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 이야기/회원 인터뷰

연대할 수 있는 일 -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 1차 삭발 투쟁' 참여 후기와 회원 인터뷰

by 행성인 2022. 4. 3.

은결, 흥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질문 및 정리: 남웅 (행성인 미디어TF)

 

 

지난주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 1차 삭발 투쟁' 에 행성인이 함께 참여했다. 이른 아침에 진행한지라 회원들의 참여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참여하고 싶다는 회원들의 문의가 있었다. 최근 가입한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후기를 요청하면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흥준: 안녕하세요, 흥준입니다. 정치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은결: 안녕하세요, 은결이라고 합니다. 저도 학생입니다!

 

 

Q. 두 분은 행성인에 가입하고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어요. 어떤 계기로 행성인이 되셨나요?

 

흥준: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던 것은 윤석열의 당선이에요. 지금까지는 학생이니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토론하며 지식을 쌓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장 내 삶을 위협할 것 같은 상황이 되니까 앉아서 공부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 생존을 위해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어요. 더해서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 생존의 위협감을 느끼는 존재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체감했고요.

 

은결: 대선 직후에 둘이서 실컷 울고 우울해 하다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은결과 흥준...커플이다.

 

Q. 이렇게 두분께 질문을 드리는 건, 오늘 진행한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촉구 1차 삭발투쟁'에 참여하셔서에요. 행성인에서 기획하거나 성소수자 의제를 주제로 한 집회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캠페인인데도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이 참여하신게 인상적이었거든요.(웃음) 이렇게 두 분이서 참여한 동기가 있을까요?

 

흥준: 연대할 수 있는 일에 연대하고 싶었어요. 성소수자를 향한 억압과 장애인을 향한 억압은 분명 다른 점이 있겠지만,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비슷한 감각을 느끼고 있다면 연대하고 힘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집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은결: 흥준이가 가자고 했는데 사실 아침 8시인지는 몰랐어요... 성소수자 의제를 주제로 한 집회는 아니지만 다른 의제를 다루는 집회에 가는 게 (개인적으로) 완전히 생소하지는 않아서요, 별다른 동기는 없었어요. 흥준이 말대로 연대할 수 있기에 간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이전에 다른 집회나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나요? 지금 활동하는 다른 단체나 정당이 있는지, 사회문제 중에서나 그밖에 관심 있는 주제나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흥준: 역사 국정 교과서 반대 집회가 첫 집회의 경험이었는데요. 학생으로서 와닿는 직접적인 의제였기에 움직였던 거 같아요. 그 다음은 촛불집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던 시기에 저는 경상남도에서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이었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답답하다는 마음 때문에 여러 차례 직접 학생 집회를 조직하고, 주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집회 현장과 조금 거리가 멀어졌지만, 학내 운동에 참여했던 기억은 남아있어요. 학내에서 총여학생회 폐지의 움직임이 보이자 총여학생회 폐지 반대 운동 조직에 참여해서 서명을 받고, 유인물을 나눠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비롯한 퀴어 정체성 관련 운동과 기후위기 운동에 관심이 있어요. 서울시 동자동의 공공개발을 둘러싼 주거 정책과 반빈곤 운동과 관련한 프로젝트도 하고 있고요. 제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관심의 주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은결: 학내에서 열렸던 크고 작은 집회에 주로 참여했어요. 최근 몇 년 간 위계형 성폭력 대응, 인권교육강좌 필수 수업 지정 같은 페미니즘 의제나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같은 노동권 의제와 관련한 시위가 있었거든요. 요즘엔 학교 졸업하기도 전에 지구가 망해버릴 것 같아서 기후위기 문제에 시급함을 느끼고 있어요.

 

 

Q. 오늘 집회는 플래시가 쉼없이 터지는 중에 활동가가 사다리를 머리에 끼우고 쇠사슬로 몸을 묶고 나중에는 삭발과 결의를 위한 노래까지 부르면서 비장한 무대를 보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장애운동 특유의 활기도 느껴졌던 것 같아요. 두 분은 오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무엇이 기억나나요?

 

흥준: 사다리를 머리에 끼우고, 쇠사슬로 몸을 묶는 과정에 지금껏 장애인 이동권 운동의 역사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대 단체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진 순간입니다. 행성인 뿐 아니라, 신촌·홍대 권역 배리어프리 보장 공동행동, 녹색당 등 다양한 단체에서 조금씩은 달라도 한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들이 모여 커다란 힘이 되고, 그 힘이 지하철 승강장을 가득 메우는 것 같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집회는 쪽수라고, 뒤에 서 있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엄청난 힘이라고 집회를 가는 저에게 어떤 (운동권) 선배가 말해주었는데요. 그 힘을 느낀 거 같아요.

 

은결: 집회에 나온 게 오랜만이라 전부 다 인상적이었어요. 말씀해주신 대로 비장함도, 활기도 느껴졌고요.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집회 도중에 이준석이 페이스북에 또 글을 올려서 어이없어 웃겼던 기억도 나네요. 정말 페이스북 중독자...

 

본의아니게 단체사진이 되어버린 3월 30일 투쟁현장 페북라이브 장면.(혼나는 거 아님)

 

Q. 요즘 뉴스도 그렇고 SNS도 그렇고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타기 투쟁이 말이 많잖아요. 국민의힘 대표도 계속 아전인수격으로 공격하고 있고요. 두 분은 장애인 지하철타기 투쟁을 어떻게 생각해오셨나요? 주변에 불만들이 적지 않은데 어떠신지도 궁금합니다.

 

은결: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장애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오래전부터 있어 와서 저한테 그리 생소한 문제는 아니었는데요, 최근에 엉망진창인 뉴스 댓글란을 보면 대학이라는 좁디좁은 환경 바깥으로 나갔을 때 어떻게 각기 다른 시민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요.

 

흥준: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 일은 우리에게는 일상과 같은 일이잖아요. 매일매일 당연하게 여겼던 일이요. 출근길 지하철타기 투쟁에 대해 ‘과격하다’ ‘부도덕하다’ 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진짜 과격했던 것은 투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배제하고, 누군가의 당연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과격하고 폭력적이었는지를 투쟁 현장을 통해 느낄 수 있었어요. 불만을 이야기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지금껏 우리의 속도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생각해보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행성인에서 하고싶은 활동이 있으면 말씀부탁드려요. 더불어 개인적으로 활동계획이나 홍보할 이야기들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은결: 저는 최근에 복학을 했는데 밥 해먹고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뭘 하고 싶은지 진득하게 생각은 못해봤어요. 행성인에 익숙해지기만 해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요.

 

흥준: 노동권팀에서 활동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노동권팀에서 장기투쟁노동자를 성소수자의 관점에서 인터뷰하는 활동을 기획중이라고 해요. 사람들의 개별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제 바람과 잘 맞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노동권과 퀴어 정체성이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 만나는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잠재력을 지닐 수 있을지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연극을 하는데요, 연극을 통해서 저의 퀴어 정체성을 표현해내기도 하고, 여러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어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연극을 준비 중인데, 구체적인 공연 일정이 나오면 또 홍보할게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