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활동 팀장 임기를 마치고 - 이드

인터뷰 정리: 미디어TF

 

 

2023년 한 해를 열면서, 행성인은 회원들이 함께 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에 중요한 가치를 둡니다. 하지만 회원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을 집행하면서 회의를 진행하며 크고 작은 실무들을 분담하는 역할을 맡는 이들이 있습니다.  행성인에는 활동팀이 있습니다. 성소수자노동권팀과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HIV/AIDS인권팀은 행성인에서 주력하는 의제를 다루는 동시에, 회원들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고 운영을 논의하는 기구이기도 합니다. 팀에는 팀원들의 안부를 챙기고, 활동을 제안하며 실무를 분담하며 활동을 대표하기도 하는 활동팀장이 있습니다.  2023년에는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의 이드 팀장이, HIV/AIDS인권팀 갈릭 팀장이 임기를 마칩니다. 두 분에게 수고의 인사를 전하며,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용산시대 시민단체 첫 집회 (무지개행동 아이다호데이 행진) 시위참가자 이드

미디어TF(이하 '미'): 먼저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이드(이하 '이'): 안녕하세요. 작년인 2022년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서 팀장을 맡은 이드입니다. 

행성인 운영위원도 겸하고 있습니다.

 

미: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팀장을 하게 되었나요?

 

이: 2018년, 처음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이 TF(테스크포스-준비팀)가 조직될무렵, 유결님의 제안을 받아 초동멤버로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2021년 빌리님과 공동팀장, 작년 22년 팀장직을 맡았습니다. 

 

미: 팀장 활동을 2년 이상 하셨는데요, 팀장직을 내려놓는 지금 감회가 어떠신가요?

 

이: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에 책임감을 느끼는만큼이나 활동 조직을 못했다는 데에서 부채감이 있고, 한편으로는 현재 노조에서 일하는 중이라 벅차던 타이밍에 내년도에 팀장직을 이어나가긴 힘들겠다는 현실적인 판단 속에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면서 일상과 노동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늘 힘들었던 것도 문득 떠오릅니다. 

 

차별금지법 유세단에서 차금법 제정을 발언중인 이드

 

미: 올 한해 기억에 남는 팀 활동은 무엇이 있었나요? 뿌듯했던 활동과 아쉬웠던 활동이 있다면 그것도 궁금합니다.

 

이: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날(TDoV,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에 팀원들의 사진과 소개가 담긴 카드뉴스를 제작했던게 떠오릅니다. 작년은 팀원간 소통과 조직을 방향으로 잡았어서 기획부터 제작까지 참여도도 높았던게 기억납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 당사자 및 앨라이를 위한 자료집인 “젠더 핸드북(가칭)”을 제작하려는 목표를 이뤄내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팀 성원이 적었던 재작년 하반기에 시작했는데, 구직 및 개인사로 바빠 살뜰히 챙기지 못했습니다. 라이트한 활동으로라도 녹여내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좋겠습니다.

 

미: 본인이 활동하는 팀 자랑을 해주세요. 다른 단체나 활동팀과 어떤 차별점이 있고 매력이 있는지 팀장님의 문장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팀원들 개개인이 재능이 많습니다. 웹자보를 제작하거나,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집회에서 자작곡으로 공연을 하거나, 드랙 퍼포먼스를 기획하거나, 당사자 토크쇼에 패널로 생애사를 들려주는 등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습니다. 

 

트랜스젠더퀴어팀이 기획한 행성인 회원모임 당사자토크쇼 기록사진

 

미: 활동팀을 운영하면서 어떤 지점에 역점을 두었나요? 팀장의 태도와 역할은 팀원과는 다를 것 같은데요,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나 방향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학업이나 생업이 따로 있다보니, 가급적 회의 참여를 독려하는 편이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참여를 하는 것이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인식을 넓혀줄 수 있다는 사실은 저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깨달은 지점인데, 행성인에 후원회원이 아닌 활동회원으로- 거기다가 팀까지 가입한 이유에는 그만큼 활동에 대한 의지가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이에 맞는 정보들을 제공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팀원간 네트워킹(혹은 친목)과 일의 분배, 그리고 기획 활동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을 취합하여 가능한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미: 팀장을 하는 것이 본인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준 것 같나요?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들도 있을 듯 한데요, 가감없이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하면서, 연구 참가비 등을 제외하면 수익이 없는 상태로 수년을 지내오다보니 팀장직을 어느정도 무게로 가져가야 하는지 늘 고민했습니다. 개인의 커리어나 일상을 중요시하다보면 인권운동을 지속적으로 꾸려나가기에 힘든 점이 있는데, 막상 정기모임 등에서 함께 만나거나 회의 후 소소한 뒷풀이 등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보람차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를 중심에 두고 팀장직을 그만두어도 안심할만한, 활동을 바로 이어나갈 멤버가 있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누군가의 책임은 아닌것 같습니다. 

 

미: 팀장으로서 행성인(단체 전체든, 회원이든, 운영위이든 )에 제언할 점이나 바람이 있다면? 

 

이: 운영위원이면서 팀장으로서 활동하면, 정기모임을 포함하여 행성인 모임/회의에 한 달에 최소 3번 참석하게 됩니다. 서울에 있기에 참여가 가능한 지점도 있지만, 때로는 9to6에 야근을 병행하면 어려운 일이기도 해서 활동의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죄책감/부채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함께 활동을 고민해 나갈 수 있는 창구가 하나 있다면 보다 부담없이 활동에 임할 수 있겠습니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로서 이드. 2023 기후정의행진 홍보 카드뉴스에서

 

미: 다음 팀을 담당하는 분에게 당부할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 가벼운 마음이든 무거운 마음이든, 팀장으로서 활동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것 같아요. 성소수자로 정체화하기도, 살아가기도 벅찰때가 많은데 당사자로서의 욕구만큼이나 활동가로서의 책임감을 같이 느껴야 하니까요. 그러나 그 부담을 계속 짊어지실 필요는 없고, 왜 우리가 이 시기에 한 달에 최소 1번은 모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매달 회의 주재와 트랜스젠더 인권행사를 기본으로하되, 행성인답게 의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합니다.

 

미: 본인이 활동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생각하게된 키워드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여러 단체에서 활동했지만, 행성인에서 활동하게된 계기는 저의 트랜스젠더 친구나 동료의 죽음을 겪으면서였습니다. 주변인으로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 자살 유가족으로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정신건강, 커뮤니티 케어, 사회적 책임의 의제화 등으로 길어올려질만한 이슈들을 생각해왔습니다. 또 의료나 법체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신원증빙의 과정에서 성별이분법적인 태도를 가진 이 사회에서 법제화가 중요한지, 커뮤니티를 조직하는게 우선해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소수자의 인권이 중요하다 판단되지 않는 이 사회에서 (여러) 소수자의 목소리와 이슈에 귀기울이되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지에 대해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작년부터는 변희수 공대위나 성소수자 인식교육, 기자회견 참석 등에 있어서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누군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한두명씩 동료들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미: 팀장을 일 년 더 하게되면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거 같아요? 기왕에 임기마무리를 눈앞에 두었으니 편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이: 노동, 여성, 장애인권 등이 윤정부에 의해 탄압받는 시점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무엇을 해야할지 팀원들과 논의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액션이 될지 캠페인이 될지 교육이 될지 알 수 없지만, 팀장의 역할은 내가 하고싶은걸 하는게 아니라 구성원이 해야 한다고 판단되는걸 같이 결정하고 논의하게끔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2023년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이드

 

미: 올해 나누고싶은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활동 관련한 것도 좋지만, 꼭 활동과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 투병 중인 반려묘와 오손도손 가족사진을 찍고 싶고, 내집 장만(!)을 하고 싶습니다. 한동안 고용 불안에 시달려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네요. 그리고 바디 포지티브에 대한 액션도 해보고 싶습니다. 트랜스젠더로서, 여성으로 자라온 사람으로서 불화하는 몸으로서 위화감/불일치감이 늘 존재하는데, 이를 해소할만한 활동이 뭐가 있을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있다면 함께 기획해 보아도 좋을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