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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故육우당 10주기 기념 사업을 준비하며 - 2013년 故육우당 10주기가 갖는 의미, 그리고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활동

by 행성인 2013. 3. 13.

정욜, 상근 (동성애자인권연대) 



1. 육우당

 

육우당은 동인련 청소년 회원으로 2003년 4월25일 사무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에도 남길 만큼 마지막 3개월은 동인련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차별이라고 삭제권고를 내렸지만 한기총은 '국가가 앞장서 동성애 확산을 조장 하냐'며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이즈음 육우당은 우리를 떠났고 유서에 기독교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그의 죽음을 100% 교계의 책임으로 넘길 수는 없겠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온전히 살아야만 했던 그는 분명 열악하고 비참했던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후 매년 4월이면 육우당 추모의 밤 또는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 피우다’ 거리 캠페인을 개최했다. 일종의 약속이었다. 그의 유서, 시조, 추모의 글을 모아 추모집을 발간하기도 했고 <청소년자긍심팀>이 구성된 2009년부터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3년, 육우당 10주기를 맞이한다. 성정체성 때문에 자살하거나 곤란을 겪었던 사람이 비단 육우당 뿐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많은 성소수자들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끊었다. ‘죽기 전에 동성애자가 쓴 글이래요’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어떤 청소년 동성애자의 출처 없는 유언은 1,000번 넘게 리트윗 될 정도로 사람들을 자극했다. ‘죽음’이 사람들에게 강력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이 죽음으로 내몰리기 쉽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육우당 10주기의 의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소극적인 ‘드러내기’가 아닌 보다 큰 ‘말하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보수 종교계가 사사건건 사건을 터트리는 것처럼 반 성소수자 진영에 우리도 직접 이야기를 던질 필요가 있다.

 


2. 학생인권조례

 

지난 10년 동안 무엇이 변했는지 되돌아보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시작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가시화도 눈에 띄고 이들 중 일부는 청소년 인권운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학생인권조례를 계기로 교육운동에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교육 이슈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수많은 조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이 조례로 대표되는 상징성 중 하나가 바로 진보-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줄다리기 정치현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성적지향은 최대쟁점 중 하나다. 서울시 교육청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은 ‘성적지향’ 삭제를 필두로 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는 학생인권위원회 등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 교육감은 후보시절부터 줄곧 학생인권조례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최근에는 학생인권조례담당 국장과 과장을 전격 교체하며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연말까지 조례 수정안을 만들어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참세상, 2013.1.24).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겠다는 의도는 쉽게 관철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의회 의원 70%가 넘는 수가 민주통합당 소속이고 교육위원회 소속 최홍이 교육위원장, 김형태 의원 등은 학생인권조례 가운데 성적지향을 삭제하겠다는 문 교육감 발언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진보적인 교육운동도 지금은 주춤하지만 ‘인권친화적 학교’ 교육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여전히 건재하고 문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흔들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2013년, 서울시교육청과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유명무실한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전북학생인권조례처럼 지역에선 보수교계와의 일종의 타협점처럼 성적지향만 빼고 조례안을 확정하거나 통과시킬 가능성도 많다.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한 운동은 굉장히 중요하다. 보수교계와의 갈등이 첨예하게 형성되어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이들이 끊임없이 학생인권조례를 흠집 내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은 보수교계의 압력으로 3월 학교인권조례 입법예고를 앞둔 시점에 성소수자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안내용을 삭제하였다. 조례를 지키기 위한 운동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운동이자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논리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교육청의 변화무쌍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즉각적인 대응도 필요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외에도 2014년 6월 지자체(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민주통합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청소년 성소수자 관련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메일을 보내 청소년 성소수자들과의 만남을 기획할 수도 있고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필요도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서울시의회 최홍이 교육위원장은 곽노현 진보교육감 선출 당시 청소년 성소수자 이슈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었고 그 당시에 동인련 회원 3명은 최홍이 후보에게 투표를 하기도 했다.

 


3. 동인련,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을 고민하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계기로 십대 섹슈얼리티 인권모임,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과 같이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증진에 초점을 맞춘 활동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꽤 많은 동인련 회원들이 <청소년자긍심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소년 인권활동에 결합해있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성장과도 연결되며 청소년 인권운동과 교육운동에 ‘성’이라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자긍심팀>은 2009년부터 ‘무지개학교 놀토반’처럼 ‘자긍심’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지속해오다 2011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계기로 활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직접 농성장을 찾진 못하더라도 청소년 성소수자 입장발표 등 대다수가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청소년 운동과의 교류, 금기에 도전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의 필요성이 조금씩 제기되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내부에서 역량을 높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다.



4. 육우당 10주기 사업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故 육우당 10주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과 무관심을 멈추기 위한 추모 행동이 필요하다.

 

동인련은 4월22일(월)부터 4월28일(일)까지를 ‘故 육우당 10주기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4월 22일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4월 25일 추모예배, 4월 27일 대한문 앞 거리 캠페인과 추모문화제, 4월 28일 인천납골당 방문을 끝으로 추모주간 행사를 마무리한다.

 

추모주간 동안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요구가 담긴 내용을 모아 시도 교육청에 전달하고, 온라인 행동과 함께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25일 추모 예배(미사)는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차세기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단체에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이 자리는 육우당을 포함해 좁은 종교관에 고통 받은 모든 성소수자를 위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육우당 문학상(시조, 시, 소설, 수필)'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문학의 형태로 담아보고, 거리 캠페인과 대규모 추모 문화제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연대메시지를 받고, 천주교인권위원회, 지금여기, 향린교회 등과의 연대로 종교계의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조직하며, 여러 성소수자 단체들과 함께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증진의 필요성을 공동으로 제기하고 발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모든 일들을 위해 추모위원 “봄꽃” 500명을 모집한다. 성소수자 단체 뿐만이 아닌 시민사회진영 공동의 실천으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