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긍심팀 은찬
어느새 몸을 움추리게 만들었던 꽃샘추위도 가고, 한결 봄냄새가 납니다. 봄이 온다는 뜻은 제가 조금 더 분주해져야한다는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늘 새해를 시작하고 맞는 큰 행사로 바로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캠페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제가 캠페인 관련해서 글을 쓰게 되었지만, 왠지 부담감이 덜 듭니다. 작년에는 글도 급하게 써야했고 무엇을 했고 무엇이 남았는가 하는 ‘보고’ 형식의 마음이 담기지 않는 글을 썼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웹진 글을 뒤져보니 작년이 세 번째더라고요. 아, 진짜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 라고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처음 기획했을 때, 그리고 두 번째. 그리고 작년. 매년 새롭고 조금씩 달라지고 캠페인은 점점 ‘변화’ 하고 있습니다.
작년 청소년 성소수자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써 준 지지 메시지
우리는 언제 추모제를 캠페인으로 변화시켰을까요? 우리는 무엇때문에 캠페인을 하는 것일까요?
늘 이맘때쯤이면 동인련 식구들은 고 육우당과 고 오세인 추모제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아직도 쌀쌀한 바람이 부는 길거리에서 조용히 촛불을 켜 그 들을 기렸습니다. 저는 마지막 추모제에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동인련에 식구들이 많아졌습니다. 청소년 식구들이죠. 그들을 보면,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길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길거리입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두운 저녁이 아닌 밝은 대낮이었고, 한적한 보신각 앞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원 앞 대로변이 처음이었습니다. 기존 청소년 식구들 뿐만 아니라, 많은 청소년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한없이 밝은 얼굴을 하고 시민들과 마주하였습니다. 따뜻한 시민들만 본 건 아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준 여러 시민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자긍심’과 ‘변화’ 그리고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봄꽃 캠페인은 고 육우당과 고 오세인의 추모제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동안 추모만 한다면 ‘변화’는 없을 것 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추모와 ‘함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청소년 자긍심팀의 ‘자긍심’과 ‘가능성’ 입니다.
작년 겨울에는 학생인권조례로 서울시가 시끄러웠습니다. 많은 동인련 식구들이 학생인권조례 활동에 발맞춰 활동을 했고, 농성도 함께 하였습니다.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목이 탔습니다. 작년 캠페인에서도 부스에서 시민들에게 열심히 뛰어가 서명을 받던 이들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손이 다 트고 시민들에게 심한 언행을 들으면서. 마음과 몸이 모두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 들은 학생인권조례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는 멋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시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었습니다.
아직도 우파나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태클을 걸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세워진 청소년들의 ‘자긍심’은 쉽게 꺽이지 않습니다.
올해 캠페인은 어떨까요?
3년째 하고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또 작년처럼 인기가 많은 캠페인이 될지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청소년 자긍심팀은 활기찬 분위기로 봄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 따뜻한 캠페인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도 고 육우당과 고 오세인을 생각하며 열심히 으쌰으쌰 준비해야겠지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지만 고 육우당과 고 오세인을 생각하면 편하게 알고 지낸 친구같습니다.
캠페인에 놀러오세요.
함께 무지개 봄꽃을 피워주세요.
캠페인 일정 4월 22일 3시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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