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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이드의 기사 읽어주는 젠더

3월 최고의 기사, 최악의 기사

by 행성인 2022. 3. 28.

이드(행성인 미디어TF)

 

 

봄이 시작하는 3월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2020년 1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커밍아웃한 故 변희수 하사가 이듬해 세상을 떠난 달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이 날은 트랜스젠더에게 놓인 차별과 현실을 인식함과 동시에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싸워온 공로를 인정하며 그들의 삶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시작한 웹진의 첫 기획으로 실리는 “최고의 기사”는 트랜스젠더 인권 이슈를 발행한 모두에게 돌리고 싶지만, 특별히 [변희수, 그 후 1년①]‘유쾌한 고집쟁이’, 평등의 최전선에 영원한 여군으로 서다 - 경향신문 (khan.co.kr)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차별금지법 제정은 제자리 - 미디어스 (mediaus.co.kr)를 꼽았다.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의 특별상으로 故 변희수 하사가 수상했다는 소식, 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지하철 광고 '변희수의 꿈과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가 걸렸다는 소식,  성소수자 추모의 공간 KISS & CRY(키스 앤드 크라이)를 취재한 소식 등도 기억에 남지만, 경향신문의 기사는 2020년 전역심사위원회가 열리던 시점부터의 투쟁 기록을 기술하는 한편, 친구로서 변희수가 어떠했는지를 밝히는 등 다층적인 인간으로서 故 변희수 하사를 담아내고자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특히 대전지법의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문 중 “성정체성의 혼란 또는 성별불일치로 성확정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므로,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소송수계는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에서 필요하다”는 부분을 인용하여 인권운동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판결이었음을 강조했다. 

 

미디어스 기사의 경우엔 “트랜스젠더 여성인 고 변희수 전 하사의 비극은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의 인권이나 법적 권익을 존중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사회적 타살'로 규정되었는데, 그의 추모 광고 논란에서도 그 실상의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라고 기술하며 전역처분 취소소송 투쟁 과정을 날짜별로 살피는 한편, 포괄적 차별금지법, 서울시민 인권헌장과 지역 조례 등의 지난한 역사들을 밝히며 성소수자 이슈를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봐왔음을 보여주는 서술들이어서 인상적이었다. 하나 아쉬웠던 것은 故 변희수 하사가 중심 키워드임에도 동성 결혼이 보장되는 나라 등을 인용하는 것보다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인용했다면 트랜스젠더에게 혐오적인 사회를 반증하는 탄탄한 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악의 기사는 미디어오늘의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논란의 잣대로 본 언론 < 사회 < 윤유경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비평기사에서 인용한 기사들로 갈음하고자 한다. 2017년 성공회대 총학생회의 설립추진이 무산되면서 ‘모두의 화장실’ 이슈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는데 지난해 11월이 되어서야 학내 설치가 확정되어 5년간의 장기 투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지난 3월 16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총학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 이라는 이름으로 학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저녁엔 풍물패 공연과 함께 릴레이 발언으로 피로연을 마쳤다.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미디어오늘은 “성공회대 성중립 화장실 설치는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5년 만에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언론은 ‘합의’보다는 ‘논란’에 주목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중심 제목으로 채택한 기사들을 소개했다. 

 

기사는 여성학자 권김현영을 인터뷰하여 “언론 보도가 이러한 부정적 반응에만 초점을 두면, 자기가 옳았는데 문제가 잘못됐다는 감정을 계속 갖게될 수 밖에 없다 (...) 소수자가 만들어낸 저항의 언어는 목표와 방향이 정확하지 않으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십상이다. 언론에서는 부디 좀 더 고민해주었으면 한다”는 부분을 인용하며 언론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이어서 한겨레신문의 기사 ‘갈등 녹인 설득의 힘…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5년 만에 설치’를 인용하며 "성중립 화장실 설치를 둘러싼 5년 간의 학내 토론 및 합의의 과정을 돌아보는 보도였다”며 좋은 기사로 뽑은 것도 함께 다룬다. 

 

실제로 본인이 저녁 공연장에 방문하여 “모두의 화장실” 투쟁에 함께한 이들의 발언을 듣거나 보수적인 대학 사회에서 소수자에게 필요한 공간설치를 위해 힘써온 이들의 눈물을 보았을 때, 트랜스젠더 활동가로서 나보다도 더 인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보며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한 사안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기 어려울때, 단순히 찬반으로 사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투쟁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를 다루었을때, 한 명이라도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