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나와 HIV/AIDS의 첫 만남은 2009년 겨울,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를 위한 워크샵에서였다. 메디피스(MEDIPEACE)라는 보건의료 NGO에서 주최된 이 행사는 에이즈 관련 외국 단체와 공동으로 주관하여, 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워크샵과 안전한 섹스를 위한 콘돔 나눠주기 등의 캠페인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나는 같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와 AIDS(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에서 보건학과 사회학을 공부하는 나는 그 후로 사회적 질병으로서 에이즈를 인식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에이즈를 바라보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약 3년 뒤인 2012년 6월, 우연한 기회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HIV/AIDS 프로젝트에 자원봉사 겸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15살 소년 오벵을 만났다. 그는 에이즈 환자인 어머니로부터 태아 상태에서 감염되는 모자간 수직감염에 의해서 에이즈에 걸린 경우였다. 한국 나이로 치면 중학생 정도였지만 언뜻 보기에도 그는 7-8살 정도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고, 깡 마른 상태였다. 병원에서 일하는 두 달 동안 그에게 찾아온 가족은 없었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과 자원봉사자 겸 인턴으로 근무하던 나를 비롯한 외국인 친구들이 그의 말벗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며칠 전만 해도 함께 노래를 듣고 웃고 했었는데, 주말 동안 그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병원의 마스코트였던 그가 없어도 병동은 이전과 같이 돌아갔고, 단지 침대에 그만 없었다.  
 
그를 마음에 담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HIV/AIDS 인권운동이 아프리카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와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HIV/AIDS 인권팀에 가입하고 한국의 상황을 보려 했다. 그러던 참에 동인련 HIV/AIDS 인권팀에서 진행하는 <살롱 드 에이즈>에 참가하게 되었다.
 
첫 번째 살롱 Photo Voice “에이즈는 OO다”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준비한 에이즈 관련 사진을 가지고 우리가 에이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보았고, 두 번째 살롱 나는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입니다에서는 감염인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 ‘경계를 넘어’를 함께 보고, 에이즈 감염인이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과 관련된 여러 사례들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지로 알아보는 동성애자 에이즈 역사라는 타이틀의 세 번째 살롱에서는 게이들의 돌림병으로 취급되었던 에이즈를 사회는 어떻게 그려왔고, 에이즈 운동에서는 이미지를 또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그 변화과정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네 번째 살롱, Zoom in HIV/AIDS에서는 1980년대부터 2013년 현재까지 한국의 언론이 에이즈에 대해서 보도한 기사를 통해서 에이즈 정책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알아보았고, 다섯 번째로 에이즈.aiv에서는 국내외 에이즈 캠페인 영상들을 통해서 에이즈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국내 에이즈 캠페인 영상을 평가했다. 마지막으로는 90년대 초 미국 게이 커뮤니티 속 에이즈 감염인들의 삶과 그들의 죽음에 대해 다룬 영화, ‘이별파티(It’s My Party)’를 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살롱 드 에이즈>를 통해 배운 많은 것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에이즈라는 질병이 단순히 의학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질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이 병이 완치되기 어려운 병이라는 것이라는 의학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 병에 걸렸을 때 가족 또는 친구들로부터 버림받을 것과 사회에서부터 배제되어서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프리카처럼 약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에이즈 감염인의 목숨을 가지고 이윤을 챙기려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는,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에이즈 감염인이 겪는 어려움은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요인을 파악하고 이로 인한 말도 안 되는 편견, 차별 그리고 낙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에이즈 담론은 우리 사회 속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한 인식 개선과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덕분에 에이즈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지금도 더디기는 하지만, 운동은 진행 중이다. <살롱 드 에이즈> 프로그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모리
    2013.09.08 22:08 [Edit/Del] [Reply]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는 정말 나빠요. 똥덩어리 같은 것들.
  2. 망치
    2013.09.10 02:14 [Edit/Del] [Reply]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는 늘 감시하고, 또 시민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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