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가벼운 분위기, 이곳저곳 담소를 나누는 모습. 7시 30분이 거의 다 되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경쾌하고 가벼운 분위기가 나를 맞는다. 중간중간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6명이라는 소규모 인원이 참석한 세미나라 그런지 분위기가 더욱 편안했다. 웹진팀에서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연대하고 성소수자 관련 이슈들을 더 많이 알아보기 위한 세미나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달의 주제는 가구넷이었다.
 
 오소리님의 재치있는 발언과 함께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먼저 가구넷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현재 활동을 들었다. 가구넷은 제도적 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법률적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변호사들을 중점적으로 활동한다는 이야기였다. 동시에 커뮤니티와 연계하기 위해 동성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차별의 사례와 사연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가시화가 덜 되어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한 우리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 아닌가 생각했다. 국내의 가족구성권 이슈는 비교적 역사가 ‘짧기’ 때문에 미국이나 외국과 달리 나이든 커플이 적다는 점도 하나의 걸림돌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당사자들을 모으는 것은 걸림돌을 고려한 활동으로 보였다.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당연한 결혼식

 

가구넷 이슈에 대한 논의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당연한 결혼식>이 도화선이 되어 그 전후로 늘어났다. <당연한 결혼식> 다음해에 변호인단이 구성되고 단체들이 모여 얘기-동성혼을 이야기하고 당사자를 조직할 수 있는 네트워크 형식의 단위 필요성-가 나오다가 2012년 10월 기자회견을 하며 가구넷이 발족되었다. 그 다음날 혼인신고서가 제출되었고, 며칠 후 그 신고서는 불수리처분되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그리고 현재까지 가구넷은 커뮤니티 내부에 있는 가족구성에 대한 여러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환기시키는 대중적 캠페인과 관련 권리에 대한 교육이 있다.
 

 

동성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 제기 기자회견

 


 이후 여러 토론회,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가구넷은 차차 그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성소수자들이/의 평등, 다양성, 행복, 즉 평등하게 가족을 이룰 권리를 보장하는 세상,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존중하는 세상, 그리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것’ 이라는 미션과 비전을 정리하는가 하면, <퍼스트 댄스>와 같은 레즈비언 커플 영화를 공동체에 상영하고 인권포럼에 <결혼과 가족> 세션을 진행한 활동도 있었다. 2014년에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혼인신고 불수리에 대한 불복소송을 했고, 현재는 불복소송 결과가 안좋게 나올 경우를 대비해 이후 활동을 준비중이다.

 

 

퍼스트댄스 상영회 & 동성 커플과의 만남 <괜찮아 사랑이야>


 
가구넷에서 기획한 가장 큰 활동은 2015년 6월 20일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심포지엄은 대만, 일본 각지에서 동성혼운동을 하는 법조인, 활동가, 정치인 등 여러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각 나라에서의 상황과 운동 상황, 그리고 전략 등에 대해 얘기한 자리였다.
 

 

 

법 앞에 선 커플: 동성 파트너십 권리 국제 심포지엄


 동성혼 법제화를 달성시키기 위한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현재 가구넷에서는 이를 ‘가족구성권’, 즉 가족을 형성할 권리로 주장하고 있다. 이는 꼭 성소수자만의 이슈가 아니라 정상가족이 아닌 형태에 차별이 가해지는 것에 대한 담론이고, 앞으로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다뤄지도록 초석을 밟는 것이다. 이 부분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비혼모 지원에 대한 열악함과 장 모 개그인의 이혼가정혐오발언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의 비혼모들은 정부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며, 학교에 다니는 경우 육아와 교육을 병행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또한 이혼 가정의 경우 많은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다른 부모의 양육비 지급율도 낮다. 이런 환경에서 장 모 개그인의 이혼가정 혐오 발언이 유명 개그프로에서 나왔다는 점은 아직 우리 사회가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벗어난 가정에게 얼마나 차가운지를 알 수 있는 척도였다. 
 
 가족구성권과 관련해서는 가구넷 외에도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이 있다고 한다. 이 모임은 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파악을 중요히 여기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진행한 활동은 ‘찬란한 유언장’ 활동으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유언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이 의제는 굉장한 중요성을 가지고, 이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미나를 들으러 왔다고 한다. 또한 2012년에는 <정상가족관람불가> 전시회도 열었는데, 전시는 정상가족이란 개념을 따돌려보자는 시도였다고 한다. 내가 아직 가족구성권에 대해 알지 못한 때여서 가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웠다.

 

 

정상가족관람불가 전


 
 현재 가구넷의 쟁점 중 하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동성혼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은 커플들도 이슈가 되는데, 이처럼 동성혼에 대한 성소수자 대중의 욕구가 몹시 크다는 것도 중요한 쟁점이다. 당사자로서 대중의 욕구가 몹시 중요한데, 일단 국내 당사자들의 요구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가구넷의 전략은 동성혼을 의제로 만들기 위해 현존하는 제도에서의 배제가 ‘불평등’이라는 접근이다. 또 하나는 동성혼이 기존 가족제도에 대한 편입이 아닌, 평등한 시민권에 대한 투쟁이라는 평등권 차원의 접근이라는 것이다. ‘합법화’라는 말은 현재 동성혼이 불법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으므로(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 불법은아니다) 제도화, 법제화라는 용어를 지향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합법화가 입에 붙어버렸는데, 이제부터는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마지막으로는 작년 6월 미국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되었을 때, 트위터에서 #LoveWins라는 해시태그가 퍼졌듯,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접근 역시 중요하다고 한다. 차별선동세력이 계속 동성혼 법제화를 ‘특권’이라고 프레임하는데, 위의 전략들이 좋은 반박이라고 생각한다.

 세미나는 가볍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질문 시간을 거친 후, 수고하신 오소리님께 박수를 드렸다. 동성혼이 90년대 미국처럼 갑작스럽게 중요한 명제로 떠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갑작스러운 변화가 가능해질 수 있음을 기대해볼 수 있다. 희망적인 이야기로 끝내며 뒷풀이를 시작했다.

 

#LoveWins 태그에서 사용되었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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