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편집자 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 있는 4월은 육우당을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 동료들을 추모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주간을 맞아 4월부터 웹진팀에서는 <까까한 문화담장>이라는 제목으로 장애인 성소수자 김형근님의 원고를 기획코너로 싣기로 했습니다. 장애인 성소수자로, 성소수자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김형근님은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부르며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저는 동성애자며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며 아웃사이더인 32살 흔한 남자입니다. 오늘 저는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러브스토리? 저는 모태솔로입니디. 퀴어인권에 대한 의견 피력? 저는 유치원도 못 나왔습니다. 뭘 말할 것이냐... 제 생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어제 아침 6시 반 쯤 눈이 떠졌는데, 똥이 마려워 엄마를 찾는데 산에 약수를 뜨러 가셨더군요. 일단 참았어요, 근데 바늘 가는 곳에 실도 따라간다잖아요. 오줌도 덩달아 마려워져 사면초가 상태가 됐어요. 다행인 게 바지가 후줄근해서 쉽게 벗고 저 멀리 싱크대 앞에 가서 시원하게 내질렀습니다. 엄마가 들어오시더니 멘붕 표정을 한 채 잠시 망설이시더니 이내 시크하게 나이스 한마디 하시고 잘 치워 주시더라고요.

 

저는 손이 있지만 발로 자판을 칩니다. 뇌성마비 1급이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노력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죠. 저는 편하게 살고 싶어서, 또 굳이 멋있고 싶지 않아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노력했다면 근사한 직장인이 되고 멋진 남친을 얻었겠지만 지금의 제 모습도 멋져 보입니다. 가진 게 많다고 만족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모두들 불만족 아닌가요? 저 역시도 색욕, 명예욕, 금전욕 등의 욕망은 있지만 그걸로 애걸복걸 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하면 나 만큼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위행위도 못하게 막는 시설 장애인 보다야 제 상황은 복 된 것입니다.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냐고요?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이런 저 보다 나은 상황이잖습니까? 자기가 창피하거나 부끄러우세요? 주눅 들 필요도 움츠릴 필요도 없잖아요? 나는 나.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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