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 신입회원 문태호입니다! 지난 8월 1일, 신입회원모임 디딤돌은 노동권팀의 주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FTM(Female to Male transgender,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자를 뜻함)으로서의 공개적 커밍아웃을 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죠.

 

 

행성인에서 15년 넘게 일해오신 기존회원부터 8월 1일에 처음 행성인에 발을 내딛게 된 신입회원까지 약 30명가량 빙 둘러앉아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모임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제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는 자신의 아들이 게이인 한 어머니의 소개였습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하는 행동, 말투, 손짓 하나하나까지 굉장히 여성스러웠고, 그래서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한 마디도 하려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어머니와 외출을 할 때도 아들에게 말을 걸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가거나, 학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숨기기 위해 그냥 책상에 엎드려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에게 게이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다른 여느 부모들처럼 아들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탓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아들에게 고마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LGBT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지, 자신의 아들이 고개를 숙이고 떳떳하게 살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이 사회가 변화되고, 이 세상 모든 LGBT 부모들이 자식을 떳떳하게 여기며 지지해 줄 수 있을 때까지 목소리를 높이겠다며 말을 끝마치셨습니다. 부모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저를 절대 인정해주시지 않는 환경에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4~50대 이상의 부모님이 LGBT문제에 있어서 보수적인 입장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아들을 받아주고, 나아가 행성인에 나오셔서 다른 부모님들에게 변화의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 자체가, 저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렇게 자기소개가 끝나고, 노동권팀의 주관으로 5시부터 일하는성소수자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노동과 자존감에 대한 토의를 세 모둠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짧은 머리를 하고, 남성 정장을 입고 회사에 다니는 여성에 대한 차별로부터, 커피숍에서 영어로 굴려서 주문을 하고 나선 ‘그것도 못 알아듣냐’며 나는 너보다 콧대가 높다는 걸 마음껏 뽐내주신 손님, 서빙을 하는 직원에게 귀엽다며 엉덩이를 꽉 쥐어짜신 손님, 이태원에서 드렉(drag, )쇼를 하는 공연자에게 쟤는 할 일이 없어서 저런 짓을 하냐며 직업의 귀천을 운운하는 관객들, 남자 직원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려고 할 때 남자가 남자답게 그 정도는 참아야지라고 말하는 상사들 등 각자가 아르바이트 혹은 직장에서 일을하며 겪었던 스트레스와 자존감을 하락시키는 많은 일화들을 나누고, 앞으로 여성과 남성의 직업을 나누지 않거나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분위기의 사회가 된다면 노동과 자존감에 대한 문제는 하나씩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결론으로 토의를 마쳤습니다.

 

최근 미국 동성결혼의 합법화와, 서울시의 퀴어문화축제 허가 및 지원, 박원순 시장의 ‘동성애는 옳고 그름을 떠나 다름의 문제, 차별 없는 서울 만들겠다’라는 공식발언 이후 한국 곳곳에서는 성소수자 혐오단체들이 곳곳에서 들고 일어서 동성애는 정신병이니 이를 전염시키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임에서 만난 모든 성소수자들은 미친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여느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이 꿈을 품고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었습니다.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가 올 것임을 기대하며 쉼 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닌 우리로 삶을 강요받으며 사랑받는 것보단, 우리인 우리로 살며 손가락질당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손가락질을 하며 평등이란 기틀을 무너뜨리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인 거지, 우리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더더욱 손가락질 받을 필요가 없으며,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거라고.

 

모임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서, 앞으로 행성인이 한국 사회에서 나아가야 하는 길은 아직 너무나도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길 앞에 또 수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을지 평등이란 단어가 안내자가 되어줄 것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하지만 어떤 상황이 오든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힘들 때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너는 남과 다르지 않다고 위로해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평등이란 이름 아래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올 때까지, 행성인은 서로의 지지 아래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요.

 

 

 

 

  1. 2015.08.02 19:39 [Edit/Del] [Reply]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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