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우리 인보가 어느덧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제법 컸다고 부모의 행동을 많이 따라 합니다. 빗자루 질을 하면서 물건을 치우고, 아가 매트 위에서 걸레질도 합니다. 아빠에게 물건을 가져다 주라고 손에 쥐어주면 곧장 달려가기도 합니다. 자신이 못하면 엄마 아빠 손을 가져다 해달라고 합니다. 아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지요.
*건강차트와 예방접종
아기가 태어났으니 간호사 엄마의 육아간호가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신생아 시기인 첫 한달 간은 아기의 활력측정을 매일 체크하였습니다. 숨을 잘 쉬는지, 심장은 잘 뛰는지 그리고 열은 없는지, 몸무게는 어느 정도 늘었는지. 그리고 아가의 건강차트를 만들어 측정 결과를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생아기를 잘 넘기고 1세까지 월 단위로 체크하여 몸무게의 증가를 비교해보곤 했습니다. 다행히 아가는 아프지 않고 한 달 한 달 이렇게 무럭무럭 잘 커 나갔습니다. 너무도 고맙게도요.
영유아 건강의 첫걸음은 예방접종 맞히는 일입니다. 필리핀은 마을마다 보건소가 있고 무료로 예방접종을 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보건소에 가서 등록을 하고 접종카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결핵, B간염, 소아마비, 뇌수막염, 홍역, 이하선염, 풍진,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혔습니다. 무료접종에서 제외되는 A형 간염은 개인 의원에 가서 자비로 맞혀야 했습니다.
2세까지 아기가 맞아야 하는 백신은 등 정말 줄줄이 사탕 입니다. 이제 올해 12월까지 두번의 접종 만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보가 맞아온 백신이 아가의 몸에서 잘 기능하여 질병에 걸리지 않고 아동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기까지 건강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 입니다. 건강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건강의 연속성). 또한 인보는 여아이기 때문에 여성 건강도 중요하므로 청소년 시기가 되면 자궁암 예방접종도 필요하답니다.
*침대에서 콩(?)하고 낙하하다
신생아때부터 백일까지 밤 동안은 아기를 아가침대에서 재웠습니다. 혹시나 우리 부부가 잘 때 잠 뜻을 하다가 아기를 누르거나 이불이 아기를 얼굴을 덮어 질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 였습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부터는 저희 침대에서 함께 재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침대를 2개로 연결하여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벽이 없는 침대 면에서 각자의 몸을 뉘여 'ㄱ'자로 바리케이트삼아 자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저녁, 저와 남편 둘다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동안 눈깜짝할 사이에 아이가 침대 밑으로 쿵 떨어지는 사단이 났습니다. 아기는 너무 놀라 울기 시작했고 남편도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아이를 달래지 못해 제가 안고 달래야 했습니다. 잠시 후 아기는 이내 울음을 그쳤고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혹시나 ‘아기가 떨어질 때 머리부터 떨어져 뇌손상을 입지는 않았을까?’하는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밤 동안에 뇌손상의 징후들을 보이지 않아 가슴을 쓰려 내려야 했습니다. 아가야, 인간은 날개가 없어요, 떨어지면 아야해.
아기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이름조차도 무시무시한 영아돌연사 입니다. 영아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우선 아기가 잘 때 질식사를 피하기 위해 베개를 베게하지 않고 이불도 덮어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하루는 보행기를 타고 놀다가 밑으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행기의 높이가바닥에서 그리 높지 않아 다행이었지요. 아기가 점점 걷기 시작하면서는 그야말로 안전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만지고 아무거나 입안으로 집어 넣는 행동이 시작 되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깨질 수 있거나 아주 작아 입으로 삼킬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높이 높이 옮겨 놓아야 했습니다. 우리 집의 바닥은 타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물걸레로 청소를 하고 나면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조심해야하고 혹시 바닥에 흘린 물이 있으면 바로바로 닦아야 합니다.
*삐약이가 펭순이(?) 되다
삐약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팽순이가 되었습니다. 뛰뚱뛰뚱 걷다가 머리를 탁자 모서리에 쿵하고 찧기도 합니다. 걷다가 앞으로 엎어지는 건 다시 일어나면 되지만, 혹시라도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치면 큰일 입니다. 몇 주전, 우리 마을에서 쌍둥이 아기 둘이 욕실에 들어가 물통에 빠져 익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랬습니다. 우리집도 가끔 단수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물을 커다란 물통에 담아 놓곤 하는데 아기가 들어가서 사고가 날까 봐 욕실 문을 닫아 놓습니다.
아기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정말 아기를 눈에서 떼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부모가 늘 아기 주변의 환경에서 위험물을 제거하고 예방책을 세워 놓아야 합니다. 앞으로 아이가 커서 집 밖 울타리를 벗어나 친구들과 놀다가 다치는 사고나 학교를 오가는 길에 차 사고가 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루를 보내고 밤이 되면 저는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아기의 귀에 속삭여 줍니다. “우리 인보, 엄마 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코 잘자고 내일 또 만나요”라고. 우리 사랑하는 딸내미에게 게이커플 부모의 속삭임을 오래 오래 들려주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게이커플 두 아빠의 양육 분담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무더위가 끝나가고 선선해지는 가을에 행성인 벗들의 몸과 마음도 시원함과 넉넉함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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