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4월 즈음 행성인 운영위원 나라님에게 아이다호 기획단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뭔가 스카웃 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꽤 기뻤습니다.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습니다. 하지만 들어간 이후에 좀 후회도 했습니다. 제가 도움이 된 부분이 거의 없었거든요. 어떤 아이디어를 내거나 단순 연락 돌리기 정도야 할 수 있었지만 실질적인 조직이나, 행사 전반적인 흐름과 연계되는 부분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건 왜 해야 하는 건지 등 기초적인 정리조차 못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공장 관리인이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포장만 하는 노동자가 된 느낌이랄까요.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전반적인 이해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획단 회의에서 오고간 내용이 이해 못할 정도로 어려운 건 없었는데도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해하는 것과 체화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성소수자 관련 행사뿐만 아니라 어떤 행사 기획 자체가 처음인 저에겐 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거든요.
아이다호 행사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치러지던 행사고, 따라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이 정해진 상태였는데 아마 그 점이 저에게 더욱 생소한 부분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아이다호라는 말 자체도 이번에 처음 들어본 제가, 그간 어떤 논의 과정들을 거쳐서 이런 틀이 형성 됐는지 감이 오긴 힘들 테니까요. 아마 기획단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으로 처음부터 모든 걸 토의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실정이었다면 몸과 마음은 힘들었어도 생소하거나 이해를 못하는 부분은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다호 기획단 활동은 이런 생소함을 어떻게 하면 줄여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건 아이다호 기획단 활동뿐 아니라 성소수자 운동권의 모든 행동 전반에 걸쳐서 하게 되는 고민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기존의 활동가와 신입 활동가 서로가 노력해야겠지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멀리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론과 기초적인 인권 개념부터, 미국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 한국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 그 중 한 단체인 행성인의 역사 까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어떤 물줄기를 타고 여기까지 왔나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성인 내부에 스터디 소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실제 모임을 갖진 않아서 제가 계획한 것처럼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게 가능할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아이다호 기획단 후기에서 스터디 소모임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는 게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드네요.
다시 아이다호 기획단 후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기획단을 하면서 좀 흥분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발언, 연명 요청 등등 행사 조직에 대해 얘기 할 때 익숙한 국회의원이나 정당 이름들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활동가 분들이 참 자연스럽게 그 이름들을 꺼내고, 그 분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성소수자 운동이 제 생각보다는 정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부분이 참 기뻤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나의 얘기가 국회의원이나 정당에게 전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이정도면 정치에 꽤나 직접적인 방식으로 참여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다호 행사 기획단이기에, 어떤 정책적 변화나 새로운 의제를 요청하는 자리까진 아니였지만 다음에 그런 자리에 간다면 나의 목소리가 정계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재미난 희망을 보았습니다. 앞으론 그런 자리들을 더욱 찾아 가고 싶습니다.
아이다호 기획단 활동을 통해 많은 점을 깨닫고 갑니다. 덕분에 스터디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정치활동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어서 참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하단 걸 느꼈고 다음에 또 비슷한 기획을 하게 된다면 더 능숙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땐 꼭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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