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리(동성애자인권연대 교육팀)
청소년 인권 문제는 사회에 너무나 만연한 ‘미성숙하다’는 편견 그리고 학교나 가정 등의 제도적 장치들로 인해 가장 첨예한 토론거리가 되곤 한다. 운동사회 내에서도 청소년 인권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청소년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많고,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들이 ‘어른보다는 미성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도 청소년과 비청소년 간의 갈등이 있어왔고, 성소수자 속의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여 성소수자 내에서 다양한 소수자와 소수성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인 <우리지금만나>의 첫 프로그램으로써, ‘청소년’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로 결정했다. 또한 누군가가 가르치고 누군가는 듣는 형식이 아니라, 자유롭고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
<우리지금만나> 첫 시간인 만큼 준비하는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긴 회의가 필요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교육팀은 아니지만, ‘십대 섹슈얼리티 인권모임’의 활동가도 함께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는데, 청소년 인권이라는 주제를 많은 사람들이 ‘예민’하게 느끼는 만큼 서로 상처 주는 감정싸움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모두가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누구나 소수자가 되고 동시에 소수자를 억압하는 위치에 서기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고 청소년 인권에 관해 정확하고, 편견 없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청소년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이 거쳐 온 시기다 보니 누구나 이야기할 거리가 있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청소년 때는……’ 식으로 쉽게 문제를 단정 짓곤 하기에 조심스러우면서도 핵심을 피하지 않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그래서 전반부의 1시간 가량 자기소개와 함께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각자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이 듣기 싫다고 한 말을 내가 한 적이 있는지를 나누었다. 그 뒤에는 청소년과 관련한 세 주제로 모둠을 나눠 토의 한 후 마인드맵을 그렸다.
세 주제는 각각 ‘청소년과 능력(경험)’, ‘청소년의 선택권’, ‘청소년의 성’이었다. ‘청소년과 능력’ 모둠에서는 ‘경험이 없어서 능력이 없다고 흔히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어른이 되면 능력이 생기는가?’ ‘청소년이 경제적 능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실현할 기회가 적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청소년의 선택권’ 모둠에서는 ‘청소년이 술, 담배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탈선이고 청소년을 너무 풀어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를 제한하는 것’ ‘청소년에게 후회할 기회를 달라’ ‘흔히 권리는 의무가 있어야 하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하는데, 이에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표를 했고, ‘청소년의 성’ 모둠에서는 ‘청소년은 공부 말고는 아무 것도 못하게 하고, 연애도 금기시된다’ ‘여성가족부에서 멀티방을 19세 미만 출입금지로 만든 것이 생각난다’ ‘미성년과 성년의 연애가 금기시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도 청소년에 대해서 편견을 가진 비청소년 회원이 많고, 성소수자 운동 안에서 청소년과 관련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이번 <우리지금만나>를 통해 성소수자 단체에서 청소년의 인권을 이야기했다는 것이 뜻깊었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이 아닐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연대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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