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소수자와 건강

성소수자를 포함한 보건의료환경 구축해나가기- Advancing Excellence in Sexual and Gender Minority Health 컨퍼런스 참여 후기 -

by 행성인 2019. 4. 28.

 

이혜민(행성인 HIV/AIDS 인권팀)

 

 

 

 

행성인 HIV/AIDS 인권팀과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건강 연구팀인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https://www.rainbowconnection.kr/)에서 활동하고 있는 혜민입니다. 저는 올해 1월부터 방문연구자로 미국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에서 지내면서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수업(Public Health Issues in LGBT Populations)도 듣고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며 지내고 있어요. 올해 3월과 4월에는 성소수자 건강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 두 곳을 다녀오게 되었어요. 제가 참가했던 두 학술대회에서 인상 깊었던 세션 내용들을 행성인 회원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22-24일에 다녀온 학술대회는 Fenway Health와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주최했고, 보스턴에서 열린 성소수자 건강 관련 컨퍼런스(“Advancing Excellence in Sexual and Gender Minority Health: A Core Course for the Whole Care Team”)였어요. 3일 동안 개최된 이 컨퍼런스는 성소수자 환자를 대하는 전체 보건의료팀이 유능하고 자신감을 갖춘 상태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러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컨퍼런스의 목적에 맞게 의사, 간호사 등 의료제공자뿐만 아니라 보건의료클리닉이나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그리고 보건의료 분야의 학생들이 참여한 컨퍼런스였어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 https://fenwayhealth.org/the-fenway-institute/education/advancing-excellence-in-sexual-and-gender-minority-health/

 

사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컨퍼런스의 규모가 꽤 커서 놀랐어요. 미국뿐만 아니라 홍콩, 남아공,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에서 250명 이상의 보건의료 관련 종사자들이 참가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세션 중간중간에 발표자들이 컨퍼런스 참여자에게 성소수자 환자를 직접 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보았을 때 거의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던 그 장면이 아직도 머리 속에 남아 있어요.

 

올해 11월 1-3일에는 트랜스젠더 건강에 대한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Fenway Health 웹페이지(https://fenwayhealth.org/events/)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3월에 참가했을 때는 등록비가 부담될 수 있는 학생과 성소수자 보건의료인에게 사전에 장학금 신청을 받아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었어요!

이번 컨퍼런스에서 들었던 세션 중에 흥미롭고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세션의 내용을 간략하게 공유하려고 해요. 첫 번째는 성소수자 노인 인구집단에 대한 보건의료 분야의 돌봄, 두번째는 보건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과 사례, 마지막으로는 인터섹스 컨디션 또는 성 발달 관련 질환(Disorders of sex development)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보건의료 경험에 대한 세션입니다.      

 

 

  1. 성소수자 노인 인구집단에 대한 보건의료 분야의 돌봄

현재 미국에는 140~380만명의 성소수자 노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해요(Harley & Teaster, 2016). 사실 성소수자인 노인들과 비성소수자인 노인들이 생활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이슈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노인들이 건강과 관련한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 약값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은퇴로 인해 줄어든 소득, 주거 문제, 사회적 네트워크 등을 공통적인 이슈로 꼽습니다.

 

하지만, 노인 인구에게 지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배우자 또는 파트너, 원가족(family of origin), 종교 커뮤니티, 사회/지역 커뮤니티, 사회 서비스 등과의 관계들에 있어서 성소수자 노인은 비성소수자 노인과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주요한 채널인 보건의료, 군대, 종교 커뮤니티 등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미국에서 동성애는 1973년까지 정신질환으로 여겨졌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몸소 겪었던 성소수자 노인들은 의료제공자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주요 채널(Mainstream supports)

 

공중의 안전/치안

보건의료

병역

종교 커뮤니티

주거

함정수사, (경찰의)괴롭힘

(1973년까지)정신질환으로 여겨짐, 제도화

불명예스러운 제대

죄, 비윤리적

퇴거, 괴롭힘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성소수자 노인들은 가시화되지(invisible) 않은 인구 집단이었습니다. 발표에서는 특히, 성소수자 하위 집단 중 가장 가시화되지 않은 집단인 양성애자인 노인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본인의 정체성이 현재 파트너가 누구인지에 따라 추정되고, 현재 파트너에 기반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다 보니 정체성과 관련해서 내재화된 낙인이 동성애자인 노인보다 더 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성애자인 노인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 역시 안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구요. 이와 더불어, 동성애자인 노인보다 커밍아웃을 덜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주목해야 하는 집단은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 노인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중 50%는 50세 이상이라고 해요.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 노인 중에는 1)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초반에 HIV 감염 사실을 알게 된 장기 생존자들(long-term survivors)이 있고, 2) 새로 HIV에 감염된 사실 최근에 진단받은 사람들(new infections & new diagnoses)도 있고, 3) 새로 HIV에 감염된 사실을 늦게 진단받은 사람들(new and newly identified infections & late diagnoses)도 있습니다.

 

먼저 장기 생존자들은 대부분 HIV 감염과 함께 25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로, 거의 70%가 혼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성소수자와 HIV/AIDS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영향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며,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에 겪었던 주위 사람들의 죽음 역시 계속해서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HIV 위기 초반의 사회적 지지와 지원들이 사라지고 일찍이 가지게 된 장애로 인해 빈곤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새로 HIV에 감염된 사실을 최근에 진단받은 성소수자 노인의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치료제를 통해서 면역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더 적고 AIDS로 더 빠르게 발전하며 생존기간이 더 짧은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새로 HIV에 감염된 사실을 늦게 진단받은 성소수자 노인은 조금은 다른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의료제공자가 가지고 있는 연령차별주의(ageism)나 환자의 과거 건강위험행동(예: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섹스, 마약에 취한 채 하는 섹스 등)에 대해 잘 몰라서 HIV 위험이 과소평가되기도 하고, 노화로 인한 다른 증상들로 인해서 청장년층에서는 놓치지 않을 HIV 관련 증상을 놓치기도 합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HIV 검사가 필요한 나이는 19-64세까지라고 해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HIV 검사가 필요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성소수자 노인 환자 역시 HIV 관련된 위험행동이나 예방 수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낙인이나 불법 약물 사용으로 인해 위험 행동을 더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성소수자 노인 집단에 있어서 HIV/AIDS 이슈 역시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 노인과 관련해서 다음의 웹사이트에서 더 풍부한 자료 얻으실 수 있어요!

-      SAGE | Advocacy & Services for LGBT Elders

https://www.sageusa.org/resource-category/hiv-aids/

-      National Resource Center ON LGBT AGING

https://www.lgbtagingcenter.org/resources/index.cfm?s=12

 

 

이 외에도 발표에서는 트랜스젠더 노인, 유색인 성소수자 노인 등의 집단과 노화에 따른 인지력 감퇴, 부양(caregiving), 자율권(autonomy) 등에 대해서 간략히 다뤘습니다. 특히, 컨퍼런스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성소수자 노인을 만나는 보건의료 및 심리상담 전문가, 사회복지사들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노인들을 대할 때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가정을 하지 않기

   시대에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기

   호모섹슈얼 vs. 게이/레즈비언

   생활양식(lifestyle) vs. 지향(orientation); 성별 정체성/표현

   사랑하는 사람, 파트너, 배우자, 남편/아내

   파트너를 의미하는 완곡한 표현: 친구, 룸메이트, 사촌

   새로운 언어: 퀴어, 앨라이, 논바이너리, 젠더 비순응(gender nonconforming)

   열린/제한을 두지 않은 질문:

   당신의 집에 누가 함께 살고 있습니까? 누구를 당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합니까?

   제가 알면 도움이 될만한 것이 뭐가 또 있을까요?

   명명하지 않고 긍정적인(affirming)한 환경을 만들기

   당신 둘은 대단한 팀을 이루었네요(You two make a great team)

   당신 둘은 함께 지낸 지/서로를 알게 된지 얼마나 됐나요?(How long have you lived together/know each other?)   

 

 

2. 보건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과 Fenway Health의 사례

 

미국에서는 매년 보건의료 자원 및 서비스 관리국(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 HRSA)에서 균일한/일정한 데이터 시스템(Uniform Data System, UDS)을 이용해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한다고 합니다. 2016년부터는 UDS에서 인구학적 정보의 하위항목으로이자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써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문항에서 환자들이 고를 수 있는 보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환자의 성적 지향

환자의 성별 정체성

- 레즈비언 또는 게이

- 스트레이트/이성애자(레즈비언 또는 게이가 아님)

- 바이섹슈얼

- 다른 무언가(Something else)

- 모르겠음

- 드러내지 않기로 결정함

- 남성

- 여성

- 트랜스남성

- 트랜스여성

- 다른 성별 정체성(Other)

- 드러내지 않기로 결정함

 

UDS 뿐만 아니라 2015 전자 건강 기록(2015 Edition Base Electronic Health Record (EHR) Definition) 등 보건의료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도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기록하고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 보건의료기관에서도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새로운 등록서류를 만드는 등 관련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발표자들은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Fenway Health에서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등록서류를 보여주고, 참가자들이 근무하는 각 기관의 상황에 맞게 바꿔서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서류는 기존의 다른 병원에서도 수집하는 공적 서류에 기재되어 있는 법적 이름과 법적 성별 정보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이 이용하는 이름과 대명사(pronoun), 성적 지향, 출생 시 지정 성별, 성별 정체성 등의 문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등록서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류 양식을 Fenway Health 홈페이지(https://fenwayhealth.org/info/services/forms/)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으니 참고하셔요.

 

 

뿐만 아니라, 출생 시 지정 성별과 현재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환자의 경우 신체적으로 어떠한 기관/장기를 가지고 있는지(anatomical inventory)에 대한 정보를 기입하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가령, 출생 시 지정 성별이 여성이고 현재 성별 정체성이 남성인 트랜스남성인 환자가 내원했을 때 환자가 원하지 않아서 혹은 원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자궁절제술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 이 환자의 신체 내 자궁이 있다는 것을 의료제공자가 알 수 있다면 의학적으로 필요할 경우 자궁 관련 검사를 환자에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보건의료 기관들에서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을 텐데요. 발표자들은 이와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특히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유해주었고, 참가자들은 이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가 만약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출생 시 지정 성별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대응할 것인가?

   어떤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실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환자의 성별과 대명사를 잘못 알고 부르는 것(misgendering/pronouns)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사적으로, 비밀로써 다룰 수 있을까?

 

이와 더불어, 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정보와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점으로 기관 내 각 부서들(접수처, 응급실, 약국, 실험실 등)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환자들이 접수할 때 서류를 통해서 이미 본인의 법적 성별/이름, 출생 시 성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의 정보를 다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서에 갈 때마다 이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 반복된다면 환자들은 병원에 오는 걸 꺼리게 될 테니까요. 물론 이는 환자들은 누가 나의 의료기록에 접근 가능한지에 대해서 알 권리를 가지고 있고, 원한다면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관련된 정보를 알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반으로 합니다.

 

Fenway Health와 같이 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의 기록과 관련된 시스템이 갖추어진 경우에는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며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모든 직원들이 환자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등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등록서류를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트렌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특정한 문항에 대해서 환자의 응답이 적다면, 잘못된 방식으로 질문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대하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 및 트레이닝도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3. 인터섹스 컨디션 또는 성 발달 관련 질환(Disorders of sex development)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보건의료 경험

 

마지막으로 공유할 세션에서는 interACT의 활동가이자 인터섹스 컨디션 또는 성 발달 관련 질환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 5명이 보건의료환경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interACT는 인터섹스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과 성인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로, 2006년 변호사인 Anne Tamar-Mattis에 의해서 설립되었습니다. 주로 법률적 옹호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터섹스 컨디션을 가지고 태어난 아동에게 가해지는 유해한 의학적 조치를 금지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출처: interACT 홈페이지 https://interactadvocates.org/

 

interACT가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인터섹스는 자연스러운 신체적 변이(variations)의 넓은 범주를 묘사하는 포괄적인 용어입니다. 몇몇 사례에서 인터섹스 특성은 출생 시에 가시화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들기까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염색체의 인터섹스 변이 몇몇은 신체적으로 전혀 명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섹스 컨디션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몇이나 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생한 아기의 1.7% 정도가 전형적인 남성 또는 여성의 정의에 들어맞지 않는 성적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태어나자마자 아기가 인터섹스 컨디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료진이 알게 되는 경우에 대부분 부모와의 동의 하에 의료적 조치를 취해 전형적인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를 갖추도록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interACT는 인터섹스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아동의 자연스러운 몸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의료적 조치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인터섹스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성인들이 원하는 경우에 적절한 신체적, 정신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점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발표자들은 interACT와 Lambda Legal이라는 단체가 함께 작성한 보고서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참고로, Lambda Legal는 성소수자 그리고 HIV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시민권 인정과 관련해서 활동하는 단체라고 합니다. 보고서 제목은 “인터섹스 환자에게 윤리적이고 인정 많은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하기 – 인터섹스 인구에 대해 긍정적인 보건의료기관 정책(Providing Ethical and Compassionate Health Care to Intersex Patients – Intersex-affirming Hospital Policies)”이고, Lambda Legal 웹사이트(https://www.lambdalegal.org/publications/intersex-affirming)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이 보고서는 인터섹스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이 어떠한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네 가지 정책은 1) 성적 특징과 인터섹스 상태 관련 반차별 정책, 2) 환자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 3) 인터섹스 청소년/청년의 의학적 조치, 4) 인터섹스 환자 및 가족들과 함께 상호작용하기 위한 프로토콜입니다. 그 외에도 인터섹스 관련 용어집과 인터섹스 환자 및 가족들을 위한 자원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아마도 안 되어 있겠죠?), 번역이 된다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의료제공자에게도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상으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보건의료환경을 구축해나가기 위해서 성소수자 노인 인구집단에 대한 보건의료 분야의 돌봄, 보건의료환경에서 환자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과 사례, 인터섹스 컨디션 또는 성 발달 관련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보건의료 경험에 대한 세션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학회가 진행되는 내내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던 보스턴의 풍경과 함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다음 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9 National Transgender Health Summit에 참가한 후기와 트랜스젠더의 의료적 트랜지션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례를 정리한 글이에요. 관심 있는 분들은 다음 글을 참고해주세요~! >> 읽으러 가기 - https://lgbtpride.tistory.com/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