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저고리에 아가 이름을 수놓다
2020년 결혼 5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마카오행 비행기를 예약하였습니다. 그러나 모국의 코로나 확진 뉴스를 보고 예약한 비행기를 모두 취소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모국 도착 후 곧 바로 대구로 내려가, 1년간 코로나 의료인 자원봉사 활동을 마치고 이듬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이종사촌 누나와 매형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인보의 할머니 할아버지 입니다. 누나의 큰며느리가 6번째 아이인 인보를 임신하여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누나와 매형이 평소에 저희 둘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다고 믿어주셔서 남편에게 입양을 제안하신 듯 합니다. 그렇게 입양이 결정되었고 여러 가지를 갑자기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입양을 결정 후 준비과정에서, 가장 먼저 ‘아기의 이름을 뭘로 하면 좋을까?’남편과 저는 작명에 나섰습니다. 저는 아기가 꿈과 희망을 품은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레인보우’생각했습니다. 찰스 아빠는 ‘신의 은총을 많이 받았으면’하고 ‘그레이스’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개의 이름을 함께 부르게 되었습니다.
작명 후, 배냇저고리에 이름 ‘Rainbow Grace’를 수 놓았습니다. 수를 놓으며, ‘어떤 녀석일까, 딸내미라서 참 좋네, 우리 아기가 이 옷을 입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느꼈으면…’이런 생각을 했드랬지요.
지금도 가끔 이 배냇저고리를 보면 흐믓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커서 아이가 이 옷을 입지 못하지만,이 다음에 삐약이에게 선물로 주려고 신주단지 모시듯 간직해 놓고 있습니다.
입양몽: 꿈보다 해몽이 좋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한 여인이 길을 걸어가다가 손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이를 지켜본 행인이 주워서 여인에게 “이거 떨어뜨렸네요” 하면 건네자, 그 여인은 “제 것이 아닌데요”라고 대답하며 손수건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행인은 저를 보고는 “이거 가지세요”하면서 저에게 목도리를 주시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참 신기한 꿈이네’.
보통 이성애자 부부들은 태아를 갖게 되면 태몽을 꾼다고 하지요. 자 이제 꿈을 꾸었으니 해몽을 해야겠습니다.
꿈속의 여인은 아기의 생모이고 손수건은 태어난 후 생모와 이별하고 우리에게 보내는 아기 였구나!. 그리고 제가 받은 목도리는 아하 삼신할매가 아기를 점지해 주시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아기를 내려 주셨구나! 이래서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나 봅니다.
입양 전, 밤마다 담배 한대 물고 깊은 상념에 빠졌고, 가끔은 약간의 불안과 초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부모 노릇은? 이것이 핵심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정은 이 한 문장 이었습니다. ‘앞으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결코 이 아이 탓을 하지 않겠다’. 이런 마음을 먹은 후, 불안감은 사라졌고 마음은 평온 해졌습니다.
게이와 레즈비언 부모의 입양을 세상은 삐뚤어지게 봅니다. 사실 저는 아이의 양육에서 엄마가 없어 아이가 불행해질 것이라는 지껄임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둘은 엄마도 되고 아빠도 되는 ‘레인보우 패밀리’ 이기 때문 입니다. 또한 두 아빠와 함께 하는 아이가 행복하고, 아이가 자긍심이 빵빵 하다면 그 어떤 ‘편견과 혐오도 뽜샤~’ 박살낼 가장 파워풀한 내공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 입니다.
인보야, 자긍심이 보약이니라, 엄마 아빠 사랑 듬뿍 먹고 자긍심과 함께 무럭무럭 커 나가렴, 사랑해! 우리 삐약이.
다음 편에서는, 출생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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