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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퀴어 웹툰, 앞으로도 한 컷씩 나아가길

by 행성인 2016. 9. 3.

겨울, 스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간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구술부터 영화까지 여러 형태의 매체를 통해 전파된다. 현재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 중 하나는 바로 웹툰이다. 웹툰에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는 주로 어떤 맥락에서 소비되고, 어떤 형태의 스토리에서 나타나는지, 그리고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웹툰은 현재 서사를 다루는 매체 중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퍼질 수 있고, 비교적 연령이 낮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매체다 보니 우리의 이미지가 웹툰에서 어떻게 생성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웹툰도 엄연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매체다.>


스톤과 내가 함께 애기를 나눴을 때 발견한 것은, 각자의 성장과정에서 접한 성소수자가 나오는 서사를 가진 창작물은 이하의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제일 먼저 BL물이나 GL물이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고, 이후에 성소수자들을 환상종이 아닌, 좀 더 인간화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일어났다. 스톤의 경우에는 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가 성장과정에서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나의 경우에는 웹툰 <거울아 거울아>가 그런 예였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본 다른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품의 한계는 작가가 당사자인지 아닌지가 확실하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작품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에 와서는 당사자들이 자기 스스로의 이야기를 웹툰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작품의 예로는 네이버의 <모두에게 완자가>나 다음의 <이게뭐야>가 있다. 마지막 발전단계는 예전과 다르게 메인 포탈에 등록되는 것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관련 웹툰 사이트도 따로 생긴 것이다. 좋은 예로 퀴어 만화 전문 웹사이트 까툰이 있다. 퀴어 커뮤니티가 하나의 엄연한 소비자층으로 고려될 만큼 구매력이 세진 게 아닐가 하고 생각했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까툰에 있는 몇 작품은 그저 작가 당사자의 얘기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얘기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던 "썰"을 풀면서 독자들간의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저변을 넓혔다는 점이다. 예로 변천님의 작품에 출연한 행성인 회원 샤넬님의 경우가 있다. 다음은 스톤과 샤넬님의 인터뷰다. 


스톤: 어떻게 섭외가 들어오게 됐나요?

샤넬: 퀴어퍼레이드 전에 "이런 옷(타이즈)이 잇다. 퀴어퍼레이드 이후 구입하니 구입 후 인터뷰 해 달라" 하고, 제가 먼저 페북 메시지를 보냈어요. 


스톤: 관련한 사연을 받는다고 하셨엇나요? 

샤넬: 네. 특별한 사연을 받는다고 하셨어요. 


재미있는 점은 새로운 웹툰 플랫폼들이 네이버나 다음과 달리 댓글 방식을 없애는 방법을 차용하면서 독자가 작가에게 능동적으로 다가가서 사연이나 이야기를 보내는 형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웹툰을 통한 작가와 독자간의 유대감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톤: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 됐나요. 

샤넬: 제작과정을 이야기해도 되나 모르겠어요. 만화 내용과 연관이 되어 있는데 이걸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고. 


스톤: 평소 까툰을 즐겨보세요?

샤넬: 네. 평소 요일마다 다른 웹툰을 즐겨봅니다. 


스톤: 주로 어떤 웹툰을 보세요? 그 이유는? 

샤넬: 보통 변천님 작품을 즐겨봐요! 그림체가 너무...섹시해서요!


이런 웹툰 플랫폼에 대한 애착 역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와 문화가 형성될 희망과 그 초기 과정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스톤: 참여 후 느낀점이 있으신가요?

샤넬: 저의 이야기를 툰으로 직접 보니 뭔가 부끄럽더라고요. 꺄아악 하면서 모두 보았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런 반응은 독자와 작가간 소통하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짜릿함과 즐거움을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생성된 퀴어 웹툰들과 그 플랫폼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첫째, 대부분 웹툰이 게이 중심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퀴어, 에이섹슈얼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성소수자들이 즐길 만한 컨텐츠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두번째, 여성 성소수자들이 비교적 많이 소비하는 '백합물' 같은 경우 성소수자에 대한 사전적 정보검색이나 인권의식 없이 비당사자가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성적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 성소수자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리게 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여성 성소수자들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들이 출현하는 웹툰의 종류는 대부분 일상물이나 로맨스물, 혹은 에로티카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아직도 존재 자체가 낯선 성소수자들이기에, 성소수자가 사는 방식을 보여주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실제 세상에서 정말 '성'소수자로서만 살아가지는 않는다. '성'소수자로서의 면모만 그려내는 것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관련 장르(로맨스, 에로티카)에만 국한되게끔 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타 장르에서 성소수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은 비교적 적어서 아쉬웠다. 예를 들어 우리가 SF물이나 판타지, 스릴러 물 등등의 장르에서 성소수자 캐릭터가 정말 '성'소수자로서만 기능하지 않으면서, 스테레오타입이 아닌 입체적인 경우를 얼마나 볼 수 있는가? 성소수자 원더우먼이나 성소수자 제이슨 본 같은 것 말이다. 이 역시 중요한 지표이고, 앞으로 퀴어 웹툰을 만들 때 꼭 고려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