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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

[상임활동가의 연말 사정] 계엄 이후, 3주 간의 단상

by 행성인 2024. 12. 25.
2024년 연말을 맞아 '상임활동가의 사정'에 변화를 줬습니다. 12월 '상임활동가의 연말 사정'은 활동가들이 같은 지면에 메모처럼 남기는 기존 형식이 아닌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를 남깁니다. 조금 길게 전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연말의 정세와 활동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그리고 서로의 일상을 만나봅시다.

 

 

오소리 (행성인 상임활동가)

 

 

 

12월 3일 밤 계엄 선포가 있기 조금 전, 동료들과 술 한잔 하고자 집으로 초대하였고, 함께 먹을 떡볶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참 요리 중인데 남편과 단톡방을 통해 계엄 소식을 접했습니다. 무슨 헛소리냐며 콧방귀 뀌고는 만들던 떡볶이를 계속 만들었습니다. 이후 집에 도착한 동료들은 술잔을 부딪히면서도 정신없이 쏟아지는 계엄 관련 소식들을 팔로우하며 각각의 단체 소통 채널을 통해 분주히 손가락을 움직였습니다. 

 

그 때 저의 마음이 어땠는지 떠올려보면,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계엄 선포였고, 그렇기에 다음 날이면 당연히 계엄이 해제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술자리를 방해하는 윤석열에게 짜증났을 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아무렇지 않은 것과 별개로 남들은 그러지 않아보였죠. 주위에는 흥분하고 겁에 질려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단은 안심시키는게 우선이겠다 생각하였고, 다른 동료들과 상의하여 그 날 밤 바로, 계엄 이후 행성인 첫 단체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계엄은 어떻게 다가왔나요? 그 날 밤을 어떤 심정으로 보내셨나요? 

 

계엄 이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엄 해제 이후 이어진 탄핵 국면에서 행성인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여느 때보다 신규 회원이 늘었고, 송년회에도 역대급 인원이 참여 하였습니다. 다음달 예정된 의무교육에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신청하기도 하셨구요. 이번과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시국일수록 응집력이 커지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이 시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투쟁에 함께 하고자함도 있겠지만, 어지러운 마음을 기댈 곳을 찾아온 분들도 있겠죠. 어찌됐든 우리에겐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갈 커뮤니티가 필요한 것이겠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무엇이든 함께 잘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잘 해나갑시다. 

 

현재 저는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실무단에 결합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동행동 대화방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집회 준비나 무지개존 운영 등 실무를 나누는 대화는 당연하고, 그에 더해 각지에서 전해져오는 무용담(?)을 듣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누군가가 동료로서 성소수자를 호명하는 순간들, 무지개존을 운영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다양한 먹거리들과 핫팩을 통해 느끼는 따스한 손길들, SNS에 공유되는 각자가 현장에서 느낀 뭉클했던 감상들,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강력한 연대의 순간들. 하나하나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적인 이야기들입니다. 확실히 2016년의 광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이 변화와 감동의 순간들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동행동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 무용담들을 다른 분들에게도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올해 마지막 상임활동가의 사정이네요. 다들 따스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