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휘아의 퀴어뮤직쌀롱#2] 쉬지 않고 소리 지르는 밴드 THE GOSSIP(더 가십)의 보컬 ‘BETH DITTO’(베스 디토)

 

정휘아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람들은 보통 외적인 것을 보고 상대를 평가하기 마련이다. 일단 이 글을 쓰는 필자처럼 남들보다 예쁘고 우아하며 멋진 사람들은 누굴 만나든 좋은 인상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근데, 사람들을 접하다보면 생긴 게 다는 아니라는 걸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잘 알거라 생각한다. 멀쩡하게 생긴 인간이 왜 저러지? 하는 일들은 다반사인데다가 외모가 별로인데 실제로 잘 보니까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 많지만 사람들이 누군가를 대할 때 단순히 외모로만 평가하는 일들은 아주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외모로 사람의 가치가 매겨진다. 빡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근데 음악 소개해주는데 왜 외모 이야기부터 하냐고? 오늘 소개해줄 아티스트는 이런 것들에 모두 반대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불만이 있으면 대차게 소리 지르며 목청 좋은 이 사람. 밴드 THE GOSSIP(더 가십)의 보컬 BETH DITTO(베스 디토)를 아주 조금 알아보자.

밴드 THE GOSSIP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이 밴드는 개러지 펑크 밴드로서, 미국 남부에 있는 아칸소주에서 1999년도에 처음 결성됐다. 그 때 당시에 결성 된 배경을 보면 ‘사는 게 따분하다! 그러니까 우린 밴드를 해야해!” 하면서 여기에 동조한 보컬 베스 디토(BETH DITTO), 기타에 브레이스 페인(BRACE PAINE) 그리고 드럼에 캐시 멘돈카(KETHY MENDONCA)의 조합으로 바로 워싱턴주의 올림피아로 가서 마침내 인디 레코드 회사인 ‘K RECORDS’와 계약을 하게 되고 그 때 나온 EP 앨범이 <THE GOSSIP>이다.

 

1999년 ‘THE GOSSIP’ EP 앨범 커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가 있었던 인디쪽에선 락스타 양성소인 킬 록 스타즈(Kill Rock Stars)로 옮겼고, 2001년 1월에 첫번째 앨범 ‘That's Not What I Heard’를 발표한다. 두 번째 정규앨범 사이에 ‘Arkansas Heat’ EP를 내고, 2002년 5월에 두 번째 정규작 ‘Movement’를 발매하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높혔다. 그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파워풀한 무대 매너와 라이브로 주목 받았기 때문에 인디펜던트 소속 밴드로는 이례적으로 라이브 앨범 ‘Undead in NYC’를 발표했다. 그 이후 초대 드러머였던 드러머 캐시 멘돈카(Kathy Mendonca)가 조산사가 되기 위해 밴드를 탈퇴하고 2014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한나 브릴리(Hannah Blilie)를 새로 영입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THE GOSSIP의 이야기들이다.

 

베스 디토, 그녀는 누구일까.

영국의 연예 전문지인 NME는 2006년 '가장 쿨한 뮤지션'으로 선정한데 이어, 2007년에는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1981년 미국 남부의 아칸사스에서 태어났다. 전형적인 미국 남부의 환경에서 자랐기에 어릴 때 부터 뚱뚱하다는 사실에 놀림을 받다가 어느 날 각성하여 파이터가 되었다, 라고 하면 드라마틱할테지만 그렇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거대한 목청의 소유자였으며, 오히려 목소리를 좀 줄이기 위해 성가대에서 활동했지만 소용없었다. 게다가 워낙 먹는 걸 좋아했던 탓에 몸집도 컸다. 그러니 동네 꼬마남자애들에게도 꿀리지 않고 소녀들의 대장 노릇을 하며 자랐다. 그런 베스 디토가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이 된 계기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에서 나왔다. "아직 꼬마였을 때, 추수감사절에 남자들이 미식축구 시합을 보는 동안 여자들은 하루종일 부엌에 있는 걸 보며 미칠 것 같았다. 우선, 나는 요리나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또한, 미식축구가 싫었다. 중학교 때 (내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굳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왕이면 '예쁜' 외모의 소유자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베스 디토는 일갈한다. "사람들은 뚱뚱한 사람들에게 과체중 운운한다. 그러나 난 이말을 증오한다. 삶의 표준을 세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웃긴 게, 이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뚱뚱하다. 그게 표준이다." 먹을 걸 진정 좋아한다는 베스 디토는 식습관을 바꿀 생각도 없다. 어릴 때 습관을 바꾸려 많은 시간을 허비한 끝에 얻은 건 병 뿐이었기 때문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보이고 싶지도, 되고 싶지도 않다. 브리트니는 끔찍하다." 라고 말했다. (김작가 블로그 http://zakka.egloos.com/3828336 일부 발췌)

현재 한국에서도 여성들의 로망은 언제나 마르고 예쁜 여성 아이돌이 되는 걸 꿈꾼다. 소녀시대의 누군가를 닮았다고 하면 최대의 극찬이 되고 있으며 반대로 이런 미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놀림감이 되기 쉽상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TV를 틀면 개그 소재로 나오는 건 못생긴 여자와 뚱뚱한 여자를 비하하는 개그만 판을 칠 뿐이다.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여성 보컬리스트 제니스 조플린도 엄청난 미녀였다면 사람들이 그녀의 삶이나 음악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아마도 외모때문에 묻혔을 것이다. 베스 디토는 그런 점에서 오히려 ‘여장부’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누구도 깝치거나 대들 수 없는 아우라를 만든 건 그녀가 여태까지 보여줬던 액션과 음악 덕분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해서 굴하지 않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그냥 어디가서 말을 강하게 힘줘서 하고 소리만 꽥꽥 지른다고 해서 락스타가 될 수 없는 법이다.

그녀는 문제에 대해 바로바로 직면한다. 뭐 하나 숨기는 것이 없다. 겨드랑이 털이 보이든 말든 여성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그 흔한 데오도란트 조차 쓰지 않고, 무시무시한 엉덩이를 쳐다보든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타이트한 원피스나 란제리 의상을 입고 그녀의 최대 무기인 뚱뚱한 몸매를 더욷 더 과감히 들어내어 진정한 자신감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 타이트한 원피스나 란제리 의상의 배경이 재밌긴한데 맞는 옷이 없다보니 직접 만들고 디자인을 하게 됐고 패션지에서도 그녀를 워스트 드레서가 아닌 베스트 드레서로 추앙하고 있다!

 

여기까지 글이 좀 지루했을 수 있으니 음악이나 한 번 들어보자.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만한걸로 준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ox2NgpfI34

[2006에 나온 THE GOSSIP의 앨범 ‘standing in the way of control’의 두번째 트랙 ‘ standing in the way of control’]

베스 디토는 왜 이 곡을 만들었을까. 타이틀 곡 ‘Standing In The Way of Control’은 동성 결혼 법제화를 위해 정부에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그런데... 이 곡을 듣고 춤추느라 바빠서 가사를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베스 디토는 이런걸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런 곡에 생각없이 춤추는 것은 정말 직설적인 조크이며 바로 이런 것이 음악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곡은 특히 영국에서 사랑 받았는데 영국의 채널 4(Channel 4)의 프로그램 [Skins]의 광고에 꾸준히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고, 소울왁스(Soulwax)의 리믹스 버전 또한 꾸준히 리퀘스트 되면서 앨범은 골드 레코드를 기록했다. ‘Standing In The Way Of Control’은 수많은 클럽 DJ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결코 빠지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게이들에게 힘이 되는 음악 BEST TOP 10 안에도 드는 곡이다! 많이 들어라! 두 번 들어라! 분량 문제 때문에,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가사 찾아서보세요. (부분 출처: 인터파크 앨범 소개 페이지 글 

http://book.interpark.com/product/Good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02286240)

 

이제부터 들으면 더 배아플 이야기지만, 베스디토는 2013년 여름에 하와이에서 크리스틴 오가타씨와 결혼했다! 둘은 2012년에 이미 약혼을 한 상태였으며 드레스는 유명한 디자이너 ‘장 폴 코티에’가 직접 만들어줬다.아이고 배야...!

 

사진은 공교롭게도 중앙일보에서 가져오게됐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2165868&ctg=1300

 

베스 디토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으려면 더 늘어놓을 수 있지만 분량 길어지면 보는 사람 답답할테니 여기까지만 하도록한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모습이 아닌 나의 내면에 대한 메시지로 저항하는 이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록스타가 아닌가 싶다. 한국엔 2007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오고 아직까지 내한소식이 없긴 하지만 난 그녀의 공연을 실제로 직접 봐야겠다. 함께 땀흘리고 함께 소리지르면서 불태워버리고 싶은 요즘이다. 특히나 동성애 혐오가 짙어지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런 뮤지션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까지 있다.

 

<정휘아가 추천하는 곡들>

2012년에 발매된 앨범 <A Joyful Noise> 수록곡 ‘Move in the Right Direction’

https://www.youtube.com/watch?v=12zPU-8bsTE 

난 뿅뿅 싸운드 들어간 게 참 좋더라~

 

'Get Lost’ 이 곡은 그냥 내 멋대로 라이브 버전의 링크를 걸어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wY2fNobRcq4

 

‘Perfect World’ 이 뮤비는 내 취향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8mw5i43-uQ

 

2009년에 발매된 앨범 <Music For Men> ‘Heavy Cross’

https://www.youtube.com/watch?v=5mQVljB7JGw 

이 곡은 MADEON이라는 DJ가 유명한 팝을 섞어놓은 ‘Pop Culture’에도 들어있다. 잘 찾아보길!

 

‘Pop Goes the World’

https://www.youtube.com/watch?v=IFLWfj_r7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