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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퀴어퍼레이드

[회원 에세이] 행성인 특파원 방콕은 지금- 페티쉬 그리고 방콕퀴퍼

by 행성인 2024. 6. 25.

Rubber Lee(행성인 HIV/AIDS인권팀)

 

 

 



2024년 5월 나는 지금 직장에 3년 근속으로 안식주 휴가를 받아 첫 해외 퀴퍼를 보기위해 방콕을 다녀왔다. 왜 하고 많은 외국퀴퍼중 방콕인가.

23년 6월 애인을 따라 우연히 방콕에 다녀온적이 있다. 때마침 퀴퍼직후 방문이라 곧곧에 무지개가 많이 있고 좋아하는 페티쉬 문화가 다양하고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걸 들은 터였다. 당시 커뮤니티 사람을 만나고 와서 24년도에 꼭 가야겠다 다짐을 하고 이날만을 보면서 준비했다. 

 

사정을 좀 더 이야기하면, X(트위터)에 만난 태국인 형을 알게 되어 오랫동안 SNS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어 사용은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익숙하다. 그가 서울에 오거나 내가 태국에 가서 만남을 갖는가 하면, 방콕에서는 커뮤니티 카페를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는 경험도 함께 했다. 그 계기로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왔고, 방콕 퀴어퍼레이드를 본격 참여하게 되었다.


이미 웹진에도 썼지만, 나는 러버(Rubber) 페티쉬를 가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 대만등에도 관련 활동가 커뮤니티가 있지만 태국은 좀더 조직적인 느낌이 컸다. 단적으로 물품을 파는 샵과 카페, 룸 대여 서비스까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모이는 행사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걸 보게 된다. 그 더운 방콕퀴퍼에서는 아예 그룹으로 모여 행진을 진행한다고 하니, 첫 해외 퀴퍼는 방콕을 가야겠다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던 터였다.

 


아스팔트도 뜨끈한 염천의 방콕 

몹시 더울 거라는 예상만큼이나 엄청 더웠다. 태국 페티쉬 커뮤니티에서 만난 현지인 형의 도움을 받아 행사장 근처 호텔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단체로 같은 옷을 입고 야외행사에 나가는 것도 그렇고, 그 행사를 준비한다고 호텔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준비하는 상황이 부럽고 또 긴장되었다.


준비가 끝나고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워에 통풍이 안되는 옷을 입고 나가니 더더욱 실감이 났다. 행사장에 입장하니 방콕 국립경기장 안에 있는 실내체육관으로 안내한다. 아니, 국립경기장 체육관을 열어주었다고?! 작년에는 밖에서 오래 대기했는데 너무 덥고 장기간 야외대기가 힘들다고 하여 올해는 국립경기장 안에 있는 체육관을 개방했다고 전한다.   

 

국립경기장 내 체육관에서 대기중인 참가자들


한국에서는 구립체육관 대관도 구청에서 거부하는 마당에 이곳은 국립경기장을 열어준다. 다시 한번 마음속 투쟁의 외침이 올라온다... 시원한 실내에서 대기하면서 아래를 보니 내가 있는 그룹 말고도 행진을 위한 다른 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같이 의자에 착석해서 기다리는데 다들 아는 사람들이 많은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다 용기도 언어도 부족해서 혼자 부끄럽게 있었다. 태국 말고도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폴, 중국 등지에서 참여한 인원이 많다고 이야기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풍경도 색다른 인상을 줬다. 

 

 

새로운 경험과 부러움


행진을 위해 다 같이 밖으로 나갔다. 도로위를 행진하며 곧장 느낀 인상이라면, 한국퀴퍼는 행진할 때 인도에 있는 시민들이 그저 구경하는 느낌이었다면 태국은 걸어가면서 악수하고 같이 사진도 찍으며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꿈 같은 상황이었다. 아직 한국에서 는 힘들 것 같은 BDSM, 페티쉬 커뮤니티에서도 저마다 각자의 특성과 개성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고 참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행진 중간중간 부스에서는 휴지와 야돔(야돔은 아로마테라피의 제품의 일종으로 강한 멘솔의 향이난다. 코로 흡입하면 시원한 느낌을 준다)을 나눠주는 것도 새로웠다. 

 

덥겠다...


사심으로 준비하고 시작한 2024년 태국 방콕 퀴퍼는 나에게 사심 넘어 오래간만에 소속감과 행복을 줬다. 그건 그동안 한국이나 참여했던 다른 퀴퍼에서 느낀 것과는 다른 감각이었다. 이전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로 퀴퍼에 참여했다. 혐오세력이 세를 과시하고 정치적으로 차별을 하는 상황에서 활동가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분노를 표출하는 자리였다. 그 분노를 이 날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던 자리였다.

 

앞으로도 열심히 투쟁과 페티쉬 문화를 좀 더 알차게 만들어 갈 수 있겠지? 

 

 
...태국은 2024.6.18. 동성결혼 법제화가 상원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