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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혐오/군형법 군인권

니들이 계간(鷄姦)을 알아?

by 행성인 2009. 4. 28.
 

군형법 제92조 “계간(鷄姦)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008년 8월 육군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군형법 제92조가 평등권과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를 미루고만 있다. 군대 내에서만 해결하기 힘든 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신속한 위헌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폭력과 동성애는 구분되어야”

군대는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남성들 중에서 3급 이상의 신체등급에 판정을 받은 자는 군대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는 동성애자도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군대에는 당연히 동성애자는 물론 성적소수자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군인들처럼 군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휴가에 다른 군인들처럼 연인을 만나 데이트를 할 수도 있고, 섹스를 즐길 수도 있으며, 번개나 클럽에 출입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성적소수자 군인을 만나 사랑을 할 수도 있고, 둘끼리의 합의하에 섹스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이를 처벌한다. 동성애자 군인은 그럼 휴가 나와서 자기 손에만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성애자군인들이 휴가에 나와서 애인 혹은 업소에 출입하여 하는 섹스는 괜찮고 동성애자가 나와서 하는 섹스는 처벌되어야 한다면, 이건 뭔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되어지지 않을까? 분명히 군대 내에 존재하고 있는 성적소수자들인데, 이들이 하고 있는 관계에 대한 처벌을 법에 의하여 한다는 것은 법이 이성애자들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엄연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동성애자인 군인이 이성애자인 군인을 강간했다거나 혹은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이것은 말이 달라진다. 하지만, 군형법 제92조는 그 관계를 증명하는 것을 떠나서 동성애 행위에 대한 전체적인 법적 규제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엄연히 동성애자인 군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해당한다.


하지만 엄연히 동성애자들은 존재하고 있으며, 동성애자들의 관계가 성폭력 혹은 그 이하의 가치로 추락되어서는 안 된다. 성적결정권은 인간에게 있는 권리이며, 군대도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므로 엄연히 군형법은 이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이성애자의 가족구성만을 중시하는 풍토를 버려야”

2002년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 심리에서 ‘군대가정의 성적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조항이 존재해야 한다’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국가가 가정에 대한 정의를 이성애자의 가정에 두고 있으며, 동성애 혹은 다른 성적 소수자들이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성애자 중심의 혈연중심적인 가부장적 가족구성을 중시하고 있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어머니와 자식들의 구성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성애자나 성적소수자들이 이런 가족을 정상적인 가족으로 규정하는데 엇나가는 것이고 이런 가족의 규정을 정상적인 구성으로 교육하는 사회에 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동성애자 가족뿐만 아니라 편부모 가정, 성적소수자로 구성된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이 구성되어 있다. 사회에서 아무리 부정한다고 없어지지 않을뿐더러, 이들을 차별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회의 법은 신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군대 가정의 성적건강을 위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기본적으로 이성애자 중심의 성적 관계 외에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자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런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을 담고 있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탄원서 작성에 동참을”

봄기운이 겨울의 심술에 움츠려 있던 4월 4일 우리는 종로3가에 모여 탄원서 작성을 위한 캠페인을 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탄원서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종로3가의 사람들에게 탄원서 작성을 호소했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업소들을 돌았고, 한 팀은 종로3가 입구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날씨가 추웠던 탓에 사람들의 반응이 활발하게 나타난 건 아니었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알리기 위해서 우리는 추운날씨에 맞서 열심히 움직였다.


몇몇의 사람들은 호응을 해주었고, 탄원서 작성도 잘 해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가 알려질까 혹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로 대했다. 심지어 게이들이 많다는 종로3가의 거리에서 우리의 섹스를 계간으로 표현하는데 게이들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다니!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탄원서 작성은 하지 않더라도 리플렛이라도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리플렛을 손에 쥐어 주었다.


탄원서는 작성한다고 해서 자신의 정보가 헌법재판소에 들어간다거나 암암리에 자신을 위협하는 연락이 온다거나 하지 않는다. 아무리 2MB정부일지라도 탄원서는 그와 상관이 없다. 지금이라도 탄원서 작성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네트워크 홈페이지(www.gunivan.net)에 들어가서 탄원서를 다운받아서 직접 작성하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실로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이 탄원서 한 장은 소중한 인권 권리를 행사하여 군형법 제92조가 위헌 판결을 받는데 힘을 보탤 것이다.



군인이기 이전에 군인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은 엄연히 자기의 성적결정권이 있다. 군형법 제92조는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무시하고 있다. 우리의 관계를 계간이라 말함은 고고하신 군형법의 우아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계급이 중요한 군에서 군형법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기본적인 성적결정권마저 무시하는 하극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얼마 전 군은 불온서적 선정에서도 자신들의 떨어진 시대적 감각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젠 기본적인 권리마저 무시하는 그들의 떨어진 감각을 살려주기 위해서 계간의 달인인 내가 한마디 해주고 싶다. “니들이 계간을 알아?”



 


군 관련 성소수자 네트워크는?


군대내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동안 숨기고 가려져 있던 군인권 문제를 그냥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하였다. 네트워크는 군대내 성소수자 차별사건에 대한 지원과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마련 그리고 군대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다. 홈페이지는 gunivan.net이며, 동성애자인권연대나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홈페이지로 들어와서 문의를 하면 된다.





욱 _ 동성애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