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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동인련의 이주노조에 대한 소중한 연대에 감사하며.....

by 행성인 2008. 7. 30.



이정원 _ 서울경기이주노동자노동조합 교육선전차장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노조는 정부로부터 많은 억압과 탄압을 당하지만 한편에서는 관심과 연대를 보내주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무척이나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들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그 동안 중요한 이주노동자 집회 때마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우리와 함께 해 주었다.


  그 동안 우리는 받은(?)만큼도 돌려주지 못해 늘 마음이 쓰였었는데, 올해 '2008 퀴어 문화축제' 때도 우리를 초대해 주었고, 이주노조를 위해 모금 캠페인까지 벌여 주었으니 '빚'이 또 늘었다! 
게다가 이 날 행사는 너무 밝고 경쾌해서 참가한 우리도 오랜만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를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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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퀴어퍼레이드에서 동인련은 이주노조와 성소수자의 연대를 위해
탄압받는 이주노조를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했다.
총 13만원 가량이 금액이 모금이 되었다.


  사실 이주노조 조합원들에게 여느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성 정체성, 성적 취향 문제는 꽤나 낯선 문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거나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생소해 하고 일부 조합원들은 편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노조 내에도 분명히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아직 이 동지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거나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점에서 동인련 활동가들을 만나고 함께 연대하는 경험은 이주노조에게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데, 늘 이주노조가 처한 시급한 당면 사안들에 밀려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그런데 최근 이 사안은 우리 노조에게도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가 됐다. 우리 노조 '밖'에 있는 일이 아닌 우리 노조 '안'에도 있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충 감 잡았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이 조합원이 스스로 움츠려 들거나 숨으려 하지 않고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 나간다는 것이다. 지금 이 조합원은 우리 노조에 보석같은 존재다!


  우리는 이것을 계기로 피부색과 국적, 종교 등의 이유로 억압받는 이주노동자들이 다른 이유로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손 내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


  다들 알겠지만, 요새 이주노조에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노조 지도부가 대거 체포돼 추방되는 사건을 연속 2번을 겪었고,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사기가 적지 않게 꺾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집중 단속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파키스탄 이주노동자에게 총을 겨누는 위험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4월 부산에서 61세의 중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경찰 검문을 피해 2층 창 밖으로 뛰어내리다 머리를 크게 다쳐 중태에 빠졌고, 같은 시기 마석 성생공단에서도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이주노동자가 추락해
두 다리와 허리 등 4군데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5월에는 경북 왜관에서 이주노동자들 65명을 단속하고는 단속 버스에 태울 자리가 없자 단속한 이주노동자들을 한 차 가득 태워 보내고, 그 차가 되돌아 올 때 까지 이주노동자들을 어느 이주노동자의 방안에 구금해 놓은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서울 지역과 경기 일대까지도 '원정' 단속을 나서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은 집에 쳐들어가 임신 8개월 여성을 체포했고(7월 4일, 경기도 마석), 엄마 젖도 안 뗀 4개월 아기 엄마(7월 5일, 시흥) 등을 가리지 않고 잡아들였다. 7월 5일 인천에서도 임신 5개월 베트남 여성을 단속했다. 이런 사건들을 일일이 열거하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또 이 집중 단속으로 이주노조의 간부들을 포함해 8명의 조합원들이 단속됐다.  출입국 단속반들은 단속한 이주노동자들 중에 이주노조 조합원을 가려내 노조 활동 여부를 조사하고 심지어 비난하고 모욕을 주는 비열한 행태를 벌이고 있다.


  얼마전 단속된 한 조합원은 단속된 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가 왜 노조에 가입하느냐", "불법 단체인 이주노조에 왜 가입하냐", "불법체류자가 집회 나가고 하는 건 테러리스트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신문을 당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명함들을 모두 빼앗겼다.


  우리 노조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공동체들에서도 활동가들이 대거 단속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주노동자 단속이 워낙 극심하니 이런 기층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타격을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실 상황이 이럴수록 이주노동자들의 조직과 조직화는 더욱 중요하다.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 매일매일 도처에서 일어나는 이 야만적 탄압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일상으로 굳어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명박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항의하는 일, 그리고 이주노조를 지키는 일에 우리는 주력하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 벌어질 출입국관리법 개악 저지를 위한 활동이 중요한 과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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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 중 대표적인 존재들이 바로 이주자들이다. 이들의 권리가 함부로 억압당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권리 역시 공격당하기는 훨씬 수월해 진다.  그래서 우리는 단지 이주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이 단결하고, 서로의 권리를 지지할 때 이주자들에 대한 공격, 성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 모두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리고 이명박 퇴진을 외치며 아직도 꺼지지 않은 촛불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희망이다.

  동인련의 무지개 깃발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메시지가 적힌 이주노조의 깃발을 함께 들고 함께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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