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사건, 과연 ‘10대 동성애’가 문제인가?

지난 2월22일 우리는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인터넷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동성애자 모임을 탈퇴했다는 이유로 10대 동성애자 12명이 한명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가했다는 사건을 접했다. 특히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기 쉬운 10대 청소년 동성애자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성정체성을 떠나 인간의 존엄을 파괴할 수 있는 그 어떤 폭력도 용납될 수 없고 존재해선 안 된다. 하지만 보도기사 대부분이 폭력이 발생한 원인을 진지하게 고찰하기보다 자극적인 현상에만 집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마치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음지의 인터넷 클럽에 모이고 있고 정모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집단적인 성관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폭력도 문제지만 10대 동성애도 문제다’라는 식의 접근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대부분의 10대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또래동료나 가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또래동료들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과 혐오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고 가출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성정체성은 그 자체로 존중받기보다 죄악시되고 있고 일탈로서 취급되며 다시 이성애자로 되돌아와야 하는 것쯤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들이 선택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터넷 공간 내 존재하고 있는 모임에서 상담을 하고 친구를 만들며 정보를 얻는 것 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 피해 청소년들 모두 인터넷 모임 그 자체는 그들의 삶에 있어 매우 소중했을 것이다. 특히 가족과 학교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면 인터넷 모임과 또래 동료에 대한 애정은 더 컸을 수 있다. 폭력과 가혹행위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폭력의 원인을 10대 동성애에서 찾을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단 한번도 10대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인권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언론은 10대 동성애자들의 일탈을 집중 부각시키고,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동성애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하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언론의 일방적인 질타와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두렵기만 하다.

특히 보수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자들을 향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동성애 혐오와 폭력에는 침묵하고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자극적인 사건을 부각시켜 10대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삶을 더욱 옥죄려고 하는 위선에 더 실망스러움을 느낀다. 어쩌면 단순하게 취급되었을지도 모르는 ‘학생 간 벌어졌던 폭력 사건’이 가해, 피해학생이 모두 동성애자고 사회에서 규정한 학생신분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로서 탈바꿈될 수 있다는 지금의 상황이 씁쓸하기만 하다.

2월24일자에 실린 중앙일보 <분수대>에서 김남중 논설위원은 ‘10대 간 동성애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라며 방치한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바탕에 깔려있는 상황에선 아무리 어른 탓을 하더라도 그들이 걱정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통제와 감시의 방식은 ‘학생들 간의 폭력’은 재생산될 수밖에 없고 ‘10대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인권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 10대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일탈쯤으로 치부하고 동성애를 비방하는 데 악용할 것이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기준으로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는 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욜_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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