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7시
장소: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망고: MTF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
- 모리: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게이인 걸 알고 있음)
- 욜: 게이(부모님과 남동생이 게이인 걸 알고 있음)
- 달꿈: 레즈비언(부모님이 알고 있음)

속기자: 달꿈
(속기는 두 분 어머니의 동의를 받은 뒤 진행했습니다. 이야기를 기록하기 원하지 않으시면 기록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인터넷에 공개 전에 두 분 어머니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1]

모리: 달꿈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달꿈: 안녕하세요, 저는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이고 달꿈이라고 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동성애자이고,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방과 후 공부방에서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작년 즈음 우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했어요. 물론 그러고나서 제대로 수습을 해야겠다싶어서, 차근차근 말씀 드리는 자리를 가졌어요. 그때에도 엄마는 “여러 사람을 만나보라”는 애매한 말씀을 하셨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구요. 물론 예전에 김조광수씨가 공중파에 나와서 토크를 했던 적이 있는데, 두드림이란 프로그램이었나? 여튼 일부러 그 프로그램을 거실 텔레비전에 틀어놓고 같이 본 적도 있어요. 근데 괜히 제가 너무 어색하더라구요. 
 
지인: 근데 제가 만약에 딸 가진 부모고, 우리 딸이 그렇다고 하면,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럴지도 모르지만 비슷하게 말했을 거 같아요. 상대적으로 아들이 게이라고 하는 것 보다 좀 덜 심각하게 느껴질 거 같기도 해요. 남자애가 게이라고 하면 뭐랄까... 확정적인 느낌인데.
 
달꿈: 하긴 고등학교 때 여자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간혹 선물도 받고 그랬는데 엄마가 그런 걸 다 지켜보셨거든요. 그런 배경에서 그렇게 이야기하셨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여중, 여고를 나와서 사실 저도 엄마랑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내가 여중, 여고에만 있어서 여자를 좋아하나보다. 대학가면 남자친구를 만나겠지.
 
지인: 그리고 여중, 여고에는 꼭 보이쉬한(boyish: 남자 같은) 친구들이 있잖아요.
 
모리: 남고와 다르게 여고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달꿈: 근데 전 고등학교 때 보이쉬한 타입은 아니었어요. 후배들이 주는 선물도 좀 창피해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땐 진짜 ‘아니고’ 싶었어요.
 
망고: 저는 어렸을 땐 남자처럼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어렸을 때 성에 대한 구분을 해서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기 보단, 그냥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혼할 때도 신랑의 섬세하고 여성적인 면에 끌린 것 같아요. 우리 애도 엄마랑 아빠랑 성격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예요.
 
지인: 그래서 사실 저도 우리 둘째 아들이 강하고 의존할 수 있는 여성을 만나겠구나 생각했었어요.
 
달꿈: 그리고 최근에는 친척들과 만날 일이 있었어요. 이모들이 다 모인 자리였는데, 그날따라 이모들이 제게 왜 남자친구가 없냐는 둥, 또 워낙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선 얘기를 안하니까 사귀어본적은 있냐는 둥 그런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부모님도 같이 있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눈치를 보게 되더라구요. 너무 당황해서 그냥 질문에 대충 대답하고 넘어가는데, 이 상황에서 엄마나 아빠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모리: 자연스럽게 근황 토크로 이어가면 될 거 같아요. 욜님은 한 달 간 잘 지내셨나요?

욜: 저번 모임 때 저희 부모님이 아파트를 사셨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 집들이에 갔다 왔어요. 친척들도 많이 오셔서 고생했다고 부모님이 제게 용돈도 주셨어요. (웃음)
 
지인: 욜씨는 부모님보다는 친척들 볼 때가 더 불편하겠어요.
 
: 그렇긴 한데, 친척들에겐 그냥 혼자인 게 편하다고 둘러대요. ‘커밍아웃하면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받아들일까’하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지만 웃음으로 떼웠어요. 고생했다고 어머니가 용돈을 주셨어요.
 
지인: 욜씨는 정체성을 친척들이 알면 더 편할 것 같아요? 아니면 오히려 모르는 게 좀 더 편할 것 같아요?
 
욜: 저는 모르는 게 더 낫겠다 싶더라구요. 근데 어머니가 자기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분 계신데 그게 이모예요. 그분에겐 엄마가 이야기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막상 집에 가면 시간이 없어서 이런 얘기를 잘 하진 못해서, 이모들이 제 정체성에 대해서 어머니와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반대로 아버지 친척들은 굳이 아셔야 하나 싶고. 제가 원래 친척들 모이는 모임을 힘들어하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좀 편하더라구요.
 
망고: 아파트 사서 그래 (웃음)
 
욜: 요즘 어머니가 집에 자꾸 들어와 살라고 하셔서 좀 힘들어요.
 
지인: 그래요? 저 같으면 다 큰 자식이랑은 같이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웃음)
 
욜: 불쌍해서 그런가? 밥 못 먹고 다닐까봐 그런가? 아무래도 속상해서 그러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가 결혼 강요하는 것 보다 나랑 같이 살자고 하는 게 더 무섭다”고 그랬어요. (웃음)
 
모리: 어머니는 그러면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하신 거예요?
 
욜: 내성적이고 조용하신 분이라 아마 얘기 안 하셨을 거예요.
 
망고: 욜씨가 더 그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으니까 조심스러우실 것 같아요.
 
지인: (욜의 성정체성을) 부모님이 아시게 된 게 언제라고 그랬죠?
 
욜: 군대 갔을 때, 25살 때에요. 저도 달꿈처럼 한번 커밍아웃하고 3년 간은 이것과 관련된 이야길 안 했어요. 그러다 저희 어머니가 인터넷에서 제 인터뷰를 보셨어요. 제가 이름이 특이하니까 보고 바로 아신 거죠. 다음인가 네이버에 그 인터뷰가 메인으로 올라갔는데 어머니가 그 기사를 보시고, 딱 두가지를 요구하셨어요. 그 첫 번째가 동인련 대표를 그만두는 거였어요. 대표가 아니면 이런 기사를 통해 제가 노출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목사님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라”였어요. 삼촌들이 목사님이거든요. 그 당시에는 이 이야기가 많이 화가 났는데, 이젠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안쓰러워서 그런지 이젠 뭐라고 이야기하셔도 화가 안 나요. 

지인: 다른 가족들은 어땠어요?

욜: 동생도 알죠. 동생 친구들이 그 기사를 동생에게 알려줘서 알게 됐는데, 다행히 동생 친구들이 좋게 말을 해 줬어요. 좋은 일 하고 있다고.
 
지인: 그럼 욜씨는 청소년기 때 ‘내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될 때, 부모님께 전혀 반항도 안 하고 조용히 지나간 거예요?
 
욜: 부모님 절대 알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꽁꽁 숨기고 저 혼자 힘들었죠. 학교에서 문제도 없었구요. 남고였어요. 사실 놀림도 많이 받았는데, 그땐 그게 놀림인지 잘 몰랐던 거 같아요. 여자 같다고 애들이 이야기 했는데, 그땐 내가 생각해도 내가 여성스럽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그걸 놀림으로 인식하질 못 했어요. 일진애들이랑 친하게 지내서 그 애들이 괴롭히지 말라고 주위에서 얘기해주기도 했고.. 아무튼 저한테 다음 고비는 어버이날이에요.
 
망고: 욜은 됨됨이가 바르고, 착한 아들이라 부모님껜 별로 문제가 아닐 것 같아요.

지인: 맞아.

욜: 아니에요. 저는 늘 시한폭탄을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마흔 전에 이 모임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게 제 바람이에요. 저희 어머니는 제 성정체성을 아시고 난 이후에 제가 게이가 되었다는 것에 죄책감이 크셨어요. 제가 이렇게 된 게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버지가 순하신 분인데도 사업이 잘 안되서 어머니께 폭력을 많이 쓰셨거든요. 아버지 폭력을 보고 자라서 이렇게 된 거라고.
 
지인: 제가 저번 모임 때 프로이트가 동성애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는지 찾아봤다고 했잖아요. 프로이트가 엄마가 강하고 아빠가 무관심한 가정에서 게이인 자녀가 나온다고 했는데, 욜씨만 봐도 그런 거 다 틀린 말인 걸 알 것 같아요. 처음에 저도 프로이트 이론과 관련된 책을 보고 나서 우리 아이에게 내가 어떤 원인을 행사해서 영향을 준 게 아닐까 고민 많이 했어요.
 
망고: 책을 안보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는데. (웃음) 나는 내가 경험하지 않은 건 잘 안 믿어.
 
욜: 저도 정체성 고민할 때 그런 식으로 원인을 많이 찾았어요. 저는 고 2때 성정체성을 알고나서 대학교 때까지 고민했어요. 
 
지인: 우리 애는 이미 인터넷으로 조사를 많이 해서, “아직 분명한 건 아니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염색체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얘기했어요. 그때 그 얘기는 우리 애가 이렇게 된 게 너무 내 탓인 것처럼 들렸어요. 저는 성소수자가 된 원인이란 걸 찾는다면... 원인이란 게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망고: 저는 원인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할 때 내비치는 신호 같은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사실 오늘 이야기 주제로 하나 뽑아온 것도 이런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 애는 아빠에 대한 적개심이 엄청 강했어요.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아이와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주제에 대해서 한번 토론해 봤으면 좋겠어요.
 
지인: 근데 청소년기에는 다들 부모를 싫어하지 않나요?

망고: 그렇긴 하지만 뭔가 달랐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처절하게 미워할 이유가 없는데.
 
모리: 저희 부모님도 그러셨던 것 같아요. 저도 고등학교때 부모님, 특히 아빠랑 엄청 사이가 안 좋았거든요. 부모님 입장에선 애가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집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도통 모르셨을 것 같아요.
 
망고: 맞아요. 객관적으로 보면 아이는 더없이 행복해야 하는 상황인데, 항상 불안에 시달리고, 뭔가 눈빛은 딴 곳을 바라보는 것 같고. 나는 우리 애랑 어느 한 순간 일치되는 느낌이 없었어요.
 
지인: 그게 언제부터였어요?
 
망고: 그게 극심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에요. 그때부터 조치를 취해서 어떻게 말하면 최단기간에 이 아이한테 평화가 찾아온 거에요. 그 당시엔 왜 그러는지 그 원인은 알 수 없었고, 나타나는 현상만 가지고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찾아주자고 했었어요. 

 지금은 저한테 커밍아웃도 하고 그래서 엄청 좋아졌는데, 얘가 며칠 전에 아빠를 울렸다고 하더라구요. 그날 저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늦게 들어갔는데, 얘가 아빠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아빠를 이해한다.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대요. 그리고 또 “지금은 고맙다, 사랑한다”고 그래서 아빠가 울었대요. 옛날엔 아빠를 정말 처절하게 미워했어요. 아빠는 아직 애의 성정체성에 대해 몰라요. 그런 건 전혀 모르고 그냥 감동을 받은 거죠. 우리 애는 과거에 자기가 헤맸던 모든 원인이 아빠한테 있다고 생각했다가 이제는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얘가 그 원인을 찾은 거죠. 그러니까 아빠가 더 이상 배척의 대상이 아닌 거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거죠. 아빠를 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얘가 이후에 아빠한테 커밍아웃을 하더라도 아빠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제 지가 알아서 잘 푸는 거죠. 우리 애는 이제 열일곱살이에요.
 
그래서 저는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로 뽑아온 게,
 
1) 아웃팅하고 커밍아웃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랬을 때 당사자의 기분은 어떠한지. 그리고 더불어서 만약에 자녀가 주변에 커밍아웃을 했는데, 내가 이걸 가족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공개를 해도 되는 것인지.
 
2) 이건 이후에 공부를 했으면 좋겠는데, 현재 한국에 소수자 운동이 어느 정도의 지점에 있는지,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또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은 뭔지 궁금해요.
 
3) 또 성소수자인권단체가 동인련말고도 또 몇 개 더 있는데, 차이점이나 대립되는 지점이 뭔지도 궁금하고,
 
4) 성소수자란게 동성애자도 있고, 트랜스젠더도 있고 그래서 엘지비티(LGBT: 레즈비언(L), 게이(G), 양성애자(B), 트랜스젠더(T)의 줄임말)라고 하던데. 이런 세밀한 차이를 넘어서 전체를 아우르는 큰 슬로건이 뭔지 궁금해요.
 
지인: 저는 부모모임을 어떻게 활성화시킬지 생각을 해보았어요. 사실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많은 부모들이 있을텐데, 이런 모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한국에도 대학교 마다 LGBT 동아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곳에 연락해서 자기 부모님에게 이런 모임을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많이 홍보하면 어떨까요? 제가 이 모임에서 제일 좋았던 건 여기 성소수자 당사자분들 얘기 듣는 거예요. 성소수자들이 멀쩡하게, 밝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되거든요. 이런 장점들을 알려주면서 부모모임 인원을 점점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또 구마다 청소년 센터가 있으니까 그런 곳에도 홍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근데 사람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꼭 필요한 그 순간에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2]
 
욜: 자식이 성소수자인 걸 알았을 때 부모님들이 가장 쉽게 실수하는 게, 그렇게 살면 불행할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지인: 저도 그런 실수를 했어요. 그때 “너 동성애자로 살면 불행할 거야”하고 이야기한 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아이가 불행하게 살까봐 걱정해서 한 말이었는데, 사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건 저였던 거에요. 자기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가족들의 시선이었던 거죠.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아이한테 상처가 됐을 것 같아요.
 
모리: 저도 부모님한테 처음 들었던 게 “넌 불행할거다”였어요. 그래서 제가 “나는 불행하지 않다”고 이야기했지만 부모님이 “그건 너가 자기암시를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어요. 사실 커밍아웃했을 때 그 당시 저는 이미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다 끝낸 상태였고, 또 사람들이 인권운동도 하고 있으니까 ‘내가 마흔 쯤 되었을 때는 편하게 살 수 있을거야’하고 생각하던 시기였거든요. ‘정 안되면 이민이라도 가면 되지’하고 생각했죠. 그 정도로 내 삶에 대해서 낙관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날 가족들이 한 말들 때문에 한순간에 불행해져버렸어요. 가족들이 저를 괴물보듯 한다는 것 만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사실 삶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영역이 크게 잡아봐야 가족, 직장, 연인관계 이 정도 뿐인데 그 큰 축 하나가 날아가 버리는 거죠.

 전 저희 아빠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했어요. 부모님들이 자식이 성소수자인 걸 알게된 후에 겪는 고민의 과정이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청소년 시기에 겪는 고민의 과정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과연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가 맞는지’ 고민하고, 그 후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잖아요. 근데 사실 성소수자 본인들도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까지 엄청 오래 걸리거든요. 그래서 부모님들도 자식의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긍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 거 같아요. 문제는 대부분의 자식들은 자기가 그렇게 오래 걸렸다는 건 생각 안 하고 부모님들이 바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는 거죠.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의 원인 중엔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지인: 참, 최근에 EBS 다큐를 보았는데요, EBS에서 하는 ‘용서’라는 프로그램인데, 사이 안 좋은 두 사람을 같이 여행 보내주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이번 편엔 자기가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아들과 엄마가 나왔는데, 그걸 보면 애가 훨씬 많이 참아요. 엄마는 결사반대에요. 애가 너무 착하더라구요. 애가 몰래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는데, 그걸 엄마한테 얘기하니까 엄마가 펑펑 울더라구요. “엄마한테는 안하기로 했으면서” 이러면서. 담당 PD가 너무 수습이 안되니까 어찌할지 몰라서 아이보고 “한 달동안 주사 안 맞는다고 하면 어떠냐”고 그래요. 그랬더니 애가 또 엄마한테 진짜 저렇게 이야기해줘요. 근데 저는 그걸 보고 ‘저렇게 아이를 괴롭게 하다가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욜: 사실 저한테도 섭외가 들어왔었어요. 근데 그게 부모나 저나 같이 준비가 되어야 하는거라 부담이 돼서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그 다큐멘터리는 망고님이랑 자녀분이랑 같이 보면 좋겠어요.
 
망고: 우리 애는 일찌감치 자기 고민과 방황을 표현을 했어요. 그걸 정말 많이 표현했어요. 근데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게 보이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는거예요. 그래서 전 애가 직접 커밍아웃 했을 때 그 이유를 알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우리 아이를 괴롭게 했던게 아 이거였구나!’ 그 후에 제가 그 부분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대하니까 애도 좀 괜찮아지더라구요. 이렇게까지 고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지인: EBS 다큐에서 보았던 그 엄마한테 여기 부모모임에 나오라고 하고 싶더라구요. 그 다큐보니까 여행을 떠나서 미용실에 일부러 데려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 곳의 미용사가 다 트랜스젠더에요. 엄마는 이미 그곳에 자기를 데리고 간 것부터 화가 나있어요. 그 엄마가 애한테 “이렇게 살고 싶으면 엄마가 죽고 난 다음에 해라”라고 얘기하더라구요.
 
욜: 그것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인 것 같아요.
 
지인: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에 대해서 단순히 안 좋게 보는 게 아니고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망고: (EBS ‘용서’에 나온 트랜스젠더 아들과 어머니) 거기는 빨리 의절하는게 좋겠네. 아니다 싶으면 빨리 연을 끊어야 하는거지,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해 부모 동의를 얻는 게 뭐 중요해. 설득해서 안되는 건 자식이 부모를 놓아야지.
 
지인: 편견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자살율이 높다는 걸 인식하면 안 그럴텐데.
 
망고: 저는 아이가 죽어버릴 것 같은 공포가 있었어요. 진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가 너무 황폐해지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방황을 너무 심하게 하니까.. 어릴 때 주변에서 그런 걸 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대안 학교 다니느라 떨어져 지내서 몰랐던 것도 있고... 학교에서 자해를 했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하는데 빙빙 돌려서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땐 그냥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적응을 잘 못하나보다 생각한 거죠. 
 발달 장애라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었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었어요. 우리 애랑 친했던 선생님이 서울에서 한번 보자고 했는데, 그때 애가 자퇴를 하는 바람에 그 선생님을 결국 못 만났어요. 혹시 그때 그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아이에 대해서 좀 빨리 알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지인: 저는 애가 성정체성을 자기 스스로 안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여성스럽다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한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여성스러운 이성애자 남자들도 있잖아요.
 
모리: 저도 누나들이 위로 두 명이 있는데, 어릴 때 누나들이랑 여장하고 놀고, 바비 인형 갖고 놀고, 애들한테 여자같다는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도 저희 아빠는 그냥 누나가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하나 있는데, 제가 처음으로 도둑질을 했을 때 훔쳤던 게 문방구에서 파는 여자애들 반지에요. 너무 갖고 싶은데 ‘돈이 있어도 나는 남자니까 저걸 사면 이상하게 보겠지?’하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그걸 그냥 훔친 거죠. 훔친 걸 거실에서 좋다고 보고 있다가 부모님한테 도둑질 했다는걸 들켜서 아빠한테 엄청 맞았어요. 사실 엄청 큰 사건이었는데, 하고 많은 것들 중에 왜 여자애들이나 좋아할만한 반지를 훔쳤는지 부모님이 의심을 품어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해요.
 
지인: 근데 모리씨 목소리는 진짜 남성 같아요.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여성스러운 걸 못 느끼겠어요. 그래서 진짜 굳이 게이라고 말 안하면 모를 것 같아요.
 
모리: 일부러 노력해서 바뀐 것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지인: 지금 저희 애가 목소리가 완전히 낮아졌어요. 그러니까 얼마나 노력했을까 싶어서 그것도 마음이 아파요.
 
망고: 그건 걔 몫이지.
 
욜: 그걸 ‘패싱(passing)’이라고 해요. ‘아닌 척’하는. 이 바닥에도 용어들이 많아요. ‘주말 게이’ 같은 거죠. 평일 동안에는 일반 남성으로 살다가 주말에만 해방 되는거죠.
 
망고: 다들 자리를 봐가면서 하는거지. 굳이 안 해도 되는 때에는 피곤해지니까 안하고.
 
지인: 성소수자 본인들도 그렇겠지만 부모인 저도 제 주변에서 안전한 관계를 찾는 것 같아요. 내 고민을 이야기해도 괜찮은 사람들 말이에요. 저는 예전엔 친척들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 말해요. 왜냐면 전에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애 아빠가 “아빠는 괜찮아”라고 하니까 애가 “거짓말 하지마, 아빠는 창피해서 친척들한테 얘기도 못 하잖아”라고 한 거에요. 그래서 저는 ‘아, 친척들한테 말해야겠다’ 생각하고 그때부터 다 말하기 시작한거죠.
  
망고: 저희 애는 이모네 가서도 막 얘기하더라구요. 그 집은 정말 평범한 가정이거든요. 그런 이모집에 가서 본인이 남자라는 전제를 하고 있는 말을 들으니까 자기가 여자라고 말을 한 거에요. 그래서 애 이모는 알게 되었어요.
 
지인: 근데 아빠한테는 커밍아웃 못하는데 이모한테는 먼저 했네요?
 
망고: 좀 편했나봐요. 근데 제가 우리 아이의 커밍아웃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있으니까 저희 동생이 “언니네 집은 왜 그래? 그래도 되?”하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뭐 지가 그렇다는데. 냅둬~”라고 했어요.
 
모리: 망고님은 자녀분이 커밍아웃 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사람이 있었던 거죠?
 
망고: 그렇죠. 저번 모임 때도 말했지만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직장 동료로 들어왔었거든요. 그 친구가 없었으면 엄청 끔찍했을 거에요. 이 악순환이 계속 되었을 거에요. 덕분에 우리 아이랑도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사실은 저희 애가 커밍아웃하기 전에도 저는 성소수자 문제가 관심이 있었어요. ‘이게 쉬쉬할 문제는 아닌데 왜 다들 그렇게 숨어있지?’하고 생각했었어요. 죄 지은 것도 아니고 좀 당당하면 좋겠다고.
 
지인: 저는 다른 성소수자들은 그냥 괜찮게 보였어요. 홍석천도 이상하지 않았고,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보면서도 ‘잘생긴 남자들끼리 사귀면 보기 좋겠다’ 싶었죠. 근데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니까 이게 다른 문제가 되는 거에요. ‘네가 게이가 아니라는걸 내가 증명하겠다’하는 심정이었어요. 그 시기에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같은 곳은 분명 동성애를 긍정할 거라고 생각해서 찾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청소년 성상담센터에 갔는데 거기서 “혹시 아이가 여자한테 심하게 차인적이 있어요?”하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또 그렇게만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그 상담 센터 사람은 되게 애매하게 이야기했어요. “요즘 보면 멋있게 잘사는 게이들도 많더라구요” 같은 이야기도 했거든요. 근데 저는 그때는 ‘우리 애가 게이라는 게 확실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말을 하지?’하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살률이 높다는 얘기도 했어요. 
 
모리: 그럼 처음 찾아가서 상담받고 얘기하셨던 곳이 청소년 성상담센터네요?
 
지인: 네, 처음에는 여기(동인련)에 연락할 생각을 안했어요. (게이라고) 확진 받을 것 같아서.
 
욜: 동인련에서도 확진을 내려주진 않아요. (웃음)
 
망고: 저는 상담소를 불신해요. 상담소에서 저희 애가 우울증이라고도 하고, 발달장애라고도 했는데, 저도 잘은 모르지만 원인은 그게 아닌 것 같았거든요. 
 
지인: 미국 어디 웹사이트에서 봤는데, 질문지에 답하면서 따라가다보면 자기 성정체성을 알 수 있는 그런 것도 있더라구요. 제 여동생은 일본에 있는데, 일본엔 티비에서 게이 캐릭터가 정말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다큐에서 동성애자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도 많이 다룬대요. 처음엔 “같이 죽자!”, “나가!”라고 하다가도 끝에는 부모랑 잘 지내는 내용도 많대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너무 뒤쳐진 것 같아요.
 
망고: 우리는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욜: 맞아요, 제가 결혼을 안 하는 걸 친척들이 더 걱정해줘요.
 
지인: 지금 한국에서 커밍아웃한 연예인이 홍석천 밖에 없다는 게 아쉬워요. 홍석천이 대우를 잘 받으면 더 많이 할 텐데, 아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망고: 나 그거 재밌었는데. 왜 예전에 코미디 빅리그에 홍석천이랑 리마리오랑 나오던 프로그램 있잖아요.
 
지인: 혹시 마녀사냥 보세요? 가끔 신동엽이 놀리잖아요. 홍석천이 남자면 다 좋아하는 것처럼... 홍석천이 언제 좋다고 그랬나? 그리고 출연한 남자 연예인들이 홍석천이 대쉬할까봐 무조건 싫어하고.. 그런 식으로 희화화하는 게 좀 그래요. 그런 이미지가 될까봐 다른 연예인들이 커밍아웃을 못하는 것 같아요.




[3]
 
지인: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욜: 트랜스젠더랑 게이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자기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다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해요. 
 
망고: 자기가 여성/남성이라고 생각하는거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남성인 것은 별개더라구요. 저희 애는 제가 호칭을 조금만 잘못 쓰면 꼭 자기가 여성이라고 고쳐줘요.
 
모리: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가 아닌 남성 동성애자도, MTF 트랜스젠더 이성애자도 둘다 남성을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사춘기 때 둘다 남자의 몸으로 남자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공통점이에요. 큰 차이점은, 트랜스젠더의 경우엔 본인이 남자를 좋아하는게 이상하다는 생각보다 이차성징을 거치면서 자기 몸이 점점 더 남자처럼 되어가는 것에 대해 더 큰 고민을 한다는 거에요. 엄청난 패닉인거죠. 자기는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점점 남자 몸이 되어가니까. 트랜스젠더가 아닌 그냥 동성애자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아요. 
 
욜: 한국에선 트랜스젠더로 사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법원에 가서 주민등록증의 성별을 바꾸고 나면 1번(혹은 2번)이었던 삶을 싹 다 정리하고 2번(혹은 1번)으로 살아요. 그동안 쌓아온 게 다 없어지는 거에요.
 
망고: 노후 준비를 못 하는거죠. 젊어서 한 밑천인데. 그 시기를 몽땅 성별 바꾸는 거에 사용하니까. 우리 애하고도 그런 얘기를 가끔해요. “20대에 이거에만 꽂혀있으면 너의 미래가 얼마나 불행하겠느냐”, “전문직이라도 되어야 할 거 아니냐.” 물론 이런 얘기가 설득은 안 되지요. 

모리: 한국사회에서 너무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 의료보험이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수술 비용을 지원해주는게 가장 좋죠. 실제로 얼마 전에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시에서 보험회사에게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수술 비용을 지급하라고 했어요. 사실 개인의 온전한 노력으로 쌩돈 몇 천만원을 모은다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망고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지인님은 여기 오셔서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동성애자들을 보는게 안심이 되어서 좋다고 하셨는데, 망고님은 어떠세요? 자녀분이 트랜스젠더인데, 우리 모임에 트랜스젠더는 없잖아요.
 
망고: 굳이 트랜스젠더를 안 봐도 돼요, 성소수자라는 공통된 게 있으니까. 이렇게 만나는 게 좋아요. 근데 우리 아이는 '동성애자인권연대'라는 표현이 맘에 안 든대요. ‘동성애자’로 한정되어서.
 
욜: 사실 그것 때문에 이름을 바꿀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동인련 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에요.
 



[4]

모리: 전 지난 모임 때 나눈 이야기 중에 더 얘기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망고님이 반공 이데올로기 이야기하시면서 ‘내 속에 있던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잖아요. 근데 저희 아버지도 그런 게 있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어떤 분이냐면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동에 돈도 없는 집안에서 자수성가 하신 분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삶의 원칙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게 되게 많았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아빠랑 엄청 싸웠는데, 왜 싸웠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공통적으로 아버지가 자기 원칙에 대해서 전혀 타협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마다 대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자기 원칙이 깨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내가 커밍아웃 했을 때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아빠의 그런 태도를 계속 바꾸려고 했던 것 같아요. 쪼끄만 게 “아빠가 얼마나 건방진 줄 아느냐”고 그러고. 제가 게이인 걸 가족들이 알게 된 이후에 아버지를 인터뷰 했었는데, 그때 아빠가 그러더라구요. 이제는 그렇게 자기 주장을 꼭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고. 원래는 집에 싸움도 많았는데 이제 안 싸운다고 하더라구요.

망고: 저는 어렸을 때 반공의식이 투철했어요. 6.25 웅변 대회도 나가고, 표어로 상도 받고 그랬어요. 근데 사회에 나와서 내 처지를 인식하면서 그런 게 깨진 거예요. 근데 이런 경험이 지금 이 사태를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란게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열어놓고 보게 되더라구요. 아이의 문제를 객관화 시켜서 보는 훈련을 자꾸 하는거에요. 그렇게 하는게 저도 마음이 편하구요. 사실 나만 죽을 것 같은 거지 다른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 


 

[5]

지인: 모리님이 가져온 자료를 보면 ‘감정표출’ 부분에 있는 말들 저도 다 했어요. “나중에 니 자식도 없을텐데” 얘기도 했고. “아빠한테 말하지 마라”고 했고.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수 있니?”도 했어요. 전 하루만에 이 감정표출 부분이 다 나왔어요. 전 이 자료랑은 순서가 좀 바뀌었는데 이러고 나서 죄책감이 들었어요.
 
망고: 저는 이런 감정표출은 없었던 것 같고, 대신 아이한테 성소수자 단체를 추천해줬던 것 같아요. 너 가봐서 직접 경험하고 판단해봐. 책도 좀 주고 그랬어요.
 
지인: 저는 망고님처럼 그런 식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호르몬 검사하러 가자고 그랬어요. “너가 여성호르몬이 많으면 인정해줄게”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더 병원에 안 간다고 그래서 싸우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잘못 안 거에요. 저는 성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건 신체적인거라고 생각했어요.
 
욜: 혹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인데, 저희 어머니는 “그냥 너가 아프다고 생각할게”라고 하셨거든요.
 
지인: 그렇진 않아요. 근데 욜씨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하신 건 인터넷을 찾아보셨을 수도 있어요. 정신병인 것처럼 잘못 써 놓은 글도 많아요.
 
망고: 부모를 안심시키는 건 애가 밝고 명랑하게 사는거 같아요.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안심이 돼요. 이곳 부모모임 나와서 같이 이야기하고 그러면 좋은 게, 여기 성소수자 친구들이 밝고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걸 보는 것 자체가 안심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인: 다들 자기 할 일하며 건강하게 살잖아요. 이런 게 위로가 되는 거지. 부모는 자식이 자기 할 일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망고: 여기 자료에서 7단계를 추가했으면 해요. 7단계는 ‘활동가로 성장하기’. 설명에는 ‘자기 문제를 스스로 사회에 던지면서 성장하도록 지지한다’라고 적어 놓고.
 
지인: 6단계에 부모가 바라는 거 해도 좋겠다. ‘행복한 삶을 바란다.’ 이런 문장 말이에요.
 
망고: 저는 자기만 행복하면 안되고, 다른 불행한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죠.
 
지인: 그리고 애한테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은 안 만났으면 좋겠고요. 이 자료가 워낙 잘 만들어서 조금만 더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각각 1단계에 어땠는지를 넣어도 좋을 것 같구요. 저는 아이의 커밍아웃을 듣고 인정이 안 되더라구요. 근데 아이랑 계속 얘기하면서 아이가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때부터 화가 나더라구요.
 
모리: 저희 가족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 혼자 다 고민하고 결정 내린 것에 대해서 화를 내더라구요.
 
지인: 저도 청소년 시기니까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밀고 나갔던 거죠.
 
모리: 저희 큰 누나가 의사거든요. 어디서 이상한 자료를 찾아봤는지 “서른 살이 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그랬어요. 제가 가족들에게 처음 들은 말은 “정상으로 돌아올테니까 커밍아웃은 하지 마라”는 말이었어요.
 
지인: 모리씨가 잘못 알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여서,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망고: 저도 처음에 ‘성정체성을 고민하고 있어’ 정도는 우습게 생각했어요. 청소년시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이건 동성애자도 아니고 MTF다 그러니까, ‘MTF? 그게 뭐여?’ 그랬던거죠. 도대체 나랑 전혀 관계가 없었던 말들이 들리니까... 저는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이었어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지인: 맞아요! 저도 ‘멘붕’이었어요. “멘붕”이라는 말이 딱이다. 여기 자료집에 써요. 저도 너무 모르니까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그땐 끊임없이 싸우고 자료 찾아보고 그랬어요.
 
모리: 저는 블로그를 했었는데, 블로그에 성소수자 관련해서 글도 많이 쓰고 자료도 많이 링크해두고 그랬거든요. 가족들이 제가 게이인 걸 알게 된 게 그 블로그를 발견하게 된 거라서, 사실 전 ‘이 블로그를 봤으면 어느 정도 공부가 되었겠지’하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그렇지가 않다라구요. 자료를 그렇게 많이 모아 놓아도, 자기가 읽고 싶은 대로 읽는 것 같아요.
 
지인: 오히려 ‘이런 정보들 때문에 영향 받았구나’ 싶었을 거에요.
 
망고: 이게 부모한테 꼭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삶이니까, 서로 알고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이 관계가 유지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마치 부모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 같이 행동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지인: 맞아요, 서로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그 과정에서 양쪽 다 너무 큰 상처가 될까봐... 사실 이 문제 아니더라도 부모님이랑 말 안 통하는게 얼마나 많은데.. 적당한 타협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망고: 이게 가족이라는 관계가 족쇄인 것 같아요. 저는 개별화되는게 좋아요. 그래야 이 아이도 편하고, 부모도 편해요.


 

[6]

지인: 근데 모리 아버님은 자기가 어떤 영향을 주었던 게 아닌가 자책하시진 않으셨대요?
 
모리: 자책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전 누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걸 너무 분명히 알고 있어서 부모님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어요.
 
지인: 죄책감은 엄청 들어요. 저는 몇 달 동안 미안해서 잠이 안 왔어요. 어린 시절부터 내가 했던 말들, 행동 모두 다 돌이켜 보느라구요. 나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죄책감 들고, 거기에 더불어서 아들이 게이인 걸 알게 된 후에 제가 했던 상처주는 말들을 돌이켜보면서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망고: 저는 죄책감이라기보단 걔한테 애정을 많이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엄마로서 그때그때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을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 지식이 없다보니 아이가 직접 찾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그게 좀 미안해요. 이런 마음을 신랑과도 같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신랑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생각보다 잘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욜: 망고님 자녀분은 아버님께 커밍아웃할 마음이 있는 건가요?
 
망고: 그건 아직 안 물어봤어요. 그래도 변화된 게, 예전엔 아빠가 가끔 집에 오는 날이면 온갖 긴장을 다하고 있는 게 보였거든요. 아빠가 돌아가고 나면 피곤해서 골아 떨어질 정도로. 근데 이젠 아빠랑 이야기하는게 좋다고 그래요. 이젠 신경 안 쓰인다고. 그 사이에 내적 성숙이 된 거 아닌가 싶어요. 사실 아이만 바뀐 게 아니라 저도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항상 여성주의 쪽 운동에만 관심이 있다가 새로운 분야를 발견한 느낌이에요. 이 운동은 뭐랄까… 젊고 발랄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한편으로 성소수자는 이 사회에서 가장 소수이면서 약자인 느낌이라 더 관심을 가지고 싶어요.
 
지인: 맞아요, 그래서 도전 의식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망고: 실천 해야 할 게 눈 앞에 놓여있는 느낌이에요. 이 세계를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지인: 저는 여기 부모모임 나온 이후로 잠을 잘 잤어요. 저 같은 부모님들 있으면 여기 오게 하고 싶어요.

망고: 저도. 여기 와서 느끼는 안도감이 뭘까를 생각해보니,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게 이 자리에 있음을 행복하게 해요. 그래서 이 모임이 기다려져요. 또 대충 생각했던 것도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구요.
 
욜: 도움이 되시나요?
 
망고: 같이 고민하는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 든든함이 있어요. 찰밥 같은. (웃음) 남의 새끼 보면서 위안도 되고. 




# 성소수자 부모 가이드북 http://cafe.naver.com/rainbowmamapapa/27

# 성소수자 부모모임 1차 정기모임 대화록 http://cafe.naver.com/rainbowmamapapa/30

# 서울 지역 다음 정기모임: 6월 17일 오후 6시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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