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HIV/AIDS팀에서는 종종 국내외 HIV/AIDS관련 현안을 공유합니다. 저번 회의에서는 올해로 만 2년을 맞이하는 U=U, “미검출 = 감염불가” 캠페인에 대한 내부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U=U는 Undetectable (바이러스 수치 미검출) = Untransmittable (감염불가)의 줄임말로, 혈내 HIV 수준이 미검출 (혈액1ml당 200개체수 미만, WHO의 ‘바이러스 활동 억제’ 기준) 인 HIV 감염인은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없다는 공공보건적 메세지를 널리 알리려는 캠페인입니다. 캠페인의 주체는 Prevention Access Campaign 으로, 미국에 터를 잡고 있지만 (뉴욕의 Housing Works라는HIV 감염인의 주거 권리 보장을 위한 단체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음), 국제적인 연대 형성을 운동의 한 축으로 가져가는 단체입니다.
“미검출 = 감염불가 (U=U)” 캠페인의 중심에는 아래 소개 될 합의 성명이 있습니다. 이번 2018년 국제 에이즈 컨퍼런스에서 2주년을 맞이할 이 합의 성명은 2016년, 같은 컨퍼런스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지속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수치가 미검출인 HIV 감염인과의 성접촉으로 HIV 감염이 될 확률이 실질적으로 0에 수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유럽과 북미의 HIV/AIDS 연구원들이 공동 작성하였는데요, 눈 여겨볼 결과 중엔1) HIV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빨리 받으면 받을 수록 감염 위험을 93%까지 낮출 수 있다는 1736쌍의 HIV감염인-비감염인 커플을 대상으로한 (남성 동성커플 38쌍, 나머지는 이성커플) 미국 연구(HPTN 052)의 2016년 결과와, 2)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고, 바이러스 수치가 미검출인 HIV감염인과 비감염인 커플 888쌍의 58,213번의 비콘돔사용 성관계로 0번의 HIV감염이 일어났다고 발표한 유럽 14개국을 아우르는 PARTNER 연구가 있습니다. 이외 에도 근 20년간 축적되어 온 HIV치료에 대한 연구는 신속하고 꾸준한 치료적 개입으로 감염인의 바이러스 활동을 6개월 안에 미검출 수치로 억제할 수 있음을 공명하고, 미검출 바이러스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귀결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과학적 근거를 기반한 미검출 = 감염불가 (U=U) 캠페인은 치료를 통한 예방은 개인적인 차원에선 감염인들에게 건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공동체적 차원에선 기존 감염과 질병에 대한 담론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기하고, 그리고 국가적, 범국가적 차원에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HIV/AIDS 관련 보건정책과 치료 지침 제정 및 수정 요구에 힘을 싣습니다.
영어로 작성된 이 합의 성명은 현재 12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세계 71개 국가의 580개 이상의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지 단체 중에는 미국의 질병관리본부 (작년 9월, 적극적인 본 캠페인 지지 의사 밝힘)나 호주 에이즈 단체 연방등의 국가기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와 가까운 커뮤니티들 중에는 베이징의 Beijing Love Without Borders Foundation, 홍콩의 HEvolution, 대만의 Lourdes Association (캠페인 합의 성명 중국어 번역문을 발표한 단체) 와 Persons with HIV/AIDS Rights Advocacy Association in Taiwan (PRAA), 베트남의 Vietnam Network of People Living with HIV/AIDS (VNP+)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단체들은 ‘치료가 곧 예방’이라는 메세지를 통해 HIV/AIDS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낙인을 완화하여 HIV감염인의 치료 접근 장벽을 낮추려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합니다. 합의 성명문을 온라인 홍보 사업의 카피로 사용하기도 하고, 속해있는 커뮤니티의 접근성을 높히기 위해 성명과 자료들을 번역을 하기도 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만들고,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캠페인 지지 단체가 없는 상황이고, 단체 차원의 합의 성명 지지 참여는https://www.preventionaccess.org/community에서 가능합니다.
다음은 세미나에서 공개된 성명의 한국어본입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어 혈내 바이러스 수치가 미검출*인 HIV 감염인을 통한 성접촉 HIV 감염은 ‘위험 무시 수준‘이다. 사용되는 약에 따라 미검출 수치에 도달 하기 까지는 최장 6개월이 걸린다. 지속적이고 확실한 바이러스 활동의 억제를 위해선 적합한 치료제 선출과 올바른 치료준수가 행해져야 한다. 바이러스 활동 억제 경과는 감염인 개인 건강과 공공 보건을 위해 꾸준히 관찰되어야 한다.
* 미검출 바이러스 수치는 바이러스 활동 억제 수준과 같은 1ml의 혈내 200미만의 농도
첨언 1: 미검출 감염수준의 혈내 HIV 수치는 HIV 감염만 예방한다. 올바른 콘돔 사용은 HIV 감염 역시 예방할 뿐만 아니라 다른 성병 감염과 임신을 방지한다. 권장되는 HIV 감염 예방책은 사람의 성생활, 환경,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여러 성 파트너를 가진 사람은 다른 성병의 감염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첨언 2 (2018/01/10): “위험 무시 수준” 단어 사용은 바이러스 수치가 미검출인 HIV 감염인과의 성 접촉으로 HIV에 감염될 확률에 대한 공중보건 메세지로서는 부적합하다. “위험 무시 수준”은 무시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위험이 없다,” “감염될 수 있는 확률이 없다,” “감염될 수 없다” 등의 메세지를 통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어 미검출 감염수준을 가진 HIV 감염인과의 성 접촉으로 HIV에 감염될 확률은 0이라는 사실을 자신있게 내세워야 한다. “위험 무시 수준”이란 단어는 불필요한 공포를 일으킬 뿐이다.
성명문은 서명한 단체들의 합의를 상징하고, 이런 범국가적, 범커뮤니티적 합의를 통해 HIV/AIDS 치료 및 예방에 대한 통일된 메세지 전달을 위한 초석의 역할을 합니다. “혈내 HIV수치가 미검출인 사람을 통해 HIV감염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근본적인 메세지는 같을지 몰라도 각 커뮤니티의 사정은 다르기에 이 캠페인은 해당 커뮤니티의HIV감염인 당사자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보건계, 의료계 인사들의 손과 생각을 거쳐 토착화 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위의 성명문을 공동체적으로 수정하는 것도 토착화의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먼저 의사 표현의 측에서 보았을 때, 여러 함의적인 뜻을 가질 수 있는 단어들을 유심히 고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의 예는 이 성명에 마지막으로 첨언된 “위험 무시 수준” 에 대한 염려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어 미검출 바이러스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HIV감염인을 통한 감염률이 0.00%라고 당당하게 슬로건을 내걸 것인지, 아니면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절대’라는 단어 사용을 지양하고, 영어 원본의 negligible, 현 한국 번역본의 “위험 무시 수준”의 단어를 쓰면서 본의치 않게 위험의 존재를 부각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어떠한 단어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0의 확률을 나타낼 수 있을지 역시 논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세번째 U, 불평등 (The Third U, Unequal)” 이라는 표어 아래, 이 캠페인은 여러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HIV/AIDS는 사회적 진공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의 굴레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 또한 다루고 있습니다. 성명을 소개하는 글에는 “많은 HIV 감염인들이 미비한 의료시스템, 빈곤, 인종차별, 사회적 낙인, 질병/감염 범죄화 등 여러 치료 장벽 요인들과 기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에 대한 저항 및 치료독성으로 인해 미검출 바이러스 수치에 도달, 유지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라고 공표와 치료를 시작과 준수에 대해 결정하는 것도 존중되어야 할 감염인의 권리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HIV/AIDS는 사회적인 질병으로, 병리적인 해석이 아닌 개개인의 복수적인 정체성과 정황의 교차성을 섬세하게 살펴야 하는 질병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이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캠페인이 담고 있는 메세지를 HIV감염인들의 높은 내적낙인화와 꾸준히 일어나는 의료차별과 같은 한국 상황에 빗대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HIV/AIDS_인권증진이_예방의_지름길!
#에이즈낙인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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