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 (청소년 성소수자 또래상담가 양성교육 참가자)



한 달에 서너 번 문득문득 생각나는 동인련. 여느 때처럼 동인련 홈페이지에서 공지사항을 읽으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왼쪽 하단에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또래상담과 인권교육을 시작합니다!’라는 하늘색 위젯이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 또래상담과 인권에 관심이 많아서 위젯을 클릭했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참가 신청서를 다운로드했다. ‘지금 고3인데 공부는 안하고’, ‘아빠한테 걸리면 어쩌려고’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집중을 못했고, 고민고민 하면서 ‘내가 미쳤구나’하는 마음으로 헤헤거리며 참가신청서 양식을 채우고 있는 내 모습. 이게 어쩌면 내 삶의 큰 변환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전 왠지 모를 긴장감에 두 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홍대로 향했다. 교육장에 들어와 보니 두 분 밖에 안 계셨다. 다른 분들께서 한분 한분 오시기 시작하시고 욜쌤(저는 쌤이란 호칭이 더 편 한 것 같네요)이 오는 길을 헤매는 하시는 분들을 찾으러 자리를 비우실 때마다 어색한 기운이 교실 안을 꽉 채웠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중간에 전화하는 척 하면서 두 세 번은 나간 것 같다. 자리가 다 찼을 무렵 욜쌤께서 자기소개를 해 보자고 제안하셨고,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다. 그 사이 첫 수업의 선생님께서 교육장에 도착하셨다.


첫 수업은 별의별 상담연구소의 라이더 선생님께서 시작하셨다. 성소수자 상담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었다. 사실 수업을 하기 전에 ‘내가 전에 배운 내용들 위주겠지’ 라는 자만을 떨었는데, ‘아직 나는 배워야 할 것이 많구나’하는 반성을 하며 감동했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또래상담이란 ‘함께 모르는 상황에서 찾아가는 과정’이란 것이다. 이 부분은 전문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에서도 중요하지만 특히 또래상담에서 더 중요하고, 잘 될 경우 더 큰 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하셨다. 두 번째로 내담자의 감정을 발견하려고 하는 것이 상담이 아니고, 감정을 찾는 과정 모두가 하나의 상담이라는 점이다. 상담자가 직접 내담자의 경험으로 들어갔다가 ‘아, 이런 기분 이었구나’ 하고 나와서 내담자와 이야기 하는 모든 과정이 내담자를 위로 할 수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듣고 싶었다. 수업 중에 상대방의 이야기 들어주기 실습이 있었는데, 이때 사과누나랑 친해진 것도 좋았다.


희망댓글 상담워크숍 시간. 상담사례에 직접 모범답안을 작성해보면서 내담자 고민의 핵심을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답변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두 번째 수업은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이신 이승현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나는 이전부터 스스로가 성소수자 이면서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안 좋은 생각들이 있었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서 많이 반성하고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트랜스젠더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많이 반성했다. 차별 받는 건 싫어하면서도 지금까지 나 스스로 차별을 해왔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아보고, 내 인식을 많이 변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다양한 성 정체성들에 대한 수업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LGBTAIQ외에도 팬젠더, 안드로진 같은 처음 듣는 성 정체성들도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이나 남의 성 정체성을 결정짓기 보다는 이러한 정체성들이 생긴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마지막은 정말 듣고 싶었던 ‘커밍아웃,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에 대한 수업이었다. 사실 이 수업은 또래상담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내 불안한 미래에 대한 도움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더 우선이었다.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모두의 경험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좋았던 부분은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하기’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대부분 커밍아웃을 대비해서 밑밥(?)을 깔고 있었다. 여기서 밑밥이란 예를 들어서 TV에 괜찮게 생긴 동성 연예인이 나오면 멋있지 않냐, 예쁘지 않냐 면서 호감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듣는 순간에는 웃어 넘겼지만, 참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커밍아웃을 하는 당사자보다 커밍아웃을 아무 대비 없이 듣는 부모님들이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해왔다. 이 힘든 감정을 조금이나마 완화 시키려면 이 밑밥작전도 하나의 큰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고, 경험을 공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첫날 수업이 끝나고 수업을 함께 들었던 분들과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래상담수업 외에 청자팀과 같은 동인련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홍익 대학교에 입학해서 심심할 때마다 사무실에 가서 선생님들을 귀찮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마지막 날 쫑파티 때에는 완전 동안(?) 이경쌤, 욜쌤과 수다도 떨어서 너무 재미있었고, 집에 가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나도 성소수자 인권에 크게 한몫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쉬웠고, 즐거웠다!


  1. 모리
    2013.03.14 23:26 [Edit/Del] [Reply]
    이제 '쌤'으로 불리는 이경과 욜ㅋㅋ
  2. 상연
    2013.03.16 01:06 [Edit/Del] [Reply]
    흐... 부끄부끄,,,ㅠㅠ 쌤들 Q레파스 할때 뵈용~
  3. range
    2013.05.07 19:49 [Edit/Del] [Reply]
    저..제가 동인련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또래상담신청하기엔 늦었지요?ㅠㅠ
    그럼 혹시 내년에도 모집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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