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서 만난 성소수자들의 무지개 수다 (1)

Posted at 2008. 7. 30. 16:17// Posted in 연대

- 10대, 20대 3명의 게이가 말하는 촛불


인터뷰 / 정리 :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랑’은 8월부터 촛불에서 만난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아내려고 합니다. 무지개 수다는 촛불을 통해 얻게 된 개인의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성소수자들의 시각에서 촛불의 의미를 재조망해 보면서 앞으로 우리의 활동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 마련된 섹션입니다.


그 첫 번째로 예비교사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 자긍심팀원들이 함께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청소년 게이 ‘랜’, 대학에 갓 입학해 첫 번째 방학을 맞고 있는 새내기 게이 ‘Anima’ 마지막으로 졸업을 앞둔 20대 중반의 ‘해와’님이 인터뷰에 함께했고 조선의 사만다 ‘나라’님도 참관 자격으로 참석해 첫 번째 무지개 수다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촛불집회가 벌써 70회가 넘어서고 있는데. 지금까지 촛불집회를 몇 번 정도 참석했나요?


해와 : 자세하게 세 보지는 않았지만 5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Anima :  한두 번 정도 된 것 같아요. 동인련 회원들과 함께 참여한 적이 있고, 7월5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랜 : 5번 정도 참여한 것 같은데, 처음에는 학교 친구들과 왔고 나중에는 무지개 형, 누나들과 왔어요. 처음에는 친구랑 그냥 궁금해서 나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어요. 시위라는 느낌보다 문화제 정도라고 생각했지요. 시위라는 것을 전혀 모르지만 요즘은 말 그대로 ‘시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촛불집회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구호가 있었나요?


일동: “이명박은 물러가라” “잠 좀 자자” “먹지마세요! 청와대에 양보하세요.” “온수! 온수!”등 각자의 기억에 인상적이었던 구호들을 쏟아낸다.


해와 : 구호를 함께 외치면서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특정단체가 외치는 구호는 함께하면 안 된다는 시민들의 분위기를 봤을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민지성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배타적인 부분도 공존하는 것 같아요


나라 : 사실 촛불집회에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보니, 혼란스럽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운동이 물음에 직면한 지금,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이견도 존재하죠. 배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유들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해와 : 당선되기 전부터 이명박이 싫었어요. 식도 안 되고 제대로 된 정책도 없고 게다가 차별적인 발언까지. 당선되기 전에 결혼을 두고 남녀 간의 결합이 정상이라고 하며 동성결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잖아요. 공식적인 사과도 없고.


랜 : 처음에는 그냥 궁금해서 나왔고, 외치는 구호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지금은 그 뜻을 알 것 같아요. 내 자신의 생각이 처음에 참여했던 모습과 많이 달라진 게 분명해요


Anima :  그냥 소리치고 싶었어요. 나라 돌아가는 일이 답답하잖아요. 사람마다 보는 입장은 다르겠지만 모든 책임이 이명박에게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결하려는 의지도 전혀 없잖아요. 작년 겨울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투쟁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소리칠 공간이 많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경험이 이번 촛불에 참여하게 했던 거 같아요. 이명박은 정말 대한민국의 모기 같은 존재야. 짜증나잖아.


욜 : 그럼 Anima는 어떤 소리를 질렀어?


Anima :  그냥 사람들이랑 같이 “이명박은 물러가라” “닥쳐라” 솔직히 노래방 가는 것 보다 시원했어요. 집에 돌아갈 때는 목이 쉴 정도였다니까요.




△ 10대 청소녀들이 들고나온 촛불.. 촛불저항의 시작이었다.
(오마이뉴스 기사 사진 인용)



랜은 무지개 깃발에 나중에 참여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무섭지는 않았어요?


랜 : 친구랑 함께 갔을 때 무지개 깃발을 봤는데, 행렬 밖에 있어서 따라가질 못했어요. 단체 이름이 안 써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 튀는 것 같았구요. 나중에 함께했는데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이 볼까봐 무서웠어요. 무지개 깃발의 의미도 잘 몰랐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알아요. 또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한편이고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일반이던지 이반이던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해와 : 나는 무지개 깃발 아래 있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전경들이 더 무서웠어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한테 해코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Anima : 한번은 인도 쪽 도로에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학교 과 선배를 봤어요. 처음에 보고는 많이 당황스럽고 깜짝 놀랐는데. 반면에 이렇게 알게 되면 뭐 어쩔건데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지개는 우리를 안정되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고. 프라이드를 높여주는 것 같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자부심이랄까.


기억나는 애피소드가 있는지?


해와 : 5월17일에 동인련에서 비정상은 이명박이라는 유인물을 나눠준 적이 있었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나눠주다 보니까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여고생 중심으로 나눠주고 아저씨나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에게는 일부러 피하게 되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어요. 또 하나 기억나는 경험은 비오는 날 종로에 있는데. 물대포에 전경들이 계속 겁을 줘서 청계천까지 도망간 적이 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기분 좋은 경험은 동인련에서 제작한 촛불게이, 촛불레즈비언 스티커를 일반 친구한테 줬는데 거리낌 없이 자기 책 앞에 붙이는 거에요..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랜 : 7월12일 참석했을 때가 기억에 나요. 비오는 날 정말 그렇게 내가 걸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시청 - 종로 - 동대문 - 남대문 - 시청 이렇게 4시간 정도를 걸었었잖아요. 너무 힘들고 비 때문에 운동화하고 옷이 다 젖었는데도 원해서 했던 거니까. 뿌듯함이 있었어요. 슬리퍼 신은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아. 그리고 스티커를 들고 행진하면서 여기저기 붙이고 돌아다니는데 사명감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근데 그 스티커를 일주일이 지난 뒤 떼어지지 않은 상태로 다시 보니까. 더 좋았어요.


Anima :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7월5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낙원동을 행진할 때 게이들이 많이 다니는 포차길을 지나는데 어떤 게이들이 우리보고 “짜증난다 무식하게”라고 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또 술취한 할아버지들이 “니네가 더 문제다”라고 했을 때도. 기분이 별루였죠. 게이들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나라 :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죠. 많다고 보진 않아요. 촛불집회 시작되고 얼마 뒤에 레즈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정말 다음 아고라 같은 분위기였어요. 다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촛불집회에 참가한 청소녀, 청소년들(고뉴스 사진 인용)



그럼 다른 얘기로. 처음에는 청소년들이 집회에 나온 것을 보고 시위에 참석한 어른들이 ‘아이들은 우리가 지켜준다’라는 표현들을 썼는데. 그럴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보수언론에서는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어서 나온다고 하고, 부모들이 문제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Anima : 경각심이 좀 필요하지 않나요? 경찰 바로 앞에 청소년들이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나라 : 근데, 경찰폭력은 모두가 다 조심할 문제이지 나이에 따라 누구는 조심해야 하고 누구는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좀 말이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청소년 보호주의와 청소년들이 앞장선 행동이 정부와 보수언론에게 공격받을 때 방어한 것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초기 촛불집회에 대해 청소년들이 잘 알지 못하고 나온다는 식으로 공격할 때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방어하면서 집회에 동참한 것은 지지해야 한다고 봐요. 


랜 : 솔직히 어이없지요. 책임질 수 있는 나이고, 이명박이 정말 싫어서 나온 건데 어른들이 ‘안된다’ ‘집에 가야한다’라고 하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걱정은 이해가 가지만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욜 : 동성애 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청소년 동성애자하면, 한때라고 생각하고 어른이 되면 쉽게 지나갈 문제라고 하며 신중하게 생각 안하잖아요. 이유는 간단하지. 미성숙하니까. 하지만 미성숙의 기준을 누가 만드는 것일까. 단지 촛불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스스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에 미성숙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지요.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촛불에서 함께 외쳤다. 
하지만 정부는 촛불과 함께한 청소년들을 탄압했다.(오마이뉴스 기사 사진 인용)



아직 촛불집회에 함께 하지 못한 성소수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해와 : 어머, 나와서 함께 해요!(웃음) 우선은 성소수자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우리 활동을 널리 소개하고 알렸으면 좋겠어요.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싶었던 성소수자들은 아마도 더 많았지 않았을까요? 선전하고 조직하는 것이 커뮤니티 내부에도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Anima :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의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에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수용하는 모습보다 당연하다고 여겨진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으면 해요. 강요는 없지만 한번 쯤 참여해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촛불의 끝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 이명박 퇴진이죠. 또 조중동 폐간 ^^


마지막 질문! 무지개와 촛불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요?


일동: 동시에 “무지개 촛불”을 말하고 웃음.

     유쾌함, 즐거움, 자연스러운 것, 저항, 프라이드 등등의 갖가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욜: 촛불 하나는 미약하고 작아보일지 몰라도 모였을 때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언제가 우리에게도 촛불의 힘처럼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는 것 같아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촛불항쟁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위대한 항쟁의 끝이 어떤 결과를 맺게 될 지 모두 궁금해 하는 상황입니다. 청소년들의 작은 외침으로 시작된 촛불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내었고 한 목소리로 ‘미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이명박, 어청수 퇴진’ 이라는 구호를 외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이제 정의가 되어 경찰폭력과 공안탄압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무지개 깃발을 든 성소수자들도 각기 다른 이유로 촛불저항의 자리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무지개 깃발이 대열 한 가운데 세워지면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집니다. 소속이 어딘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과 자신감,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들. 복잡 미묘한 이 상황에서도 무지개는 촛불저항의 한복판에서 자신감 있는 한 걸음을 떼기 위한 준비를 또 다시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댓글을 남겨주세요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