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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노동

노동절 기념 성소수자노동권 토론회 후기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가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요구되는 변화들”

by 행성인 2014. 5. 26.


오리(동성애자인권연대)


 

2014년 5월 9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가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요구되는 변화들”을 주제로 세 분의 발제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자료집은 아래 주소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www.lgbtpride.or.kr/xe/index.php?document_srl=63027

 

첫 번째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조혜인 변호사가 "성소수자 (고용)차별금지법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발표하였다. 취업단계부터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 해고까지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두고 있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 사건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노동자와 성소수자는 사회적으로 약자이다 보니, 드러내놓고 문제제기 할 때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터에서는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성소수자 차별도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 같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고, 차별이 있을 때 구제가 가능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성소수자들이 일터에서 커밍아웃 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활동들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발표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의 나라가 "해외 LGBT노동운동 경험에서 배울 것들"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미국의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꾸어왔는지를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백화점 노조 지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성 동성애자가 창고직에서 남성복 매장으로 부서를 옮기로 싶어했는데 인사담당자가 동성애자라고 거부했다. 이 것을 노동조합이 차별이라고 제기해 시정하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노조의 다른 시기에 또 다른 ‘남성’직원이 처음에는 립스틱을 바를 수 있는 권리를, 이후에는 드레스를 입을 권리를 요구한 것을 노동조합이 지지해 따냈고, 성전환 수술비용 지원을 시도하기도 했단다. 이 직원이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직장의 여성노조원들이 치마 입는 것을 거부하고 바지 입을 권리를 따내는 과정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들이 이렇게 이어져 있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새로웠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한국의 민주노총같은 미국의 큰 노동조합에서 성소수자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과정이었는데, 미국사회에서 그 어떤 부문보다 일찍 동성애자 권리를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공식적으로 성소수자 위원회가 만들어진 후 몇 년간은 예산도 주어지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성소수자 인권 선진국인 미국도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그런 힘든 과정을 통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위안과 감동을 주었다.

 

세 번째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곽이경이 "노동조합은 일터의 성소수자 평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에 대해 발표하였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의 활동을 소개하고, 한국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이야기이었다. 성소수자 운동에 연대하는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 수 있는지에 소개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교사노동자들이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한다면 어떨까? 노동조합에서 유니폼을 강요하는 회사에 반대하면서 트랜스젠더 노동자도 자신이 원하는 유니폼을 입거나 성별 중립적인 유니폼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보건 의료 노동자들이 성소수자 가족들의 권리 보장에 함께 한다면 어떨까?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들어가면 어떨까? 물론 그냥 되는 것은 없다. 편견을 가진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인권교육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함께 싸우는 동지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 안에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함께 할 수 있을 때에야 많은 변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노동운동의 힘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사장이 나타나 일터를 평등하게 바꿀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드러나듯이 결국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싸우면서 권리를 얻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잘 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뭉치고, 회사를 상대로 힘을 가져야 한다. 성소수자는 노동자 속에 언제나 함께 했었고, 노동자들이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용기있는 성소수자 노동자도 나타날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노동운동의 변화를 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멋진 변화를 만들어낼 그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