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행 및 편집: 웅
사진촬영 및 녹취: 나단, 주원
행성인 사무실이 대흥동으로 둥지를 옮긴 지 2년이 넘었다. 언제까지 행성인은 철새처럼 터전을 옮겨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은 일단 차치하자. 낯선 동네로 이사온 이상 우리는 새로운 지역에 발붙이고 익숙해져야 했다. 이사 즈음, 며칠 동안 골목을 기웃거리며 술집과 밥집, 카페를 찾았다. 우리동네 나무그늘 카페는 그렇게 발견한 행성인 뒷골목 공간이었다.
나무그늘 카페는 마을협동조합 카페다. 으레 있는 조합 카페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카페에는 정당행사나 사회시민단체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카페 입간판에 세월호 포스터가 붙고 이런저런 사회단체, 지역단체 행사포스터 외에도 집회장소의 구호피켓들이 붙어있는 모습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행성인도 카페공간을 수 차례 이용했다. 일정이 많은 날 사무실 대용 회의장소로 삼는가 하면, 2015년에는 행성인 송년회 <그런 기운이 오는 밤>을, 2016년에는 퀴어퍼레이드 행성인 뒤풀이와 성소수자노동권팀의 연중행사 일하는성소수자모임 <전태일 평전 읽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공간이 최근 이사 갔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전부터 카페 일대는 재개발지역으로 묶였고, 지난해부터 주택들이 철거된 둔덕으로 펜스가 둘러쳐지고 콘크리트입방체가 올라오던 터였다. 멀지 않은 장소로 옮겼지만, 이웃을 떠나 보내는 기분이었다. 얼굴을 익히고 말을 섞는가 싶을 때 떠나는지라 아쉬움은 더 컸다. 멀지 않은 동네로 이사를 가서 떠난다는 말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우리는 이웃 카페를 좀 더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나무그늘에 인터뷰를 청탁했고, 대화를 열었다.
우리동네 나무그늘
웅: 소개부탁드립니다.
멍구: 저는 나무그늘에서 카페 운영 매니저도 하고 올해 이사장으로 선출된 멍구라고 합니다.
짱코: 저는 나무그늘에서 상무이사로 활동하는 짱코 라고 합니다. 실무를 맡고 있는 상근자라고 보시면 돼요.
웅: 소개 하실 때, 직함을 말씀 하셨는데요, 나무그늘은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소개해주세요.
짱코: 조합이 운영하는 마을 카페라는 기본 카페 공간이 있고 그 외에 일종의 기획된 행사나 사업들을 각각 활동하는 조합원들이 거기 붙어서 프로젝트처럼 하고 있다 보시면 돼요.
조합원은 200여명 되고요, 이사진이 12명 정도 있어요. 운영팀에는 매니저가 3명 있고요. 매니저는 조합의 일을 같이 하지만 카페 운영을 중점적으로 하고 조합의 일이나 실무 행정은 제가 주로 맡아서 해요. 카페 운영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니저가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하고 주말은 일종의 자원 스텝처럼 짧은 시간 일을 해서, 카페 개선사항이라든지 가격 조정, 메뉴 개발 의견을 나누고 같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웅: 블로그를 찾아보니 2011년에 나무그늘이 터를 잡았더라고요. 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준비 과정도 궁금합니다.
멍구: 저는 처음 시작할 때 대략 지켜보긴 했지만 같이 했던 건 아니라서 잘은 모르는데요. 그냥 가끔 들르다가 조합원이 된 건 3년쯤 된 거 같고, 작년부터는 카페 매니저 활동을 하게 됐어요. 일단 카페 공간 운영이 안정적으로 잘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협동조합도 잘 될 수 있는 거니까 카페 운영 좀 잘 해보라고 올해 이사장으로 뽑힌 것 같고요.
짱코: 처음 나무그늘 만든 사람들이 소위 시민사회 활동 하는, 여러 단체에 걸쳐서 활동 하는 분들이었어요. 노동조합도 있었고, 시민 사회 단체 활동하거나 정당 활동하는 분들이 있었죠.
홍대 너머 마포 서부지역은 지역활동이 활발하잖아요. 인프라 좋고 네트워크도 있고, 그런데 이 지역은 지역활동도 그렇고 너무 척박해요. 여기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고민이 있었죠. 여느 시민사회단체 사무실처럼 활동가 위주의 접근성 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오갈 수 있는 형태의 공간을 만들자고 해서 카페를 선택했죠.
어디에 공간을 만들지 논의하다 염리동으로 결정한 거죠. 일종의 거점주민공간이에요. 단체들이랑 생협이 의기투합해서 투자했어요. 35명이 초기 출자자로 모였죠. 처음 시작할 때는 돈이 드니까 작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 만원 투자해서 공간도 설정하고 인테리어도 해서 2011년 7월에 시작된 거죠.
웅: 그럼 처음 시작한 것은 지역 활동가들이었네요.
짱코: 그렇죠.
웅: 두 분은 이 동네 살고 계세요?
멍구: 저는 서대문구 살아요. 버스타고 한번에 오니까 거리상으로는 크게 멀진 않고요
짱코: 저는 마포구인데, 다른 동에 살아요. 예전에 정리를 했을 때에는 마포구 인근 동에 살고 있는 사람이 한 40% 돼요. 마포 전체로 보면 80%가 마포구에 살고 있고요. 나머지는 타 구나 더 멀리 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남녀 비율은 1:1 되고, 2.30대 조합원이 45%, 40대가 35%, 50대 이상이 20%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웅: 나무그늘을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나 활동 계획이 있었을까요?
짱코: 단어로 표현하면 ‘지역 운동’인데, 쉽게 말하면 정치적인 활동이 일상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생활정치가 안 된다, 우리도 다를 바 없지 않느냐 같은 문제의식이었죠. 활동 전반이 생활과 분리되어 있다는 고민과 반성이 있었어요. 좀더 생활 밀착형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해보자, 회비나 후원회비로 운영되는 마을활동의 개념을 넘어서고 싶은 고민이었죠. 그러려면 자생적으로 살아갈 구조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카페처럼 수익사업을 하면서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고요.
웅: 어떤 활동이 있는지 나무그늘 블로그에서 전하는 소식지 <소소한 이야기> 를 보면서 인터뷰를 예습했는데요(웃음), 프로그램이 다양하더라고요. 이사오기 전에는 놀이방도 있었고, (지금은 좁아져서 마루처럼 되어 있음) 강좌도 열고, 동아리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생활 밀착형 활동이 많이 진행된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골목 사업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김장 사업이나 쓰레기 정리, 골목 가게에 간판도 달았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보통 상상 가능한 마을 협동조합 활동들이잖아요. 지역사회에서 사회운동을 상상한다고 할 때, 다른 마을 협동조합과 차별되는 방향이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고려하거나 고민한 지점이 뭐였을까요? 찾아보니까 작년에는 박근혜 탄핵 동네 집회도 참여 했더라고요. 1
짱코: 다른 데가 어떤지는 잘 몰라서 비교는 어려울 거 같은데요, 보통 ‘마을’, ‘협동조합’이라고 할 때 정치나 사회적 이슈랑 상대적으로 분리해서 보는 인상이 있잖아요. 마치 생활 문화만 있고 경제라든지 정치권력은 다른 문제로 보는 것들 말이죠.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하나로 다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제 권력은 어떻게 할 것이냐, 마을의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협동조합 차원의 개별적인 사업프레임 너머 전체 경제, 권력에 대해서 고민하려고 해요.
200명 조합원들마다 정치적 입장과 생각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조합이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검열하기보다는 나누려고 해요. 저는 이 조합이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정치적인 것에 대해서도 마음껏 제안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봐요. 누구나 의제를 던질 수 있고 제안하는 난장인 거죠. 그래서 그런지 사회적 의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조합원이 많이 되기도 하고요. 조합원이 늘어나는 과정에 지역 주민도 많이 들어왔지만 기존에 있던 조합원이 가진 네트워크가 조합으로 연결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 근처에 살지 않아도 조합을 통해 정치적 이슈를 나누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또 하나 있다면 조합원의 연령 구성일 텐데요. 보통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4,50대가 많아요. 소위 ‘마을’이라고 하면 부모중심으로 형성돼서 공동육아부터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는 걸 전형적인 체제로 보잖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마을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특히 지금의 서울에서 마을은 무조건 정주 개념을 가질 수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2, 30대 조합원이 많아요.
멍구: 저는 한 다리 건너서 네트워크 통해서 온 사람인데요. 처음에 만들어질 때 보기만 하고 참여하진 않았어요. 여기가 어떻게 보면 기존 정치 세력 일부가 새로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저게 잘 될까 반신반의 하며 지켜 봤죠. 아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 하기도 했고요. 몇 년 지나고 보니 이 공간 자체에 매력이 보이더라고요. 공적인 공간에 누구든 어떤 이슈든 던질 수 있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이 없잖아요. 이 공간은 그런 공간이 되어줘서 매력을 느꼈어요. 제 경우는 자주 놀러 올 일이 생기면서 가입을 하고, 한 다리 걸치다 보니 발이 더 깊숙이 빠지고 활동도 하게 된 케이스죠. 이 공간이 열려 있다는 건 정치적으로 열려있다는 것도 포함하는 것 같아요.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마음 놓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잖아요. 여기는 그게 가능하죠.
인터뷰는 새로 옮긴 나무그늘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중인 짱코님과 멍구님
웅: 나무그늘에 활동하는 분들이 다른 현장도 참여하시더라고요. 철거 반대 운동이나 다른 집회 참여도 빈번한 것 같고요. 이런 분들은 어떻게 나무그늘에 들어 오게 되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한 다리 건너오신 멍구님(웃음)은 그 전에 어떤 활동을 했었나요?
멍구: 제 경우에는 특정 단체에 소속된 적이 별로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사회이슈에 관심이 있어서 아름아름 집회에 나가거나 했죠. 2010년 동교동 삼거리 칼국수집 ‘두리반’이 주변 개발 문제로 철거 당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농성하면서 연대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때 활동한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나무 그늘 설립에 많이 참여했고요. 그래서 알게 되었죠. 그때 있었던 분들 네트워크가 아직도 있고, 저 역시 철거 이슈에 관심이 많고요. 그런 분들 통해서 소식을 접해요. 도와달라고 하면 가게 되고.
짱코: 조합원 중에 그런 문제에 대해 관심 있고 제안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다양한 사안이나 의제에 대해서 관심 많은 사람들이 다른 조합원에게 전해요. 한편으론 저희도 이번에 쫓겨 왔다고 할 수 있잖아요. 카페를 운영하다 쫓겨나니 그런 사안에 대한 당사자가 되기도 했고요.
멍구: 카페라는 공적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괜찮은 아이디어로 모인 사람인데, 건물주는 가격을 올리려고 하고, 건물주로 인해 쫓겨나다 보니 저희도 당사자가 되고, 그렇게 되다 보니 주변에 그런 일이 있으면 공감을 해서 많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1/N 정신, 개발 속에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웅: 이번에 이사가게 된 것도 건물주가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법정 조정까지 갔던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해요. 건물주와의 법적 공방에서 쟁점은 뭐였을지, 이사오기까지의 과정도 말씀해주세요.
짱코: 상가임대차 보호법상 5% 상한제가 있잖아요. 처음 임대차 계약을 하고 항상 임대인이 요구 했어요. 해마다 분쟁이 있었죠. 어떻게든 협상을 시도하다가 올려주고 올려주는 과정이 있었죠. 마지막 해인 5년이 되면 우선 협상권이 없어지고 제한이 없어지는데요, 그 전년도에 많이 싸웠어요. 5년이 되었을 때도 협의가 안되니까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해서 나가라고 하는 거죠.
저희가 한겨레 기사에도 나왔잖아요. 법원에서도 명도소송 가지 말고 조정하라고 했죠. 조정안이 나온 게 하나는 현행법을 넘어서는 내용이었어요. 예를 들면 ‘하루라도 임차료가 밀리면 명도집행이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원래 3개월까지 보장이 되는데 말이죠. 여기에 단서조항이 붙었어요. 2년 계약을 연장하되 나갈 때 권리금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원래 나갈 때 권리금 보장이 되는 건데, 법을 넘어서는 단서 조항인 거죠. 다른 하나는 2월 말까지 나가고 우리가 건물주 보상 차원의 2천만 원을 받으라는 거였어요. 원래 권리금은 계약을 통해서 새로운 임차상인이 주게 되어있는데, 건물주가 보상 차원에서 2천만 원을 줄 테니까 2월 말까지 나가라. 이 두 가지 안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죠. 2
그런데 첫 번째 안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에요. 저희가 ‘맘상모’(마음 편하게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에 가입한 회원단체인데, 말도 안 되는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긴급 회의를 열고 20명씩 모여서 논의를 했어요. 이 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 계속 싸울 것이냐. 두 개 다 안받겠다고 하면 명도소송에 들어가요. 소송 들어가면 99% 패배할 텐데, 부담을 가지고 농성하듯 미래를 알 수 없는 싸움을 선택할 것이냐. 전망이 불확실하니 그 과정에 조합원들이 지치기도 했어요. 어차피 이전할 거, 빠르게 해서 자산화에 힘을 쏟자. 공간을 새로 구성하는 데 힘을 쏟자는 의견이 모여서 두 번째 안을 받아들이게 된 거죠.
멍구: 저희가 3천, 월세 300만원에 있었어요. 그러던 것이 7천만 원을 부르고 나중에는 1억에 350만원을 달라고 해요. 건물주가 부동산에는 5천에 330만 원으로 내놨더라고요. 감당할 수 없는 안이었죠. 말이 안 통하는 게 나처럼 착한 건물주 없다고 하니, 어쨌든 근방에 아파트가 지어지니 3년 후 아파트가 완공되면 상권이 생기고 땅값이 올라갈 거고 빨리 쫓아낸 거죠. 우리가 나가기를 바란 거에요. 지금은 기존 건물을 헐고 새로 짓고 있어요.
웅: 이사가기까지 염리동 일대의 개발을 무시할 수 없을 텐데요. 이 동네도 개발이 막 시작되고 아파트 올라가잖아요. 부동산 들썩이고 분위기 어수선하고, 2011년 카페를 처음 만들기 전부터 지금까지 변화를 몸으로 체감했을 것 같아요.
짱코: 우리가 당하기 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되어 왔었잖아요. 실제로 두리반 싸움을 경험했고, 작년 아현포차 문제도 그렇고. 젠트리로 표현되는 변화에 대해 사람들의 체감도가 달라요 염리동에도 뉴타운식 재개발이 네 개 구역으로 있어요. 지금 자리가 들어서는 곳이 2구역인데, 조합원 중에는 재개발 대책위 활동하는 분도 있죠. 마포가 상암동 저렇게 되고 공덕도 상업지구로 되어있고 신수동이나 남아있는 염리, 대흥동이 개발 진행중이고. 전체적으로 물결치는구나. 염리2구역 개발을 막아내지 못하고 헐려나가기 시작하는 시점에 체감을 많이 했죠. 통으로 2구역 전체가 없어지니까 도미노처럼 다른 곳도 권리금이니 월세가 엄청 올라가고 이사를 막 가요. 축제나 사업을 해도 아트 센터 광장에서 많이 했는데 그 일대에 이제 아무도 안 살게 되니까 그것도 체감되고. 무엇보다 저희도 쫓겨나게 되니까 많이 느꼈죠.
개발을 위해 철거 중인 염리동 일대
웅: 이사를 결정하는 게 나무그늘 운영에 있어서는 중요한 결정이었을 거 같아요.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도 조합원들의 참여가 중요했을 거고요. 조합원 구성이 기존 사회 운동에 참여해온 이가 있을 거고, 주민으로 참여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경우에는 활동을 계획하거나 논의할 때 부딪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활동하면서 운동의 관점이 일상에서 번역되지 못하는 경우라던가, 정치적인 방향도 충돌할 것 같고요.
짱코: 그런 게 전혀 없을 순 없겠죠. 한데 그런 갈등은 많지 않은 편이에요. 매니저나 이사진 안에서 기획해서 제안하는 것이 있지만, 그게 조합 전체에 강요되지는 않거든요. 조합에서 결정했다고 해도 강압적으로 전체가 다 응해야 하는 것은 없어요. 다른 조합원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이나 의견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1/n 정신’이라고 저희가 표현하는데, 1/n만큼만 책임지고 하는 거지 엄청난 권위를 부여하거나 그런 것이 없다고 보시면 돼요. 서로 그냥 그런가 보다, 저 사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 보다 하죠. 물론 어떤 자리에서 토론과 논쟁을 하고 결정을 하고 그럴 수 있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최대한 합의해서 어떤 것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맨 처음에 활동가들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들어오고, 조합이 활성화 되는 과정에 2,30대 조합원이 많이 들어오면서 조합의 문화가 훨씬 열리는 것 같아요. 특정 활동가나 조합원의 역량이 과도하게 발휘되지 않고 개별 조합원들의 자리를 존중하는 편이죠. 활동 플랫폼처럼 특별히 강요하는 것 없이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편이에요. 심하게 싸운 적은 없어요.
이사회에서는 정치적인 입장이 조합을 운영하는데 논쟁을 일으키긴 해요. 예를 들어 매니저 노동 조건이나 가격 정책처럼, 기저에 있는 기본적인 철학적 입장이나 관점이 현안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거죠. 호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회용품을 쓸 것인가. 발언할 때 혐오표현이 없는지, 등등. 작은 논쟁지점이라고 해도 그 안에 정치적 관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조율해가는 거죠.
“맨 처음에 활동가들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들어오고, 조합이 활성화 되는 과정에 2,30대 조합원이 많이 들어오면서 조합의 문화가 훨씬 열리는 것 같아요.”
웅: 아무래도 사람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다양한 정치적 포지션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리란 추측이 들어요. 그건 행성인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안고 가야 되나봐(웃음).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하게 됐지만, 그와 별도로 서울시에서 우수마을 만들기 단체로 선정되고 2013년, 14년에는 마을 기업으로도 선정됐잖아요. 작년 12월에는 ‘시민 자산화 1호’로 선정되었는데, 시민 자산화 사업이 공동자산을 확보하는 취지의 서울시 사업이라고 하는 걸 인터뷰 준비하면서 알았어요. 이렇게 지자체에 등록되는 게 다른 게 있을까요?
짱코: 당시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이라고 해서 초기에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카페를 하지만 주민들과 접점을 찾으면서 같이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우수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서 문화 동아리 같이 목공예나 사진, 영화, 도자기, 강좌나 동아리 활동을 했죠. 마을 축제도 2012년부터 했어요.
그러다 2013년에 저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어요. 그 과정에서 마을 기업으로 선정돼서 2년 동안 지원받았어요. 커뮤니티 카페인데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공동체 사업을 하기는 되게 어렵거든요. 지원사업을 통해서 지역 관계를 만들고 나무그늘이 일종의 단골 가게이면서 마을카페로 가고, 지역사업을 하게 되는 거죠.
시민 자산화는 서울시 차원에서 대회를 열어 선정된 거예요. 자산화 자체는 공공의 돈을 매칭해주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건물이 10억이면 시민 신탁이 10% 책임지고 나머지는 당사자(나무그늘이나 마더센터가)가 20% 책임지고 나머지 70%에 대해서는 시민 펀드나 크라우딩 펀드로 책임지는 방식이에요. 뭐가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시민 자산화 팀이나 재단, 그리고 저희 조합이 TFT처럼 꾸려서 계속 만들어가는 거죠. 로드맵을 그리며 가야 하는 거라 시간이 많이 걸려요. 자산화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거고. 그 공간에는 나무그늘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오피스를 공유할 단체가 들어올 수도 있고, 1층에 소비자 생협이 들어올 수도 있죠. 협동조합 병원도 있고, 위에는 청년 셰어 하우스 같이 주거와 연결된 건물을 만들 수도 있고요. 기획하고 같이 준비하기 나름인 거에요.
서울 마포 염리동의 지역공동체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 바라는 ‘상상’. 사진출처: 한겨레 인터넷 신문 ‘조물주 위 건물주, 그 위엔 지역공동체’. 2016. 6. 25. (링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49655.html)
멍구: 건물 자체가 특정 건물주의 건물이 아니라 국가나 시의 건물도 아니라 시민들의 건물을 만들어보자 의기투합해서, 누가 돈을 던져주고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가 성공하게끔 만들어가는 거죠. 그것을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 하기로 되었는데 누가 시작 하면 좋을지 찾다가 우리가 1호로 하게 된 거죠.
웅: 그럼 선정된 이후에 어떻게 서울시와 관계를 맺게 되는 거에요?
짱코: 신탁은 거의 기부형태에요. 신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저희 공간 리워드를 주는 방식이죠. 또 크라우드 펀딩이 잘 되도록 지원하는 과정 같은 것들. 공간을 구성할 때에도 재정이 부족하면 기관을 매칭 할 수도 있고, SH와 부지, 행정절차 지원도 해주고요. 1호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자기들도 실현시켜야 한다는 사례로서의 미션이 있어요.
우리나라 마을기업은 인증 형태에요. 행자부가 마을 기업 사업비 지원을 해줄 테니까 지원하라는 식이죠. 지자체랑 행자부가 심사하고 마을 기업이라고 지정하는 방식이에요.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가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데, 문제가 있죠.
예를 들어 마을 기업 2차년도 사업 중에 염리2구역 아카이브를 하겠다는 게 있었어요. 우리 기획에 행자부랑 서울시가 갈렸어요. 행자부가 생각하는 마을기업과 서울시가 생각하는 마을 기업의 온도차가 있었던 거죠. 행자부는 그게 무슨 마을기업이 할 일이냐는 식으로 사업을 떨어뜨렸어요. 싸웠죠. 그럼 누가하냐, 사라져가는 걸 누가 남기냔 말이에요.
마을 기업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하는 식이에요. 서울에 솔직히 마을이 어디 있겠어요. 문제가 생겨도 민원으로만 취급하잖아요. 동네 친구든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도 없는 고단한 삶이죠.
공간을 통해서 만남이 이루어지고 제안도 나오게 해보자. 해보고 싶은 거, 재미있는 거 해보고, 문제 있으면 해결하고, 사회적으로 문제제기하고. 관계망을 확장하고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마을이 확장되고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거겠죠. 농어촌 같은 향수 속 마을이 아니라, 같이 출자하고 협동해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협동조합. 우리가 가진 조합원들의 힘으로 카페포화 속에서도 공간을 현실 속에서 유지하겠다는 거죠.
“서울에 솔직히 마을이 어디 있겠어요. 문제가 생겨도 민원으로만 취급하잖아요. 동네 친구든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도 없는 고단한 삶이죠. 공간을 통해서 만남이 이루어지고 제안도 나오게 해보자…관계망을 확장하고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마을이 확장되고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거겠죠.”
소금꽃마을네트워크
웅: 저희가 2015년에 이사를 와서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나무그늘을 발견하고 친근함을 느꼈어요. ‘소금꽃마을’이라는 이름도 붙어 있고, 소금꽃은 마포 지역성을 따서 붙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여긴 마을 네트워크가 있잖아요. 근방 학교 동아리라든지 공부방도 있고 갤러리나 공방들도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더라고요. 네트워크는 어떻게 결성을 하게 된 것인지 궁금한데요. 카페가 생길 때 같이 결성이 된 건가요?
짱코: 그건 아니에요. 동네에서 동아리 사업도 하고 나중에 축제도 했는데요, 축제를 보통 1년에 한번 가을에 했어요. 축제 참여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1년에 한번 축제만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사업도 해보고 공유도 하고, 연결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겠나 해서. 일상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져가자는 취지로 네트워크를 만들게 된 거죠. 정기적으로 월 1회 네트워크를 만나고 있죠. 축제 참여하다 보니 동아리도 생긴 거고요.
‘소금꽃’이라는 이름 자체는 염리동이다 보니 소금 마을이라는 역사적 배경도 있고, 『소금꽃나무』 라는 김진숙 씨 책도 있고. 이름이 되게 좋다고 생각했죠.
멍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나무그늘 처음에 할 때, 카페 이름을 뭘로 지으면 좋을지 스티커 설문을 했어요. 후보 중에 우리동네 나무그늘도 있었고, 열린 마루, 소금꽃도 있었어요. 여기 만든 사람들은 사실 소금꽃이 되기를 원했는데, 주민들이 나무그늘을 많이 뽑았어요. 밤에 서로 이길 거라고 스티커 붙이고 가고 그런 거 있잖아요.(웃음)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투표한 대로 가자고 해서 나무그늘로 가자고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 소금꽃으로 카페 이름을 정하면 네트워크 이름은 뭘로 했을 거냐, 차라리 잘됐다. 그 때 나무그늘로 했으니 네트워크 이름이나 마을 이름을 소금꽃으로 할 수 있게 됐죠.
골목 초입 소금꽃나무길 간판- 카페가 이사한 지금도 골목을 알리고 있다. 나무그늘 카페가 있던 자리는 기존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운동권카페’
웅: 그렇군요… 이웃 마을협동조합 카페를 탐방하자는 취지의 인터뷰가 투쟁의 궤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웃음) 사실 초반 기획할 때 우리 곁에 있는 마을협동조합 카페는 무슨 활동을 할까? 하는 생각으로 질문을 짰는데, 질문지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어요. 행성인 회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행사는 뭘까요? 하는 말랑한 것들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이죠.(웃음)
마을협동조합이라고 하지만 조합의 주체나 조합의 상황들이 투쟁적인 활동으로 연결된다는 인상도 생겨요. 사회이슈를 마을 일상으로 녹여낸다는 생각도 들고요. 개발이 시작되는 불안정한 지역기반 위에 만들어진 조합이니 공동체의 싸움이 사회적 투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활동이 투쟁이 되는 상황에서 마을운동에 대한 관점도 다를 것 같아요.
멍구: 마을운동 하는 지역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부감도 생길 수 있다고 봐요. 나무그늘도 보면 정치하는 사람 있는 것 같고 운동권카페 같고 그렇잖아요. 다만 저는 사회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카페 공간에 편하게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단골 중에 조합원은 아닌데 카페에 자주 오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들 놀이방도 있고 하니 편하게 놀러 오는 분들도 있고요. 계속 오다 보니 하나 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기도 하죠. 그렇지 않아도 편하게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공간이 지역마다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지역마다 그런 공간을 가질 수 없는 구조잖아요. 그렇게 엄청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보면 사회가 그걸 용인하지 못하게끔 하는 거라서 화가 나고. 이런 공간이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저 같이 마을운동에 관심 없던 사람도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민자산화도 진행되고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살아남는 것이 목표지요. 카페 운영하는 매니저로서는 장사도 잘 해야 하고. 다른 카페와 경쟁도 해야죠. 전혀 그런데 관심 없어도 카페로서 매력을 만들어내면서 살아남으면 좋겠어요. 누구든 와서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고요.
웅: ‘운동권 카페’라는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그래서 행성인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했나?(웃음)
짱코: 처음엔 사람들이 더 많이 그렇게 생각했어요 동네에 카페가 생겼는데 쟤네 뭐야, 카페 맞긴 맞아? 문 열고 ‘카페 맞아요?’ 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정치적으로 공격도 받았어요 동네 구의원들이 있었는데 당시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당시 보수 양대 정당들이 견제를 했어요. 처음에는 당시 조합 이사장이 구의원 후보도 나갔어요. 이게 목표는 아니어도 정치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통해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 후보가 3등을 하고 180표 차로 떨어졌죠. 이후에 엄청 견제하는 거에요. 주민자치활동 하는 분들을 움직여서 쟤네랑 사업 못하게 하는거죠. 현역 구의원이 새누리당이었으니까 마포 문화아트센터에 얘네랑 축제 하지 말라고 압박한다든지. 사실과 아무 상관 없이 우리가 엄청 지원 받는다고 농간질도 했어요. 협동조합은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건데 말이죠.
‘박근혜 퇴진 마포행진’. 중앙 행사가 아니어도 동네에서 집회를 열어보자는 취지로 계획되었다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활동하는 모습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는 선전물들을 보고 나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던가 말던가 하죠. 처음에는 자기 검열 같은 것도 있었어요. 노래 하나를 틀어도 운동권 카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웃음) 그런데 계속 활동하고 축제도 하잖아요. 세월호 행진도 하고. 카페에 사회운동과 상관 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찾아오고 좋아해줬죠. 조합원이 늘고 아는 주민들도 많아지면서 확장된 거죠. 사람들이 공격해도 안 먹히게 되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활동이 정체돼있을 때 공격하면 타격 입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안 그렇죠.
“나무그늘도 보면 정치하는 사람 있는 것 같고 운동권카페 같고 그렇잖아요. 다만 저는 사회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카페 공간에 편하게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행성인 X 나무그늘
웅: 마을에 거점 공간을 가지고 주민들과 같이 활동하는 시도가 모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든지 불화가 생길 수 있겠지만, 합이 맞으면 거기서 오는 시너지도 클 것 같고요.
참여주체가 다양하다는 얘길 하면서 떠올랐는데, 행성인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랑 마을공동체랑 육우당 추모주간에 맞춰 청소년 성소수자를 주제 마을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거든요. 마을사업으로요. 근데 청소년 성소수자라는 주제가 마을과 상관 없는 주제라고 서울시에서 잘라낸 거에요. 같이 대응을 했는데, 마을이 싸우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좀 실망을 했었어요. 그렇게 되면서 마을공동체에 대해 거리를 두게 되는 지점이 생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얼굴을 익히고 관계를 맺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행성인이 대흥동에 이사오면서 나무그늘의 공간 덕을 많이 봤어요. 행성인에 우호적이셨죠. 송년회도 하고, 부모모임도 진행했죠. 사무실 일정이 겹치면 나무그늘에서 회의를 하거나 끝나고 뒷풀이도 여러 번 했고요. 지난해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모시고 <전태일 평전 읽는 밤> 행사도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감화되신 몇몇 조합원 분들이 행성인에 가입하기도 하셨고요.(웃음)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행성인이 이사오기 전에 나무그늘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을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회가 있었는지 말이죠. 사실 나무그늘 안에도 행성인 회원인 조합원들이 있잖아요. 감사하게도 행성인에 가입하신 조합원들도 늘었고요.
지난해 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이 기획, 진행한 일하는성소수자모임 세번째 시간 <전태일 평전을 읽는 밤>. 나무그늘 카페에서 진행했다.
멍구: 저는 이전부터 성소수자 친구들이 몇 명 있었어요. 활동하는 분들도 집회 나가면서 얼굴을 익히게 됐고요. 행성인이 근처로 이사왔다고 했을 때 반가웠어요.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 잘됐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짱코: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만난 가장 친한 후배가 처음으로 저에게 커밍아웃을 했었던 경험이 있어요. 행성인에서 활동하는 유결 같은 조합원도 친하게 지내다보니 익숙한 것 같아요.
나무그늘에서 내부 토론을 하거나 자체적으로 행사를 기획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행성인이 오면서 그런 게 벌어지니까 참여가 높아진 것 같아요. 행성인이 대흥동으로 이사한다고 이야기를 한 조합원도 있었어요.
성소수자를 주제로 조합차원에서 토론을 하거나 행사를 한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조합원들 중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자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죠. 조합원이 늘어나는 과정에 당사자들도 있고요. 조합 결성부터 4, 50대 조합원들 중에서도 인권에 대해 인식을 갖고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기에 성소수자 인권에 감수성을 갖고 있는 2, 30대 조합원이 늘어났고요. 성소수자부모모임할 때 참여 했던 조합원이 있는데, 본인이 엄청 감동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멍구: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같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짱코: 맞아요. 행성인의 날처럼 편하게 와서 공간을 쓰게 하자. 한 달에 한번이든 그런 것을 해보자는 이야기도 이번에 인터뷰 준비하면서 했었어요.
웅: 이건 사심 섞인 말인데, 이 동네에 뒤풀이 할만한 공간이 없어요. 여기는 펍도 운영하잖아요.
멍구: 여긴 조합원이 주인인 카페잖아요, 사실 맛집이라고 할 건 없지만, 맛집을 만들면 되죠. 건의해서 메뉴 추가할 수도 있고요. 우리가 대단한 실력은 없으니까 주변에 먹을 것 가져와서 그냥 가져와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수도 있고요. 원하는 대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웅: 궁금한 게 또 하나 있어요. 가끔 카레가 땡기면 나무그늘을 찾거든요. ‘셰프 모글리의 오늘의 카레’가 이 동네에서는 제일 맛있던데(웃음), 모글리는 사람이름이에요?
짱코: 별명이에요. 일본인인데 한국에 와서 한국 활동가랑 결혼해서 살고 있는데 저희 조합원이기도 해요. 이름이 있는데 별칭으로 모글리라고 부르니까 ‘모글리의 카레’라고 부르게 된 거죠. 그것도 조합원 참여로 카페를 운영한다는 발상에서 시작했어요. 참여해서 일정 수입이 생기면 좋고, 조합도 수입이 생기면 좋잖아요. 최근에는 치킨집 메뉴와 제휴를 했어요. 치킨도 했는데 다른 거라고 못할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커뮤니티 비즈니스 아닌가 싶고.
웅: 나무그늘에서 자체 프로그램도 기획하잖아요. 행성인에 추천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요?
짱코: 저희가 지금 타로동아리도 하고 있고요.(뒤에 타로 동아리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조합원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주민도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소모임동아리도 하고, 밤마실 음악회라든지, 마을극장무지개라고 해서 다양한 인디 영화 들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아까 말한 마을사업들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 사람들이 지쳤어요. 작년에 그런 사업을 제일 많이 했는데, 올해 총회 때 사업 위주로 에너지가 다 집중되니 사업을 위한 사업을 그만하자고 얘기가 됐죠. 초심으로 돌아가자. 공간에서 즐기고 같이 놀고 에너지가 에너지 만드는 기획을 다시 하자. 공모를 따와서 사업하는 건 이번엔 지양하자는 흐름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당장 기획된 정기적인 행사 같은 게 지금은 별로 없어요.
올해는 비교적 즉흥적으로 행사들이 이뤄져요. 예를 들면 저녁에 손님 없는데 영화나 보자는 식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죠. 아니면 날을 정해서 행성인이 공간을 사용한다든지, 같이 행사를 기획해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얘기도 하고요.
조합원들이 제안하면 실무자가 책임지는 경향이 있어요. 실무자가 의견을 수렴해서 서비스 하는데가 아닌데 말이죠. 실무자들에게 일이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역할을 돌아가면서 하자고 논의가 됐어요.
행성인이 행사를 제안하고 같이 기획하면 조합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와서 함께 어울리고 즐길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 게 이야기 되면 좋겠다, 정해진 건 없지만 아예 행성인도 조합에 가입 해라 그래서 같이 제안 해봐라. 가입하는 데에는 출자비 3만원 월 5천원을 내면 되거든요. 그러면 행성인도 소정의 회비로 단체 조합원이 되는 거죠. 현재 단체 조합원이 4개가 있어요. 같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면서 공간에 대해서도 그냥 동네 연대 단위로도 함께 할 수 있지만 조합원으로 참여하면서 여러가지 제안도 하고 같이 기획도 하고 그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업들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지쳤어요…이런 사업으로만 에너지가 다 흘러가니 사업을 위한 사업을 그만하자고 얘기가 됐죠. 초심으로 돌아가자. 공간에서 즐기고 같이 놀고 에너지가 에너지 만드는 기획을 다시 하자.”
웅: 제안 감사…합니다.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중에 피부로 와 닿던 이야기가 카페 메뉴할인이었어요. 너무 시장경제 포인트제도에 꽂힌 것 같지만(웃음) 행성인 회원들한테 조합원이 되면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홍보나 소개를 해주세요.
짱코: 그런 것도 가능해요. 전에 서강대 총학생회와 제휴를 해서 서강대생 10% 할인을 진행했어요. 행성인도 기본적으로 조합원 단체 할인 가능하다고 행성인 회원들에게 알릴 수 있겠죠.
멍구: 저희가 주말 즉 토요일은 7시 이후 일요일은 영업을 안 하는데, 그런 비영업시간에 조합원들 와서 맘대로 운영할 수 있어요.
짱코: 원래는 이용시간만 공간을 열었는데, 고민이 있었죠. 작년 총회 슬로건이 ‘모든 조합원에게 열쇠를’ 이었어요. 조합원이 마음대로 열고 들어와서 영업시간 외에도 머무를 수 있고 자체적으로 공간 활용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소정의 룰만 만들고 운영해보기로 했는데요. 공간이 안정이 안되면서 실현이 늦춰졌어요. 시즌2 공간 마련하면서 다시 얘기되고 있죠.
이 가게가 내 가게다!
웅: 3월 25일에 조합 총회를 했잖아요. 올해의 슬로건은 뭐였나요?
짱코: ‘이 가게가 내 가게다!’(웃음) 멍구 아이디어였어요. ‘이 가게’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사업하면서 마을 또는 조합 같은 단어보다도 기본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데 착안했죠. 공동의 공간으로써 의미 가치를 부각하기 보다는 일상적 공간에 중점을 뒀죠. 시즌2로 오픈한 만큼 새 공간 자체가 자기 것처럼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거고요.
웅: 아까 말씀하긴 했지만, 제가 아는 마을 조합 중에서도 젊은 사람 비율이 많아요. 여기 보면 매니저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로테이션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매니저는 어떻게 운영이 되나요?
짱코: 매니저는 평일 10시부터 11시까지 운영 하는데 10시부터 2시까지 하시는 분이 한 분 계시고 요일별로 이틀, 삼일 일하는 매니저가 계시고.
웅: 일종의 반상근 활동가 같은 느낌일까요?
멍구: 협동조합에서 고용한 노동자 실무자 개념이긴 하죠. 이전에 일하시던 분은 예전부터 일하시던 분이었는데 마을 주민이었고, 활동 참여하면서 일하게 된 분이었어요.
짱코: 그 분이 이전에는 우리가 되살림가게 차원에서 운영한 샵인샵에서 활동했어요. 옷이나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그 활동에 참여하면서 카페 매니저까지 된 케이스죠. 나머지 매니저는 멍구를 포함해서 성수 이렇게 있어요. 성수도 두리반 활동 하다가 나무그늘이 생기니 여기서 제안을 하고 지금까지 활동하게 된 거죠.
웅: 풀타임 노동이기 보다는 시간을 쪼개서 활동하는 거니까, 생계로 따지면 불안정하잖아요. 그런 경우 다른 일을 겸해서 하시나요? 매니저마다 다르긴 하겠는데, 생계 차원에서 불안정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멍구: 맞는 말씀이에요. 월급 받고 일하는 상근자는 4명으로 보면 되는데, 일단은 전적으로 여기에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어요. 전적으로 의존하기는 부족하죠. 여기는 근무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본인이 참여하고 싶은 만큼 참여하다 보면 일이 되기도 해서 업무량이 많아져요. 시간 대비 일을 더 하기도 하고요. 어쨌든 조합에서는 나름 평균 이상의 급여를 책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합 경제사정이 어려워도 챙길 건 챙겨야죠.
짱코: 최저시급을 주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시간당 만원씩 주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주고 있어요. 저는 원래 풀타임으로 일을 했어요. 활동 하면서 강연을 하거나 부수적으로 들어오는 일을 하면서 해결하고요. 지금은 다른 단체에 활동하면서 부족한 비용을 해결하죠. 프로젝트나 지원사업을 통해 인건비를 받기도 하고요.
멍구: 짱코는 다른 단체에서도 반상근을 하고 여기도 반상근을 하지만 사실은 줄여봤자 많이 하죠. 자기가 예산 짜면서 자기 월급 줄이고 있고
짱코: 내부적으로는 활동가 은행 계모임 같은 것을 만들었어요. ‘활짝’ 이라고. 회원제 은행 같은 건데, 활동가들 소득보전을 해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일종의 계모임 같은 거죠. 처음에는 기금을 마련해놓고 신청을 받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어요. 그런데 그걸 신청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그러면 차라리 은행처럼 무이자로 쓰고 언제까지 나눠서 상환하겠다는 식으로 가자, 그렇게 운영을 바꿨죠. 최대한 급여나 활동비는 마련하려고 해요.
웅: 멍구님이 이사장이 되었잖아요. 포부 같은 게 있으세요?
멍구: 이사장이 되면 대표가 되서 뭘 엄청나게 휘두르고 그런 게 아니고 떠맡아야 하는 거니까.
짱코: 이사들 사이에서는 멍구가 이사장을 하는 것이 세대가 교체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죠.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주민이 들어오고 새롭게 2,30대 조합원이 많이 느는데, 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멍구: 저는 부담 없이 하려고요. 아무나 이사장 해도 된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고, 포부는 딱히 없어요. 카페를 잘 운영하고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고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카페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돈도 잘 벌어야겠죠.
웅: 이사장은 임기가 어느정도에요?
멍구: 기본 2년에 4년까지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웅: 기대해보겠습니다.
멍구: 많이 놀러오세요.
포기할 수 없는 공간
웅: 이제 마무리하면 될 것 같은데요. 어쩌면 제일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무그늘에서 활동하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짱코: 얼마 전에 오픈 파티를 끝마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매니저인 성수가 이곳이 포기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곳을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이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까? 나무그늘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어요.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는 대안을 꿈꾸는 게 제겐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가 만들고 변화를 거쳐서 이렇게 오는 과정에는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잖아요. 이런 공간이 동마다 있었으면 좋겠어요. 두리반에 ‘누구나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고 써있어요. 재정 걱정하고 과제들이 끝없이 쏟아지지만 나에게 이 공간이 계속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멍구: 매니저를 하다 보니까 나무그늘은 카페라는 의미가 커요. 맨날 누굴 집에 초대하고 그럴 순 없잖아요.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은 와서 편히 쉬고 놀고 먹고 마시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죠. 이런 공간이 도시에는 언제나 필요해요. 돈을 지불하고 사장이 있고 손님이 서비스를 받는 구조가 아니라, 내가 주인이고 소비자이자 운영 주체인, 말 그대로 이 가게가 내 가게고 내가 운영하고 내가 이용하고, 일반적인 사회시스템과는 다른 모델인 거잖아요. 딱 나눠서 누군가가 이윤을 딱 취하는 게 아니라 공동이 주인이고 공동으로 얻는 게 있고 돈으로 치환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런 공간을 잘 운영하고 싶어요.
“이곳을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이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까? 나무그늘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어요.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는 대안을 꿈꾸는 게 제겐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가 만들고 변화를 거쳐서 이렇게 오는 과정에는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잖아요…재정 걱정하고 과제들이 끝없이 쏟아지지만 나에게 이 공간이 계속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웅: 일상의 공간으로 즐겁게 가져가고 싶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그러려면 많이 만나는 계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조나단: 새로 바뀐 이 공간의 특징을 소개해 주세요.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질 만큼요.
짱코: 이 공간이 2층으로 오다 보니까 사람들이 좀더 아늑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이전에 1층이 열린 공간이고 접근성이 더 좋았고, 지금 2층으로 오면서 장애인 이동권이나 아이들 유모차도 올라오기 어려워졌는데, 공간이 좁아지고 그런 부분을 못 지킨 게 아쉬워요. 그래도 예전에 수납장을 다 떼서 옮겨오면서 예전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요.
새로 자리잡은 우리동네 나무그늘 카페 모습. 좁지만 알차고 아늑한 공간을 추구했다(고 한다…). 인테리어를 조합원들이 직접 했다는 점이 포인트
멍구: 이사오면서 바를 만들었어요. 조합원들이 혼자 오거나 한두 명 왔을 때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만든 거에요. 혼자 와서 술 마셔도 매니저랑 이야기 할 수 있어요. 매니저마다 성격이 다르지만요.(웃음) 또 주방이 넓어졌어요. 행사도 많으니 주방이 넓을 필요가 있었어요.
짱코: 마루 공간을 만들었죠. 이사오면서 기존 놀이방을 지키기 어려웠지만, 마루를 만들어 그런 공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조합원에게 큰 의미가 있고요. 밤마실 음악회를 열어왔는데, 마루를 무대로 활용할 수도 있죠. 스크린이 작긴 하지만 영화 보는 것도 유지하려고 했어요. 낮에는 쉐어 오피스처럼 사무공간을 같이 쓰고 있고요.
멍구: 와서 술도 마실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말 상대 없으면 말도 할 수 있고 어린이도 놀러와서 데려올 수도 있고, 그래요. 영화도 볼 수 있고요.
웅: 인터뷰 하면서 어떠셨는지, 저도 이거 보면서 예습을 한다고 했는데, 질문대로 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마을 협동조합에 대해서 잘 모르니 물어보려고 했는데 다른 길로 많이 샌 것 같아요.
짱코: 저는 인터뷰 자체를 요청 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해요. 그냥 저희도 행성인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이 계기를 통해서 행성인 회원들에게 나무그늘이 소개될 수 있고 서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아요. 반대로 행성인을 저희 조합원에게 소개할 수도 있는 기회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멍구: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나무그늘은 나에게 뭘까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고 여러가지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렇게 교류가 되는 것은 좋은 거니까. 웹진에 실린다고 하니까 좋네요.
2시간 여의 인터뷰가 끝났다. 행성인과 이웃하는 협동조합이라는 막연한 근거리감을 안고 찾았지만 예상 외로 공감하는 지점들을 발견했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통해 운영되고, 생계로서 매니저 활동에 대한 걱정이 있으며, 개발논리를 몸으로 경험하고 싸우는 나무그늘 마을협동조합은 장기적인 활동을 그리기 위해 활동의 무게를 덜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웃의 거리감보다는 동질감이 커졌다. 마을경제니, 협동조합이니 1도 모르는 인터뷰어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준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마을조합에 내가 갖는 편견어린 불신이 있다면 개발논리의 부산물처럼 던져지는 정책과 자원에 안주한다는 것이다. 마을이 관광지가 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착색되는 것은 일련의 변화일 터. 나무그늘을 인터뷰하면서 마을에 대한 전근대적 판타지에 대한 기대를 애초에 접고 마을공동체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야기들을 수 있었다.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공동체는 지역기반만을 고집할 수 없다. 4인가족 중심의 서비스 외에도 동성 커플, 싱글, 한부모 등 다양한 (비)가족모델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활동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턱밑까지 위협하는 개발에 저항하고 한편으론 적응하면서 자리를 옮기는 중에도 참여를 통해 기존의 인테리어를 사용하고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노력들은 내일 없이 지금만 반복하는 폐허 속에 지속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공동체가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 위로 공동체 모델을 설정해나가는 모습은 더러 무거울 수 있지만, 가볍고 즐겁게 가는 모습은 여느 공동체의 고민과 시도들에 공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공동체에게 지자체는 비판적인 사업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 서울시는 나무그늘을 시민자산화 1호에 선정했다. 하지만 개발이 난무하는 서울에서 마을공동체를 지원하고 협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곱씹어보게 된다. 분별 없는 개발을 묵인하거나 추진하기까지 하는 서울시가 단순히 협력대상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건물주뿐 아니라 개발에 앞뒤 없는 정부와 지자체에도 요구하고 싸울 때가 있다. 개발의 뒤안으로 마을사업을 지원한다는 개념이 막연하게 병주고 약준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는 다음의 만남을 위한 구실로 남겨두기로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뒤풀이를 했다. 멍구님과는 따로 합석을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아쉬운 건 나무그늘의 메뉴가 시중 업소 안주에 맞추다 보니 채식하는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적었다는 점이다. 모두가 지속적으로 편하게 찾을 수 있기 위한 나무그늘의 노력을 응원하며, 글을 마치기 전에 슬쩍 의견 올려본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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