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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종교

미국 그리스도의 연합교회, 멈추지 않고 진보하는 교회

by 행성인 2013. 11. 7.


홍신해만



미국 그리스도의 연합교회(United Church of Christ)는 보통 줄여서 UCC라 불립니다. 미국에서는 진보적 성향과 활발한 사회참여로 유명한 교단입니다. UCC는 1957년 복음주의 개혁교회와 회중교회가 연합하여 오늘의 모습을 띠게 되었습니다.



미국 그리스도의 연합교회(UCC) 로고


UCC 교단은 LGBTQ에 관한 이슈에 있어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3년 지금까지도 여러 교단에서 동성애자 목사안수가 논의 중인 가운데, UCC 교단은 이미 1972년에 최초의 동성애자 목사를 배출했습니다. 또한 1985년 정기 총회 이후로는 ONA(Open and Affirming)이라고 해서 LGBTQ를 교회에 환대하고, 사회적으로는 제도적 문화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무지개 깃발을 걸어 놓은 교회들도 있고, 꼭 무지개 깃발이 걸려있지 않더라도 많은 LGBTQ는 UCC 간판을 보고 교회 문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UCC 홈페이지에 가면 LGBTQ 이슈와 관련한 정기 총회의 문건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그 중에 중요한 몇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1975년 미네아폴리스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차별없는 시민의 자유란 결의문을 발표합니다. 킨제이 보고서의 내용들을 수용하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관계없이 고용이나 거주 등에 있어 사회적으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1993년에는 이 내용들이 보다 구체화되어 요구됩니다. 게이, 레즈비언 형제 자매들이 고용, 거주 등 공공 부문에 있어 차별받지 않아야 함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연방정부가 힘써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또한 “소도미 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들의 차별적 법안이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서로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며(이땐 아직 결혼이란 말을 명시적으로 쓰진 않았습니다), 군복무에 있어서도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됨을 강조했습니다. 교회와 사회는 양성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며, 교회와 교회 구성원들은 게이, 레즈비언들을 향한 차별을 제도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2005년 총회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결정을 내리는데, 다름 아닌 ‘결혼평등’을 교단의 공식입장으로 명시합니다. “성서는 인류의 사랑과 결합을 포용하고 축복한다. . . 나사렛 예수는 모두를 위한 사랑을 급진적으로 포용하는 본을 보이셨다” 라는 말로 시작하며 동성커플의 결합을 지지하는 성명을 냅니다.


2013년 여름에 열렸던 정기 총회의 LGBT 관련 모임 사진


이때, 여러 교회들과 교인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합니다. 보수적인 남부쪽의 교회들은 교단 탈퇴를 불사하겠다며 경고했고, 실제로 이 결의문이 통과되고 나서 동성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던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단은 이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2011년 총회에서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커플도 아이를 입양하고 양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성명을 채택합니다.


이런 교단 총회의 결정들이 개별 교회에서는 얼마나 적용되고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저희 교회 담임 목회자인 마이클 목사님께 여쭤보았습니다. 물론 이런 교단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교회들도 있다고 합니다. UCC는 가톨릭 교회와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의 수직적인 체계와는 반대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별 교회의 결정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노회, 그 다음이 교단입니다. 총회의 결정은 가이드라인이지 절대적 권위를 갖지는 않습니다. 이런 자율성 때문에 “UCC 교단은 이렇다”고 한마디로 정의내리는 것이 어려운 맹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앞서 소개한 ONA 운동에 많은 교회들이 동참하고 있고, 정확한 수치를 대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퀴어 이슈에 있어 교단의 입장을 수용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교단이라 어떤 신조나 규율을 강요하지 않기에 언제나 교단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합니다. 다양한 목소리와 색깔이 일치를 방해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지만, 다양성 가운데의 일치는 교단이 줄곧 추구해온,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자 특징입니다.


제가 소속된 필라델피아 노회엔 게이, 레즈비언 목사님들 비율이 높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이지만, 여전히 노회 목사님들과 교우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이런 점이 오늘날 LGBTQ 이슈에 있어서도 한 걸음 앞서 간 교단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성에게, 동성애자에게, 트랜스젠더에게 닫혀있던 교회의 문을 계속해서 하나하나 열어 젖히며 끊임없이 벽을 허물어 가는 교회.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함께 투쟁하고 기도하는 교회.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경험한 UCC 교회는 ‘멈추지 않고 진보하는 교회’입니다.


보이스카웃에서 동성애자, 양성애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한 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