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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노동

[활동 후기] 아침과 저녁에 다른 정책, 그로 인한 노동자의 고통

by 행성인 2026. 2. 19.

이평과(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

 

 

 

노동 현장에는 참 많은 부조리가 있습니다. 그런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나는 정책조차 결국에는 부조리에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노동자를 1년 이상 채용할 경우 퇴직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하죠.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1년에서 부족한 기간의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업장이 많습니다. 이러한 업장은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2월 4일, 수원에 있는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 다녀왔습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연대하는 [교원+사서] 자격 기간제교사 교원 경력 인정 투쟁을 위한 천막 농성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진: 이평과

 

2019년, 교육부는 학교도서관이 교육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 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내용 중에는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 등을 학교당 1명 이상 배치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중앙 정부에서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면 지역교육청은 관련 정책을 직접 추진합니다. 같은 해,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경기도교육청 학교도서관 운영 및 독서교육 진흥 조례를 공포했습니다. 해당 조례 제9조 1항에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 등을 배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 지역에는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가 전체 학교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육부의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 따르기 위해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 등을 배치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했습니다.

 

중요하게 짚어야 하는 점은 사서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 수가 전국에 있는 학교도서관 수보다 적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사서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모두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된다 할지라도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가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에서 도입한 정책이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사서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서 자격증과 사서 외 교사 자격증을 함께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이런 정책을 통해 사서교사로 채용한 노동자들을 다른 기간제 교사와 같이 호봉제에 따라 1년간 근무하면 다음 호봉으로 근로 계약을 체결해 왔습니다.

 

사진 출처: 교육희망, 강성란 기자

 

일반적으로 교사는 자기 자격과 다른 상황에서 근무하는 경우 경력을 100% 인정하지 않고 일부만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중등 자격 소지 교사는 1년 간 근무해도 1년의 70%만 인정 받아 1년이 지나도 1년에 해당하는 호봉이 오르지 않습니다. 반면에 교원+사서 교사는 1년이 지나면 다음 호봉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이를 지적하며 제도와 제도 사이의 빈 지점을 보완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교육청은 다르게 해석했는지 감사원에서는 요구하지도 않은 경력을 삭감하고 급여를 환수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비슷한 정책을 도입한 여타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결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구교육청은 교원+사서 교원의 경력을 온전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 [교원+사서] 교원 경력 인정 투쟁은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소개가 너무 늦었습니다. 저는 교원 확충이 쉽지 않은 다른 교과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제가 가진 자격에 해당하는 교과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교사입니다. 선생님들의 투쟁을 보며 교편을 잡고 있는 저의 투쟁으로도 느꼈습니다.

 

동료 노동자들의 투쟁이 제 투쟁이 되자 저는 더 많은 이들이 연대할 수 있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행성인 노동권팀에 투쟁을 알렸습니다. 노동권팀 동지들은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1월 19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노동권팀에서는 십시일반하여 농성에 연대 기금을 보태고 농성장에 전달했습니다. 마음이 담긴 기금을 전달하러 갔지만, 동시에 연대감도 채우고 왔습니다. (참고로 농성은 2월 4일까지 진행됐으며 아직 천막은 그대로 있다고 합니다.)

 

사진: 이평과

 

 

농성장 인근에 또 다른 농성 천막들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 임금구조 개선, 차별 철폐, 노동환경 법제화 등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임금구조 개선, 차별 철폐, 안전한 노동환경 구축 등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천막들을 보면서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서 노동에 관한 내용을 수업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노동자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구축할 의무를 갖는다는 내용을 교과서를 교재 삼아 수업했습니다. 우스웠습니다. 노동권을 보호해야 하는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교육 구조에 관여하는 기관을 상대로 이런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우스운 마음이 들고 나니 슬프고 안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연대하는 동지들이 있으니 우리는 분명 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또는 투쟁장에서 연대할테니 우리는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