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연애를 하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서른이 넘었자나! 서른이 넘어 하는 연애의 맛은 어때?
솔리드 _ 어머~ 언니 그러게 말이야. 동인련 커플 비율도 높아지고 서로 애인의 안부를 묻고 하는게 언제였던가 싶네. 내일 애인을 만나서 같이 있다가 모레 아침 출근할 때 데려다 주고 나중 출근해야지! 서른이 넘어서 사람을 만나고 하니까... 음.. 뭔가 안정이 되는듯하고... 그래. 행복해!!
경태 _ 전 31살이에요. 둘다 학번은 98인데 솔리드는 학교를 일찍 간거지. (그의 애인은 잠시 화장실을 간 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잘 맞는 거 같아요. 내가 부족한 부분을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채워줘요. 애인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삶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들도 많이 해줘서 좋아요. 물론 그게 지나쳐서 가끔 잔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웃음). 오늘 쇼핑할 때 애인에게 가방을 사주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 건 30만원이 넘는거예요. 좀 더 찾아보고 근사한 가방하나 선물해 주고 싶어요.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하는 솔리드 그리고 다시 만난 인연과 만나며 수줍게 웃는 경태. 이 둘 사이 테이블에 놓여있는 경태의 지갑안에는 90년대 후반 이태원의 화려했던 게이클럽 ‘Zipper' 티켓과 안타깝게 세상을 먼저 떠난 댄스그룹 ’거북이‘의 ’터틀맨‘ 사진이 있었다. (지금은 애인의 질투로 지갑에서 꺼내놨다고 하네요.) 이 둘은 어떻게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을까. 서로 언제 처음 만났고 그때 서로 느꼈을 인상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학교 모임 이야기까지.
솔리드 _ 승우형이 없었으면 만나진 못했을거야.
경태 _ 맞아. 전 라이코스 이반 모임이었던 우사반(우정사랑이반)이 처음 나간 커뮤니티였는데 그때 만났던 사람과 백일이 돼서 파티를 했고 그 사람 친구의 친구였더라고요. 그래서 2000년 만들어진 학교 모임에서 처음 솔리드를 봤어요. 그때 솔리드가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언빌리버블한 이야기를 했어요. 여자애가 눈치가 없는건지... 솔리드랑 저랑은 서로 ‘식’의 세계가 달랐기에 처음부터 좋은 친구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뭐 학교 모임에서 솔리드가 잘하기도 했어요.
솔리드 _ 사실 내가 게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난 내가 바이라고 생각했어. 여자친구도 알고 있었고 ‘오빠가 날 싫어하는 건 아니잖아.’하며 서로 좋은 관계를 만들었어. 흠.. 그때 본 경태는 지금과 너무나도 다르게 얼굴도 작고, 강남 스타일.. 음... 부잣집 아들 스타일 있잖아 가운데 가르마를 하고, 이쁘고 귀여웠는데 식이 좀 특이하더라구.
그리구 그 당시 우리학교 커뮤니티 잘 나갔어요. 다음에서 검색하면 1순위! 정모도 20명 이상 오고 특이한 건 여/남 비율이 반반씩이었고. 미모의 운영자인 우리 둘이 같이 학교 모임 운영진 하면서 신입회원 수급율이 상당히 높았어요. 뭐 내 사심도 있었지만... 경태는 신입회원들을 잘 챙겨줬고 어느덧 모임에 졸업생이 많아지고 경태가 군대를 가버리고 모임이 흔들거리긴 했지만 전역하고 돌아와서는 연락끊긴 선배들을 잘 챙겼어.
학교 다닐 때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는데 어느 날 술을 마셨는데 경태가 너무 힘들어 하는거야. 그래서 손가락을 넣어서 토하게 해줬지.
경태 _ 그땐 참... 독한*이라고 생각했어요.
솔리드 _ 자주 만나서 자주 놀고 우리 둘이 자매애가 아주 돈독해진 계기가 있었는데...
자세히 말하지 않는 둘을 쪼아 결국 이야기를 들었지만... 웹진에 나갔다간 큰일이 날듯해서... 그건 그렇고 이번 회원이야기는 경태가 메인이고 솔리드의 추임새를 듣고자 했으나 어느덧 이야기는 둘의 수다를 다 기억해야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하지만, 옆에서 술술 경태의 이야기를 뽑아내는 솔리드... 그는 진정 여우주연상을 받을만한 포스, 즉 동인련에 어울리는 수다를 가지고 있다. 경태는 동인련 상근활동도 했다고 한다. 나도 본 듯한데 기억은 잘 안나고... 동인련을 어떻게 그리고 언제 알게되었냐고 묻자. 이번호 Get을 보라고 한다. 엥? 언제 인터뷰를 했는지 원... 퀴어영화연구가로 나온다고 한다. 왠 퀴어영화연구가? 경태와 영화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걸까?
경태 _ “Get”에서 인터뷰를 했어요. 지면에만 나오지만 사진도 찍고... 표지로도 나올 수 있었지만 미모가 밀려서 다른 친구가 표지에 나와요. 커밍아웃을 한거죠. 거기 보면 동인련을 접한 거나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같은 이야기이지만 조금 다르게 말해볼께요.
동인련을 처음 알았던 건 홍커지모 자원활동가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갔던 거에요. 연락을 하니 숭실대로 오면 된다고 했고 가봤더니 가판을 차려놓고 전단지를 돌리는 ‘나라’를 봤어요. 처음 온 저한테 전단지를 돌리라고 하는거에요.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거였고 나름 소심하기도 한 성격탓에 힘들었어요. 그때 다른 처음 온 사람은 열심히 전단지를 돌리는거에요. 그런데 남자인줄 알았던 그분 손을 보니 남자 손은 아닌거에요. 뭐지? 나름 충격도 받았고... 처음 FtM을 본거에요. 홍커지모 활동으로 동인련을 알게되었고 군대가기 전까지 동인련 상근활동을 했어요. 신당동 그 양복점 5층이오. 상근이라고는 하지만 상담 전화를 받는 것 보다는 집회만 쫓아다녔던 기억이 나고 회계를 보고 후원의 밤도 준비했어요. 후원 주점 할 때 승우형 저 그리고 다른 친구 하나랑 텔레토비도 했어요. 그리고 2001년 5월 동동캠프 준비도 했어요.
솔리드 _ 그때 한 50명 이상 참가했지. 동동 캠프... 그게 동인련이 몇 년 전까지 했던 인권캠프의 시작이었어. 그때 문선을 한거 같은데... 뭐였더라.... 벗들이 있기에! 경태랑 같이 춤을 췄나? 내가 가르춰줬나? 그랬어. 그리구 경태집에 한 번 놀러를 갔는데 방에 DVD가 가득 있는 거야. 돈만있으면 산거 같아. 그 영화들 중에 내 구미에 맞는 영화를 보여주곤 했어.
경태 _ 대학을 가고 2학년 부터인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본거 같아요. 영화와 관련한 일을 해보고 싶었고 늘 영화를 끼고 살며 박쥐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전주 영화제에서 관객 평론가로 참가하게 돼서 씨네21에 유일한 청일점으로 사진이 나오기도 했고. 솔리드가 자기 미니홈피에 스크랩까지 해서 보관하고 있어요. 전주 영화제에서 관격평론가 상을 정하는게 있는데 ‘다섯은 너무 많아.’란 영화를 밤새 싸우면서 밀었던 기억이 나요. 퀴어영화는 아니고 대안가족 이야기인데 괜찮은 영화였어요. 그러면서 대학원을 가게되었고 면접을 볼 때 퀴어영화를 하겠다고 말했어요. 나름 정체성이 영향을 미친거겠죠.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면접 당시 용기 있게 커밍아웃을 할 수 있었던 건, 그 전에 그 대학원을 졸업한 게이 한 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현재 그 분은 열심히 <종로의 기적>이라는 게이 다큐멘터리를 찍고 계시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인터뷰를 녹음을 했어야 했어!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녹음기도 없기도 하거니와 노트북이라도 들고가서 타이핑이라도 할껄... 이쯤 이야기를 들으니 무언가 수박 겉핧기식인거 같아서 두 사람의 귀한 시간을 빼앗은 기분이 들었다.
서로 연애하는 모습을 보며 경태는 솔리드의 모습이 기특하다고하고 솔리드는 동생을 시집 보내는 기분이란다. 경태가 뚱이 식이란 소리를 듣고 너무도 놀랐다는 이야기는 경태를 배려해서 술을 마시며 4차까지 간 곳이 뚱바였다며 더구나 손님도 없는 그 bar에 간 것이 속상했다는 솔리드. 그 서로 너무 다른 ‘식’으로 인해서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머리끄댕이 잡을 일 없이 서로 의식하지 않고 친해진 계기가 되었고 연애는 서로의 몫이라며 간섭하지 않았기에 지금 이렇게 자매애를 돈독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경태.
학교시절 만난 인연으로 시작해서 동인련에서 서로의 모습을 다독여주고 현재의 연애가 잘 되길 서로 빌어주는 두 사람. 그리고 동인련이 두 사람처럼 돈독하게 엮이고 서로의 즐거움과 슬픔을 공유하는 끈끈한 재미가 넘치길 바라는 나였다.
인터뷰어 _ 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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