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4월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지난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소속 23개 단체 외 65개 단체의 공동주최로 열렸고, 행성인도 공동주최 단위 중 하나로 행사에 참여했다.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축축하고 바람 거센 날이었으나, 나와 비슷하게 혹은 또다르게, 어쨌거나 저마다 결연한 표정으로 날씨따위 아랑곳없이 참가자들은 발언자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기울이며 낙태죄 폐지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 발언을 듣기만 했다면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었을텐데 수어통역이 병행되고 있어 발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소수자에게 좋은 것은 모두에게 좋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권리 보장에서부터, 장애인의 불임시술에 대한 비판, 낙태의 과정에 북받쳤던 경험담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먼저 전남대학교 페미니스트 모임 F:ACT 수진님은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사회, 지정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아이를 낳기 싫으면 낳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사회라며 ‘애낳으라고 닦달하지만 말고, 누구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라’고 요구했다.

 

다음으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사서분과장 권혜진님은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보다 우선될 것은 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차별을 겪지 않을 양질의 일자리, 성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드는 것임을 강조했다.

 

뒤이어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은 장애의 관점에서 낙태죄를 비판했다. 낙태는 불법이라고 허락하지 않으면서, 우생학적 사유가 있는 사람들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에 대해서 모자보건법 14조는 낙태를 허락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그럼으로써 국가가 국민으로서의 부적격자 -10대,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빈곤층 등 - 를 선별하여 임지중지를 처벌하거나 허락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위계화하는 인구 정책을 펴왔던 것을 비판했다.

 

포괄적 성교육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김진아님은 피임법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성적자기결정권을 가르치는 성교육을 비판하며 여성의 몸에 국가가 가해하는 모든 재앙은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끝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민지님은 임신중지는 시급을 다투는 의료행위이자 필수적인 의료행위임을 강조하면서 의료인에 대한 교육,임신중지 약물 도입, 임신중지와 피임 보험 급여화와 같은 제도들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공동행동은 선언문을 통해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 보장, 약물적 유산유도제 도입,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고 모두의 재생산권 보장, 이렇게 총 다섯 가지의 요구사항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모두를위한낙테죄폐지공동행동 페이스북 페이지에 발언과 선언문이 게재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시라. 읽고나면 낙태죄 폐지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으리니.

 

선언이 끝난 후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앞 안국사거리까지 행진하는 동안 바람이 불고 이따금 비가 내리고 우박이 떨어졌다. 이 거대한 흐름에 하늘이 동공지진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그러나 올려다 본 하늘 저 끝엔 맑게 갠 해가 언뜻 비치기도 해서 어쩌면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를 저렇게 맑은 하늘로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해보기도 했다. 아무렴 어떠랴. 날씨는 개고 시작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 4월 11일 낙태죄 처벌 조항 위헌 여부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제대로 된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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