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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가족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by 행성인 2014. 11. 11.

 


오소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해 9월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이들이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응원했다. 하지만 구청은 혼인신고를 거부했다. 이에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둘이 함께 산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함이다.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커플은 무엇 때문에 함께 산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것일까?

 

얼마 전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에서는 다큐멘터리 <퍼스트댄스> 상영회를 열었다. <퍼스트댄스>는 미국 보스톤에 사는 오래된 레즈비언 커플인 선민과 로렌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결혼식까지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에서 로렌은 평범한 가족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여기서 ‘평범’이란 그저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겠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파트너로서, 법적으로 사회적인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이나 파트너쉽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이 이룬 가족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성소수자 가족들은 불안한 지위와 차별적 대우를 감수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동성결혼 제도가 꼭 필요한지 묻기도 한다. 그냥 둘이 같이 살면 그만이지 법적인 제도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동성결혼 제도의 부재로 인해 우리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꽤나 많다.

 

가령 자신의 파트너가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됐을 때를 생각해보자. 결혼을 못하는 동성커플은, 보호자로서 서류 작성을 하거나 곁에 있어주지도 못한다. 영화 <더 월 2>에 나오는 레즈비언 커플 중 한 명은 파트너가 병원에서 죽어갈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파트너가 죽은 후에야 그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불과 10m 떨어진 병원 대기실에서 말이다!

 

다른 예도 있다. 땅값 비싼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전셋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정부에선 신혼부부들에게 전세 자금 대출을 해준다. 동성커플이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개인자격으로 비싼 금리의 대출을 받거나 열심히 돈을 버는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회사에서 ‘가족’을 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휴가나 수당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은 이성애자와는 달리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인정받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성 부부를 비롯한 공동의 가족생활을 영위하는 수많은 성소수자 가족들은 제도적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퍼스트댄스> 中 선민과 로렌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

 

 

 

그렇다면 이런 법적인 이유만으로 동성결혼 제도가 필요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큐 <퍼스트댄스>의 제목인 ‘퍼스트댄스’는 결혼, 즉 함께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다큐 속 선민과 로렌이 췄던 춤은 연습 끝에 이루어진 춤이다. 함께 산다는 것이란 이 춤과 같이 서로 한발 한발 맞추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없다면 서로 발맞추는 데 스텝이 꼬일 수 밖에 없다. 사회에서는 그저 ‘같은 공간에 사는 두 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받는 온갖 차별은 그러한 낙인에서 비롯된다. (한국 사회에서 동거 커플이 갖는 위상을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동성결혼 제도는 그 사회적 낙인을 없애준다. 즉 제도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해주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동성결혼 제도를 비롯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은 성소수자가 행복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수적인 권리이다. 이제는 그러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성소수자 가족이 겪고 있는 불평등한 현실을 드러내고, 제도적·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데 함께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지지를 확대해 나가야 할 때이다!


 


 

 

*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는 대한민국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법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결성된 단체 및 개인의 연대입니다.

 

가구넷은 성소수자 가족의 권리를 실현하는 여러 제도적 방안과 캠페인을 함께 추진합니다. 동성결혼 법제화 및 파트너십 법안 입법과 같은 포괄적인 권리보장 방안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성소수자 가족에 시급한 공동생활관계의 인정, 의료결정권, (입양, 출산,) 양육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와 혜택을 추구합니다. 이 권리가 시급한 사람들,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뜻을 모아 사례를 수집하고 대중 캠페인을 전개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가구넷은 한국 성소수자 및 사회 일반의 인식 제고와 지지를 바탕으로 사법적 심사와 입법, 정책제안 등의 방법을 통해 평등하고 다양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은 성소수자가 차별받고 배제되는 익명의 무언가가 아닌, 행복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수적인 권리입니다. 가구넷은 이 권리를 추구한다는 뜻을 같이하는 분들께 항상 열려 있습니다. 가구넷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지지, 그리고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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