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소년성소수자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부쳐 - 학생인권조례가 살아있는 권리가 되기 위해서

by 행성인 2012. 12. 3.

오김(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 활동가)


201*년 신문기사


201* 3월 

호모포비아 없는 학교프로그램 수립을 위한 전국회의 개최

교육과학기술부 지원

교과부 관련 전문가, 교육전문가, 인권전문가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학교 내 동성애 혐오 상황에 대해 질적 조사를 실시고하고 학생과 교사 대상 동성애혐오관련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을 주요활동으로 한다.


201* 4월

올해 4월부터 교과부의 학교폭력대응팀은 학교폭력관련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따라 동성애혐오적 괴롭힘 금지에 관한 학교지침을 준비하고 있고 학교를 감사하는 교육청 내 기구들은 레지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섹슈얼 학생들에 대한 동성애혐오적 괴롭힘과 이들의 안전을 감사내용에 포함하기로 하였다.


201* 9월

트렌스젠더 학생에 관한 구체적 권리, 다양한 교육지침에 명시해…...


트렌스젠더 학생의 권리


학생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부합하는 이름과 대명사로 불릴 권리가 있으며 성별정체성에 맞게 복장을 갖출 권리가 있다.

또한 학교는 성별정체성에 따라 화장실과 탈의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학교는 성중립적 화장실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학교 기록 또한 법적 요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학생이 선호하는 이름과 성별을 사용해야 한다. 트랜스젠더 학생을 포함한 누구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가지며 여기에는 자신이 트렌스젠더인 사실이 학교에서 알려지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


(위의 내용은 실재로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다양성을 위한 LGBT 교육정책을 신문기사로 재구성하였음을 밝힙니다.)


다가올 구체적인 미래를 그리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설득의 정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소 개인적인 평으로는 지금의 참혹함과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최악을 피하기 위해라는 수사가 주로 붙는 대통령 선거는 조금은 서글프고 때론 허무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서글픔을 달랠 수 있는 달달한 이야기를 하고자 위의 예를 허무맹랑하게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 위의 기사들이 앞으로 실현가능한 범위 내에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2011년  2012년  두 해의 12월 19일 


12월 19일은 무슨 날일까요? 아마 대부분 이날을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2011년 바로 작년이죠, 그해 12월은 유독 날씨가 매서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에이는 날씨 속에서 몇날 며칠을 서울시의회를 점거하며 서울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성적지향, 임신및 출산 차별금지 조항 삭제 없는!!!)를 위해 성소수자들이 모여 농성을 하고 결국 원안통과를 이루어낸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딱 1년 후 우리는 또다시 정치의 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2012년 12월 19일은 바로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하지만 서울에 주민등록주소를 두고 계신 분들은 아마 두 개의 투표용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투표용지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의 정치적권리 '내놔라 운동본부' 가 아른거리네요. ㅠㅠ) 바로 서울시교육감 선거투표용지도 말이죠. 2012년 12월 19일은 바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일입니다. 

그냥 어련히 진보교육감 이름 석자 귀동냥으로 듣고 투표함으로 달려가야 할까요? 그러면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는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요?


학생인권조례가 위로가 아닌 살아있는 권리가 되기 위해서...


정말 차별받는 주체들은 역사적으로 적극적 권리를 주장하기 전까지는 가시화되지 않고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성소수자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문구로 조금의 위안을 얻었을지 몰라도 학교내 차별은 여전히 공고하게 존재합니다. 그 단적인 예로 성소수자 학생 차별반대를 위한 무지개행동 이반스쿨에서 실시한 실태조사(미발표. 설문조사 결과는 추후 2012년 12월에 공개예정) 결과가 잘 말해줍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나 학교에서 일상적인 동성애혐오발언과 괴롭힘이 여전히 이루어지며 이러한 비상식적인 공간에서 학생들은 맘편히 상담할 사람조차 갖지 못합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차별적 현실의 성소수자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교육청에 한 번도 민원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서울시교육청에 성소수자 학생 관련 상담은 단 한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라는 문구를 넘어 우리의 목표는 교육에서의 적극적인 차별시정조치, 그리고 광범위한 LGBT 권리에 대한 교육과 교과과정의 전면적인 재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여전히 우리의 뜨거운 화두이자 관심사여야 하며, 교육감 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시기 보수언론은 끊임없이 총선이후 위기에 몰려 한 명만 꺾어보자라는 집념으로 똘똘뭉쳐 진보교육감 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해 왔습니다. 그 속에서 학생인권조례는 미운오리라고 불리며 진보쪽에서는 굳이 내세우지 않는 정책이었고 보수는 학생인권 말만 들어도 미친개처럼 물어뜯는 경우가 허다했죠. 


진보교육감 후보의 자격-성소수자 인권의 잣대로 가늠하다


그런데 얼마전 진보교육감 후보를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별'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진보교육감 후보를 뽑는 경선의 과정에서 한 후보측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교계(교회측)의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라는 발언을 하였는데000 그 말인즉슨 '성적지향' 에 대한 삭제로 읽혀졌다는 것입니다.(물론 그 후보는 이후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적극 해명한 바가 있습니다.) 그 후보는 당시 꽤나 경쟁력 있는 후보로 여겨졌는데 후문에 따르면 이 발언 이후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성소수자들의 비판 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던 다양한 교육계 인사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교육감 선거에 임하는 모든 진보진영 후보들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면 진보교육감 후보로 명함조차 못 내민다라는 교훈을 경험하게 됩니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집단적인 경험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성소수자 진영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투표를 넘어선 적극적 지지활동을 벌여나가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교육감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자,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티를 팍팍 내는' 지지활동을 제안합니다. 

나의 한표는 그냥 한표일 뿐입니다. 아무도 성소수자가 진보교육감을 적극 지지하였고 인권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에 함께하였다라는 것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이 있다지만 우리가 온통 자선사업가이고 누구를 돕고자 투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지역의 교육감의 당선배경에는 학교비정규직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도움을 주었으며 당선이 되자마자 바로 학교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였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지금 해나가기엔 무리가 있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1996년 Mark Hertzog 가 쓴 책 <The Lavender Vote: Lesbians, Gay Men, Biesexuals in American Electoral Politics>에서 제시한 가설에 따르면 LGBT 유권자들은 유권자 중 중요한 소집단을 대표하며 자신들을 다른 유권자와 구분하는 특성이 있으며 성적 지향은 투표 행위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가치를 공공연하게 표명하며 집단화하는 것은 성소수자 유권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권리의 행사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권자로서의 결집은 결코 어떤 정치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고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를 선언하는 시대를 넘어 우리는 우리의 후보를 당선시키고 좀 더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선된 후보가 반드시 성소수자 지지자들을 부담스럽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요구는 늘 이전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2012년 교육감 선거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그럴때만이 처음 언급하였던 기사는 가상이 아닌 현실로 한발짝 다가올 것입니다.  


*덧붙여서

1. 먼저 교육감 후보가 누가누가 나왔나 찾아봐 주세요.

2. 그들의 공약을 비교해주세요.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입장은 특별히 꼼곰히 비교해 주세요.

3. 지지후보 한명을 반드시 선택해 주세요. 

4. 본인이 혹은 단체가 이 후보를 지지함을 그리고 지지 이유가 성소수자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서임을 반드시 밝혀주세요.

5. 본인이 가진 모든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주변사람들에게 그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세요.


이 모든 활동을 한큐에 할 수 있는 간단 레시피가 있습니다.


1. 주변의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에게 물어본다. 


그럼 우리 관계 중에서도 최상의 관계라는 "동지"가 되어 12월 19일 교육감 선거 끝나고 벙개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