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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운동이다- 큐앤에이 인터뷰

성소수자 모임

by 행성인 2022. 4. 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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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및 녹취: 이드 (행성인 미디어TF)

정리 및 편집: 남웅 (행성인 미디어TF)



행성인 미디어TF는 故 육우당 19주기를 맞이하여 퀴어-앨라이 단체인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큐앤에이는 4월 18일 창립총회를 열었는데요. 

인터뷰는 최근 큐앤에이가 주최하는 ‘온전한 애도를 위한 성소수자 장례/추모 예배 기획팀’(이하 기획팀) 에 참여 중인 이드가 큐앤에이의 이동환 목사님과 김유미 간사님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드 : 굉장히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제가 기획팀에 면접 보면서 인터뷰를 요청 드리고 싶다고 이야기 드렸거든요.  이렇게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월이 육우당 추모주간이기도 하고 이달 행성인 회원모임도 추모를 주제로 진행해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침 큐앤에이 활동가분들께서 의미 있는 기획을 하셔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요. 

 

먼저 큐앤에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동환 : 큐앤에이는 크리스천 퀴어 앨라이 운동 단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 한국교회가 가는 방향이,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가 하나님의 사랑에 맞는 것인가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하는가, 하나님의 사랑이 어떻게 실현되고 실천되어야 되는가 답을 같이 구하는 모임입니다. 

제가 제 2회 인천 퀴어문화축제(2019) 무대에서 축복식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교회 재판을 받게 됐어요. 정직 2년의 판결을 받고 지금도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그때 군말 없이 2년 정직 후에 복귀해서 일상 목회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갈림길에서 고민을 좀 많이 했었고. 옆에 있는 김유미 간사님이나 재판을 지원하던 분들과 논의하면서 이 사안이 그저 불운한 하나의 사건으로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우리가 감리교를 넘어 한국 교회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행동들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면서 아예 ‘단체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큐앤에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큐앤에이는 ‘퀴어 앤 앨라이’ 혹은 ‘질문과 응답(Question and answer)’의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큐앤에이는 철저하게 교회 운동이에요. 지금 성소수자 인권에 가장 큰 걸림돌이  한국 교회라고 생각했고, 교회를 바꾸는 일은 사실은 세상을 바꾸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발 딛는 이곳(교회)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감리교와 한국 교회 안에 수많은 성소수자들 뿐 아니라 여기서 목회를 하고 신앙생활을 해나갈 이들이 계속 있을 텐데, 그냥 더러워서 떠난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회 안에서의 퀴어 운동을 한번 해보자고 생각을 했죠. 

큐앤에이는 네 파트로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1) 신앙 운동, 2) 변혁 운동, 3) 조직 운동 그리고 4) 문화 운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먼저 1) 신앙 운동에는 예배가 굉장히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수많은 성수자들이 떠나는 이유가 혐오발언들. 설교 때 앉아서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견디지 못하죠. 그런 걱정 없이 우리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가서 예배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서 한 달에 한 번 예배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제 횟수를 좁힐 생각이고요. 그다음에 이드 님도 참여하셨죠. ‘온전한 애도를 위한 성수사자 추모 장례 예식 만들기’처럼 해외 자료들을 가져와서 번역하는 일을 신앙 운동 파트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2) 변혁 운동은 저의 경우도 있지만 무지개 신학교의 주축을 이루는 장신대 신학생분들도 무지개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군목 시험 합격했어도 탈락되는 어이없는 일들이 있었잖아요? 감히 나서지 못하는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 이를 부당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잘 조직하려고 하죠. 지금은 굉장히 적지만, 조직을 하면서 한국교회에 있는 성소수자 차별 조항을 개정하고, 개정작업 너머  성소수자 성도들에 대한 목회를 어떻게 해갈 것인가도 법안에 잘 들어가도록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진행해 나가는 것이죠. 

3) 조직 운동은 다른 말로 하면 당사자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리스천 퀴어 당사자들이 모일 수 있는 해방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근래에는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4) 문화 운동은 눈높이를 생각해서 기획해요. 저희 현장은 교회이기 때문에 여기서 어떤 얘기를 해도 잘 설득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얘기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가닿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어요. 웹진에 소설이나 웹툰을 다뤄볼까, 팟케스트를 만들어서, 소위 ‘퀴리스찬’의 목소리가 좀 더 가시화될 수 있게 해볼까 고민하게 되었죠.

그리고 상담 프로그램을 하반기에 론칭하려고 상담 활동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가 전문 상담은 할 수 없지만, 신앙 때문에 갖는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서 2~3주 정도 운영하고 전문 상담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이제 시작한 지 한 8개월 되었고요. 다음 주에 창립 총회를 해요.

 

이드 : 바쁘신데 와주셔서…(웃음)

 

이동환 : 아닙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하나씩 정비해서 운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큐앤에이 창립총회. (사진출처: 큐앤에이 페이스북)

 

 

이드 : 제가 큐앤에이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어떤 활동하시는지 봤더니 팟캐스트도 하고 소설 쓰는 모임도 있고 큐티도 하고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두 분의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두 분이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해요. 

 

김유미 : 학교 선후배 관계에요. 근데 학번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학교에서 만난 적은 없어요. 활동이라해도 기독운동 판에서 자주 보던 선배 목회자였고. 이렇게 가까워진 건 재판 받으면서 대책위가 구성되고, 제가 그 당시 학생회 소속으로 대책위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친해진게 아닐까요? (웃음) 그전에는 그냥 아는 목사님이었던 거죠.

 

이동환 : 저도 재판 받기 전에는 뭐랄까, 노동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서 파인텍이나 동양시멘트, 재능교육 투쟁 현장에서 기도회 꾸리고 같이 기도회 하고. 간사님과도 그런 현장에서 마주치다가 말씀하신 대로 제가 재판에 회부되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대책위를 만들었는데 그때 마침 학생회를 마침 하셔서 대책위에 들어오면서 같이 하게 되었죠.

단체를 만들면 좋겠다고 사람들이 권유할 때 제가 겁이 많아서 ‘이거 해도 되나?’, ‘내가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엄청 고민했어요. 그때 김유미 간사님도 힘을 많이 불어넣어 주셨죠. 초기에 같이 구상을 했던 분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까 여러 사업을 하는데 잘 맞냐 하셨는데 둘 다 워커홀릭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문제가 있어요. 둘 중에 하나라도 잘 조절해야 하는데. (웃음)

 

김유미 : 대책위에 들어간 게 저에게 의미가 있었거든요. 단순히 선배 목회자가, 학교 선배가 공격을 받고 있다. 그래서 돕는다 정도가 아니고, 실은 이 재판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었던 거죠. 나도 목회자를 꿈꾸는 사람인데 나한테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리고 이 일이 한 사람의 곤경이라고 하기에는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성소수자에게 해왔던 차별적인 행동들이 숱하게 있었으니까.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신앙인으로서, 신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목회자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대책위에 들어간 거였어요. 사적인 관계보다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친해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목사님 일하시던 평화교회연구소라고 묵상집 같은 거 만들던 곳인데 제가 청탁을 받아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이동환 목사님을 멀리서도 피해 다녔고요. (웃음)

 

이드 : 왜죠? (웃음)

 

김유미 : 글을 빨리 달라고 할까봐요(웃음) 어, 이동환이잖아? 그런 관계.

 

이드 : 4월 일정이 창립총회 외에 또 어떤 게 있나요?

 

김유미 : 당사자 모임,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고요. 그리고 상담 프로그램. 상담 활동가의 교육 프로그램이 매주 금요일마다 있고. 또 한 달에 한 번 기획단 미팅이 있어요. 여기에 월요 예배 한 달에 한 번 예배 드리고, 한 달에 한 번 기획단원 모임하고 창립 총회를 하죠.

 

큐앤에이 웹진 큐티의 인기코너 틈새의 '교회는 요지경' 웹툰 사연모집 홍보물 (이미지 출처: 큐앤에이)

 

 

이드 : 온전한 애도를 위한 성소수자 장례/추모 예배 기획팀’  관련해서 얘기를 해보면 좋겠는데요, 

 

기획단을 만든 배경이 궁금해요.

 

김유미 : 생애주기별 예식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소수자 생애 주기에 맞춰서.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일 수 있고, 입학이나 독립, 첫 직장과 연애, 결합과 출산, 입양 등등 말이에요. 성소수자의 생애 주기마다 축하하고 축복하는 예식을 가지면 좋겠다, 그 예식서를 큐앤에이가 잘 준비해보자는게 초기 기획이었어요. 그중에 장래 추모 예배가 첫 번째 순서였던 거죠. 

 

이드 : 장례 추모를 왜 첫 번째로 했을까요?

 

김유미 : 실은 작년에 숱한 성소수자의 죽음을 목도하고 한국 교회가 너무 잘못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잘못 앞에서 우리는 고개만 숙이고 있어야 하나.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큐앤에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례 추모 예식을 만들면서 한국 교회에 대한 반성을 하고 답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동환 : 저는 지인에게 친구가 돌아가셔서 거기에 갔던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어요. 부모님이 고인의 친구들을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해요. 그래서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못한채 밖에서 지켜보면서 서로를 위로했다고 하는데 그게 너무 속상했고 마음이 아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아, 얼마나 이런 일들이 많을까 생각했어요. 죽음조차 오롯이 내 모습으로 죽을 수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것부터 해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드 : 저도 주변에 돌아가신 활동가나 지인분을 봤을 때 똑같은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실제로 당사자분과 제일 친한 건 주변에 성소수자 지인들인데, 그 사람들에게 어떠한 권한도 없고 철저하게 원가족이 결정하는 대로 화장 방법부터 시작해서 모임 공간 구성이나 분위기 자체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상태잖아요. 또 고인께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안적인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이번 기획단 모집 글을 본 거였어요. 공지를 보고 냉큼 신청했던 기억이 나요. 정말 필요한 활동을 해 주신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는 감사하기도 한데요. 그러면 이 활동을 통해서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유미 : 실은 엄청 큰 변화를 꿈꾸고 '우리가 이거 하면 이렇게 될 거야', '이렇게 바뀔 거야', '당장에 어떤 성과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친구의 장례가 있었어요. 한데 그 사람을 잘 보내고 남은 사람들이 살려면 애도의 시간, 추모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잘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게 다예요. (웃음) 

애도는 종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라 생각했죠. 신앙인들이라면 예식 예배의 중요함을 공감할 텐데, 애도와 추모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그들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게 좀 알려지면 '저런 목소리도 있구나', '성소수자 친화적인 예배가 가능하구나', '이렇게 알려지는 것도 운동에 의미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4월 28일 열린 2022 청소년 기독인 성소수자 고 육우당 19주기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기도회에서 큐앤에이 일원들 (사진출처: 큐앤에이 페이스북)



이드 : 한국 교회에서 성소수자가 환대받고 존중받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면 어떤 행동과 변화가 필요할까요?

 

김유미 : 저는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단마다 차별법들이 있는데, 그 법이 족쇄처럼 작용하더라고요. 신학교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고 무지개 깃발을 하나 거는 것도 '찬성 및 동조'로 판단하잖아요. 사진이라도 잘못 찍혀 나가면 재판이 발생하거든요. 교회에서 일하는 신학생들을 전도사라고 부르는데, 전도사를 자르는 건 엄청 쉬워요. 교회에서 노동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전도사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끝이거든요. 

그러니까 '성소수자 목회해야 된다', '환대 목회해야 된다', '우리 교회에 성소수적 교인이 있다', 혹은 '있을 수 있다' 당연히 우리 교회에도 있고 올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자체가 안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도 학교가 교단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교단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단 말이죠. 교수든 학생이든 자신의 말과 행동을 검열하는 게 분명히 있고요. 그래서 재판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재판 결과가 당연히 학교에도 영향을 미칠 거고, 공부에도 영향이 갈 테니까. 법이 바뀌지 않으면 소속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동환 : 근본적인 얘기를 하면, 한국 교회는 성서에 굉장히 근본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이를테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보죠. 근데 이게 되게 취사 선택적이거든요. 레위기의 동성애 부분은 문자 그대로 보면서 그 옆에 '음식을 어떻게 먹어라', '씨는 어떻게 뿌려야한다' 이런 거 하나도 안 지키고 그것만. 근데 목사들이 이게 맞다고 가르쳐버리니까 굉장히 문제가 되는 거죠. 성경에 대한 관점을 목사부터 잘 가르쳐야 되고, 신자들도 그것에 대해 좀 더 열린 태도와 눈을 가질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서에 좋은 얘기들이 많이 있지만, 이게 굉장히 옛날에 쓰여진 고대 문서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한계를 가지고 있죠. 재해석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잘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성서를 보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근데 신앙이 배타적으로 형성돼 버리니까 남의 얘기를 잘 안 듣는 것 같아요. 나랑 다르면 완전히 틀린 거라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성소수자 이슈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심사 받을 때도 공부를 해오라고 해서 논문처럼 써갔어요. 그걸 가지고 얘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분들은 정말 죄인지 아닌지만 따지고, 아니라고 의견을 내면 너 지금 잘못하는 거라고 치부해 버리니까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거죠.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일이 하나 있어요.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일 때 해외에서 전화가 한번 왔는데요, 그분은 약간 보수적인 한인 교회 다니시는 분인데 본인이 재판을 보다가 약간 분이 나서 저한테 전화를 하셨나 봐요.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고요. 본인이 궁금했던 걸 저한테 다 질문하는 거예요. 이를테면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해서,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다 질문하고.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질문하고. 저는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을 해드리고. 결국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지만 저는 이 전화를 하면서 우리가 충분히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화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전화를 끊고 나서 굉장히 마음이 좋더라고요. 물론 그분의 의견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의 열린 마음, 경청하려는 태도가 있으면 한국 기독교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드 :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인식에 동기부여가 되었던 데에는 육우당의 역할도 작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육우당은 가톨릭 신자기도 했잖아요. 이쯤에서 하나 여쭤보게 되는데요. 

 

큐앤에이와 행성인은 어떤 활동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김유미 : 육우당님의 이야기는 알고 있어요. 무지개예수에서 계속 육우당 추모 기도회를 하고 있고, 저도 늘 참석해서 같이 했고. 무지에개예수 활동과 별개로 큐앤에이는 어떤 활동들을 할 수 있을까. 행성인과 어떤 접점이 있을 수 있을까는 저희도 고민이 들어요. 다만 육우당이 질문을 남겨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 저희한테 어떤 숙제, '이 숙제를 잘 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죠.

 

이동환 : 일단 저희는 많이 배워야 될 것 같아요. 많이 배우면서 어떤 활동들이 있는지 같이 활동 참여하고 배우면서 저희가 해야 될 것들을 좀 찾아가면 좋겠고. 오히려 행성인 같은 단체에서 저희한테 제안을 해주시면 그게 오히려 감사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행성인 회원분들 중에 크리스찬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기독인으로서의 고민을 큐앤에이와 함께 하면서 잘 풀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저희 상담 프로그램도 내담자를 아예 퀴어 크리스찬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분이 있다면 저희에게 소개를 해 주셔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교회를 변혁하고 법을 바꾸는 일들을 해야 되는데, 그런 투쟁력을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웃음)

그리고 교단 재판이 곧 마무리되겠죠. 이변이 없다면 정직 2년으로 확정될 텐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일반 사회 재판으로 가져가려고 해요. 이게 그냥 정직 2년으로 결정돼버리면 향후에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종교의 일은 사회 재판에서 잘 안 받는다고는 하는데 일단은 가져가 보려고 하거든요. 그 과정에 많이 조언을 해주고 도와주시면 저희가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아래 감리회) 교단으로부터 2년 정직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서울시 종로구 감리회본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2021.6.21-7.16)에 돌입한 모습 (출처: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이드 : 저는 되게 특이하다고 느꼈던 게, ‘투쟁’, ‘운동’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였어요. 다른 종교단체, 특히 교회에서는 보기 어려운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유미 : 일단 낯선 단어가 아니었어요. 적어도 저희들에게는 낯선 단어가 아니어서 별 생각 없이 그런 단어를 썼던 것 같고, 제가 사전을 찾아봤거든요. 운동이 뭔지?(웃음) 근데 별 게 아니더라고요. 어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들을 운동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의 감각이었던 것 같아요. 

관점에 따라서는 ‘운동’, ‘투쟁’ 이런 말들이 과거 민주화 운동하면서 썼던 단어처럼 느껴질 수 있을 텐데, 적어도 저에게 예수는 늘 운동하고 투쟁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에게 운동과 투쟁은 낯선 단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뭘 지향하는지 매주 고백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니까 운동이 별건가? 라는 생각도 했어요. 저한테 운동은 신앙의 실현 같은 거 같아요. 내가 믿는 걸 구체화하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드는 것들이라 낯설지 않았어요. 그리고 일단 운동권 목사와 신학생이 만들었잖아요. (웃음)

 

이동환 :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예수 얘기를 하셨는데 저희가 행동의 본으로 따르는 예수라는 사람이 운동가였다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예배, 상담, 예식사 만들기 하나하나가 한국 교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운동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어요. 




이드 : 혹시 웹진을 보는 분들 중에서 

 

지금 다니는 교회가 너무 불편하고 답답하고 다른 곳을 찾는 분이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을지 궁금해요.

 

김유미 : 어려워요.

 

이동환 : 아..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저도 그냥 처음에는 ‘교회를 나오세요.’ 무지개 교회가 많으니까,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곳곳에 있으니까 무지개 교회를 찾아가세요.’ 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복잡하더라고요. 이를테면 그 교회에 다니면서 형성된 인간관계, 익숙한 문화들, 관계들,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교회 친구들이에요. 세상 친구들 잘 안 사귀잖아요.

 

김유미 : 세상 친구들.. (웃음)

 

이동환 : 그 교회가 불편하지만 애정도 있고. 여러 복잡한 것 때문에 그냥 나오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설령 떠났다고 해도 자기의 신앙과 무지개교회가 꼭 맞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어떤 교회는 굉장히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이분은 보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게 불편할 수 있고. 쉽게 얘기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추천을 하자면, 큐앤에이에 문의를 해 주시면 저희가 안내를 해드릴 수도 있는데, 요즘은 온라인 예배도 있잖아요. 그런 예배들을 한번 참여하거나 교회 홈페이지, 페이스북 같은 것들을 보면서 미리 파악을 해보고 본인과 맞는 부분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유미 : 큐앤에이 예배를 월요일에 하는 이유가 실은 본인들이 다니던 교회에서 상처를 받았다거나 교회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서 그 기분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주일 다음 날 바로 큐앤에이 예배에서 응어리를 풀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월요예배를 해보자고 했거든요. 사역하는 입장에서 월요일에 뭔가를 한다는 게(웃음)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래도 월요일에 하고 싶었어요. 

제 기억을 떠올려봐도 제가 다닌 교회 목사님이 열려 있는 분이어서 성소수자 관련한 의제를 이야기해보자고  해도 저는 못하겠다 그래요. 무섭다고. 왜냐하면 우리 교회의 어른들을 아는데 사람들이 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눌 때 분명히 혐오 발언들을 할 텐데 내가 들을 자신이 없다, 내가 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될까봐 무섭다는 토로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교회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도 교회에서 나가라는 이야기는 쉽게 못 할 것 같아요.

 

이동환 : 큐앤에이에서는 ‘퀴리스찬’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해보려고 해요.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가 성경부터 같이 보면서, 신앙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한번 가져보려고 합니다.

 

김유미 : 성서를 어떻게 읽는지, 그 시대와 문화의 어떤 한계가 있다는 걸 배우고 성경 읽는 방법, 해석학적 방법들을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성서가 정말 성소수자를 혐오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면 ‘기독교 신앙이라는 게 꼭 성서에 국한되어 있는 걸까?’ 등의 다양한 질문들을 같이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동환 : 엄혹한 한국 교회 속에서 정말 잘 생존하셨다는 칭찬과 응원을 드리고 싶고. 아, 네가 뭔데 칭찬한다고.. (웃음) 어쨌든 격려와 위로를 드리고 싶고. 큐앤에이 같은 단체들이 이제 시작하고, 물론 미약하지만 앞으로 최선을 다할 테니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버텨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분명히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근시일 내에 바뀔 거니까 우리 그날을 같이 바라보면서 화이팅하면 좋겠다. 

 

김유미 :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늘 긴가민가 하지만 한국 교회에서 이번에 조사를 했잖아요. 이미 높은 퍼센테이지가, ‘한국 사회에 예수님이 살아 오신다면 예수님이 어떻게 판단하셨을 것 같냐’ 는 질문에 ‘당연히 함께 사랑하자고 이야기했을 거다’라고 답한 기독교인들이 과반수 이상이었거든요. 인식들은 이미 많이 변하고 있고, 한국 교회의 기득권만 변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큐앤에이의 역할이 있다면 열심히 하려고요.

 

이드 : 혹시 방금 말씀해 주신 조사는 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김유미 :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한 조사예요.

비신자 63.7% "예수님이라면 동성애자를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할 것"…개신교인은 38.4% < 데이터로 보는 한국교회 < 연재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newsnjoy.or.kr)



2018년 1월 파인텍 투쟁현장에 기도회를 진행하는 이동환 목사 (사진출처: 뉴스앤조이)

 

남웅 : 과거 두분은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요구하는 싸움의 현장에서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하셨는데, 제생각에 그때의 투쟁과 지금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교회에 맞서는 운동은 어느 정도 방향이 비슷하면서도 방식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두 가지의 운동방향이 구분될지라도 

 

퀴어 기독교 운동으로서 노동 현장으로 다시 들어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하나는 ‘퀴리스찬’이라고 묶지만 그 안에 트랜스젠더가 있고, HIV 감염인이 있잖아요. 이들 중에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기 때문에 저는 그런 예배들을 따로 가져보면 어떨까? 이런 것들도 제안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동환 : 너무 좋은 제안이고, 사실은 저는 생각 못했던 부분이기는 한데 이런 부분에서 좀 저희가 도움받을 게 너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언이나. 말씀하신 대로 운동의 방향은 진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물론 근본의 신앙은 다르지 않은 것 같고요. 제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른다는 차원에서 이 운동과 저 운동이 다르지 않아요. 다만 이전까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현장에 가서 연대를 했다면, 지금의 운동은 제 현장에 제 운동이 되는 느낌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것 같고. 

또 한편에서는 운동과 더불어 목회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운동 단체지만 일정 부분의 목회나 목양, 사목이 들어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교회도 아닌 것이, 단체인 것도 같고 뭐 이렇게 약간 (웃음) 정체성이 섞인 듯한 느낌이 말씀하신 대로 있는 것 같고. 예배에 대한 부분도 잘 고민하고 논의해서 녹여보겠습니다. 



 

이드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까요? 

 

김유미 : 큐앤에이는 이제 막 시작한 단체니까 많은 응원과 관심이 많이 필요하고요. 곧 창립 총회가 있는데 거기에도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고. 일단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큐앤에이가 지금 당장 가 닿을 수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한테 큐앤에이 활동들이 닿아서 교회에서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한테 큐앤에이 활동들이 보여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고민하면 좋겠고요. 그 바람이 제 상황과도 멀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혼자 교회와 학교에서 했던 고민들과 크게 멀지 않은 것 같아서. 저는 제가 하는 운동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드 : 저도 똑같은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편한 공간을 찾다가 행성인까지 들어오게 됐고. 특히 저한테도 기독교인의 정체성이 있어서 이번에 인터뷰 요청드리면서 마음껏 질문을 드렸습니다. 좀 진행이 좀 서투른데도 이렇게 참여해 주시고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인터뷰를 종료 하려고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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