는 말도 절대 하지마라, 간병인과 신체접촉 하지마라 쫓겨난다, 아침 일찍 부터 병실에서 예배를 보는데 같이 참여하라고, 자는 사람을 깨운다. 간병인들이 무척 바빠 소변 통을 비워 달라하기 미안할 정도여서 혼자 휠체어를 끌고 화장실 간다 등. 다글이는 매일같이 나에게 S요양병원의 문제점을 토로했지만  해줄 말이 이것 밖에 없었다. ‘그곳 밖에 갈 데가 없으니 불편하고 답답해도 좀 참자’ 그러나 다글이가 말한 S요양병원의 문제점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S요양병원은 환자를 배려해주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요양은커녕 치료 받을 권리조차 주지 않았다. 급기야는  환자를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하였다.

 

김00는 2013. 6.16.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약 2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하여 2013. 8.8. 신촌세브란스병원은 김OO를 퇴원조치 하였다. 환자는 퇴원 후에도 요양이 필요하여 S요양병원으로 갔다.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퇴원할 시 주치의는 김OO 환자에게 혈액검사사본을 가지고 가서 S요양병원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식사량이 적고 콩팥수치가 다소 높은 점 등을 상기시키면서 당분간 수액을 맞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도록 당부 하였다. S요양병원입원과정에서 신촌세브란스 병원 주치의의 의견을 전하였으나, S요양병원 의료진은 수액을 맞아야 한다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며 수액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 그 후 환자는 2013.8.14.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1차 외래진료를 받고, 2주 뒤인 2013.8.28로 2차 외래진료를 예약해둔 상태에서 2013.8.19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환자는 S요양병원 의료진에게 자신의 상태를 전하고 “본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S요양병원은 김OO 환자의 요청을 무시하였고, 2013.8.21 아침에 환자는 사망하였다.

S요양병원 측은 김OO 환자를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보내지 않은 이유로 환자 어머니의 의사와 환자의 경제적 문제를 제시했다. 환자의 어머니가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병원측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고, 남양주시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신촌세브란스병원까지 이동하는데 응급차 이용비용이 약 30~50만원까지 발생하는데 보호자가 협조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S요양병원은 김OO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았고, 건강상태의 이상을 호소한 환자의 요청을 무시하고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김00환자는 결핵성 복막염으로 투병 중인 상태였다. HIV/AIDS감염인이 기회감염으로 가장 많이 걸리는 질환이 결핵이다. 10년 전 나도 폐결핵으로 위중한 상태였고, 병원에서 한 달 넘게 입원해있었다. 결핵은 온 몸에 에너지를 뺏어가는 병이라 침대에서 일어날 기운도 없었다. 간호사가 침대 손잡이에 침대 시트로 밧줄을 만들어줘 그걸 붙잡고 간신히 일어날 정도였다. 치료를 받고 많이 회복되었지만 퇴원 후 요양이 필요해 에이즈감염인 요양시설 ‘쉼터’에서 지냈다. 퇴원 후에도 갑자기 고열이 나거나 숨이 차는 등의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쉼터를 운영하는 수녀님과 간호사가 번갈아가며 밤이고 낮이고 나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당시 하지허약도 생겨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데 결핵은 잘 먹어야 한다며 식사 외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6개월 만에 지팡이를 안 짚고, 맘껏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많이 좋아졌다. 당시 나도 가족과 단절되어 보호자가 없었다. 쉼터 역시 대부분의 에이즈감염인이 보호자가 없다. 그래도 누군가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만사 제쳐두고, 환자를 병원부터 데려가고, 지금도 칠순이 넘은 수녀님이 그렇게 하고 있다.

김00환자도 나처럼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더라면, 나처럼 잘 먹고, 잘 쉬는 요양을 했더라면 지금 어떤 상태였을까? 호흡곤란으로 본원에 보내 달라는 요청을 무시당하고, 사망에 이르기 전 이틀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나도 폐결핵으로 숨이 차는 호흡곤란을 겪어봐서 그 고통을 안다. 끔직하다.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와 HIV/AIDS감염인 단체는 지난 10월 10일 국가에이즈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위탁 수행해온 S요양병원을 관리감독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복지부(장관) 및 질병관리본부(장)을 피진정인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다. 그리고 S요양병원에서 일했던 간병인들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김00환자를 간병했던 간병인 등을 만나 그동안 S요양병원의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장기요양사업이 어떻게 운영되어왔는지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11 명의 증언 내용을 토대로 11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3년간 은폐된 목소리, 에이즈환자 요양사업에 대한 증언 “에이즈환자는 왜 사망 하였는가”’ 증언대회를 열었다.

사람이 어찌 그리 뻔뻔할 수 있는지 가해자로 볼 수 있는 S요영병원 원장과 관계자들은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원장에게 퇴장 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하였지만 녹음기까지 틀어놓고, 버티고 있었다. 40여 분 간의 실랑이 끝에 S요양병원에서 근무했던 간병인 증언자들이 협박을 느껴 경찰을 불러 달라 했고, 결국 경찰이 오자 S요양병원 원장은 퇴장하였다. 위협적이고, 불편한 상황에서 증언이 진행 되었다.

한 증언자는 S요양병원에서 에이즈 환자의 요양은 요양이 아니라 ‘사육’이었고, 에이즈 환자는 돈 벌이 대상일 뿐이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사망한 김00환자만이 아닌 보호자가 없는 환자는 건강이 악화 되어도 감염내과가 있는 타 병원으로 보내지 않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 외국인 환자가 건강이 악화 되었는데 타 병원으로 보내지 않다가 국립의료원 감염내과 의사가 방문 진료를 와서 외국인 환자를 병원으로 보내라고 해, 서울의료원에 입원하였지만 2주도 안 돼 사망하였다. 심지어는 감염내과병원에 외래를 갈 때 같은 병원을 다니는 다른 환자에게 보호자 없는 환자의 진료카드를 주며 대신 약을 타오게 했다.

에이즈감염인은 면역수치와 바이러스정량검사 등 필수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보호자 없는 환자는 검사조차도 받지 못한 것이다. S요양병원은 환자를 가려서 받는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보호자 없는 환자는 안 받으려고 한다. S요양병원에 있다가 타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S요양병원에 재입원을 요청하자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재입원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S요양병원은 의사와 간호사가 있지만 수액도 투여하지 않으며, 정기적으로 회진을 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데 소홀했다. 병원 물품비용을 아끼기 위해 환자복, 이불, 시트 교체를 원할 하게 못하게 해 환자 위생상태가 청결하지 못했다.

S요양병원은 환자에게 의료적 조치를 적절히 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차별, 감시, 간병인노동력 착취, 입막음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다. 입원과 퇴원결정을 보호자에게만 맡겨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고, 보호자 없는 환자는 퇴원을 원해도 안 시켜주는 사례도 있었다. 타 병동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산책을 못하세 하였다, 물품사용. 식사시간, 외출 등을 제한하며 암환자 병동과 다르게 대우하였다. 간병인에게 환자가 타 병동 사람과 접촉이나 친밀감이 있는지, 병실 내에서 환자들이 성 접촉을 하는지 등의 감시를 지시했다.

S요양병원은 환자대비 간병인수가 부족해 노동 강도가 세다. 식사시간이 40분밖에 안 되어 환자들 식사 도와주고, 남는 시간에 밥을 먹어야했다. 시간이 부족하여 물에 말아 환자에게 떠먹이고, 간병인도 급히 먹느라 환자와 간병인이 소화불량을 달고 산다. 욕창환자의 붕대를 갈고 석션 등도 해야했다. 복도는 청소노동자가 했지만 병실청소는 간병인에게 시켰다. 물리치료 시 환자 이동, 병원외래 갈 때의 이동, 밖에 나간 환자 찾아오는 일 등 간병업무 외에 일이 많았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 마당에 휴식시간은 꿈도 못 꿨지만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해야한다고 하루 1시간씩 휴식했다고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제대로 된 간병서비스가 불가능했다. 또한 간병인들에게 병원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밖에다 얘기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월례회의 때는 규율 강조와 지시만 내렸다.

이 요양병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알려면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2011년도에 간병인들의 업무가 과중되자 환자에게 폭언과 구타를 한 일이 드러났다. 환자가 성폭행당한 사실도 질병관리본부에 제보되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공정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문제를 덮었다. 그리고는 간병인들에게 직무규율을 강화시키라고 지시하고 이들의 인성과 정신적 문제 때문인 양 다면적 인성검사 등 정신과적 검사를 강요했다. S요양병원은 성폭행 피해자측의 입을 막았고 간병인들에게 일상적인 입막음과 환자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3년간 은폐된 목소리. 이제야 그 목소리가 조심스레 터져나오게 된 것이다. 이 문제가 언론에서 다뤄지자 질병관리본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 고객인 에이즈감염인 사이에서 (인권 문제가) 공론화됐기 때문에 연간 사업 평가에서 문제 제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 최종 결정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시민단체의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해 적극 대응하려 한다. ‘독점’의 폐해가 드러난 만큼 시설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된다.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에이즈 감염인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장기요양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곳 이상의 시설을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요양병원이 바뀌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에이즈에 대한 낙인, 의료계에 만연한 진료거부 등의 차별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관리, 감독 소홀이 만들어낸 총체적 문제라고 본다. S요양병원에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도 ‘당장 갈 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에이즈 감염인들이 많다. 이렇게 사람을 죽게 만들고, 차별받고, 서러운 일 당해도 당장 갈 곳을 걱정해야 되는 에이즈감염인의 현실이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